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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재현 난항…초전도체 광풍 후 남겨진 숙제
연구재현 난항…초전도체 광풍 후 남겨진 숙제
  • 조언정
  • 승인 2023.08.28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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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정 한국공학대 교수 기고_초전도체 LK-99의 명과 암

세라믹 화합물에서 단결정까지 ‘LK-99’의 불꽃같은 여정
SNS에서 촉발된 연쇄반응이 학계와 자본시장에까지 확산

국내 스타트업의 상업적 의도가 보이는 LK-99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 광풍을 일으켰다. 일부 저자들의 동의 없이 프리프린트(출판 전 논문)가 제출됐고 성급히 작성된 흔적도 보인다. 출원 중인 LK-99를 등록상표로 R마크까지 달아서 기재한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국내 최초의 노벨과학상, 세계 9번째 초전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면서 시시각각 전해지는 재현 연구결과에 세계가 촉각을 세우고 일희일비했다. LK-99 재현 샘플이 공중부양하는 동영상은 수백만 뷰를 기록한다.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연구결과와 과학자들의 발언에 따라서 초전도 테마주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광풍이 잦아들면서 우리에게 큰 숙제가 남겨졌다.

LK-99는 대학 연구실에서 시작됐다. 20년 동안 1천 번 넘게 구워서 개발되었는데 국내 주류 학계의 연구진과 뚜렷한 교류가 없었다. LK-99 소유권은 연구원들이 설립한 회사가 갖고 있다. 매출이 없고, 국책과제와 투자금으로 개발을 해왔다. 4건의 특허가 출원되어 1건이 등록됐고, 나머지는 심사 중이다. 출원된 특허명들이 ‘초전도체를 포함하는 저저항 세라믹 화합물’로 시작해서 나중에 ‘상온, 상압 초전도 세라믹 화합물’로 바뀌었다. 

올해 3월 국내 학회지에 제출한 논문에서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LK-99’로 명명했다. 4월에 LK-99를 상표로 출원한다. 7월 말 연구원들 간에 이견을 무릅쓰고 코넬대 아카이브에 2편의 프리프린트가 제출되었고 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온 상압 초전도체 광풍이 시작됐다. 물리학계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자석 위에 일부 떠 있는 LK-99라고 명명된 상온 상압 초전도체. 이미지=위키피디아

 

초전도체 광풍의 이면, 과연 무슨 일 있었나

LK-99 화학식은 Pb10−xCux(PO4)6O이고 조성과 제조방법이 간단하다. 과학계 밖에 있는 아마추어 과학자, 일반인이 화합물 소결을 시도할 수 있다. 두 번째 프리프린트가 LK-99 상품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작성된 것이 이례적이다. LK99 상표가 출원 중인데 등록완료 상표인 R마크까지 붙여서 13회 기재됐다. 대부분 학술지는 상업용도의 R마크 기재를 허용하지 않는다. LK-99에 R마크가 달려 있어서 이미 상표가 등록된 상온 상압 초전도체 상품으로 오인될 수 있다. 지난 수 주일 동안 불어온 상온 상압 초전도체 광풍의 한 원인일 수 있겠다. 첨단 산업분야에서 한국 제품의 높은 위상을 고려하면 상표까지 등록된 ‘Made in Korea’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해외에서 큰 관심을 유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에는 소셜미디어에서 주목을 끌기 시작해 학계, 자본시장에서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LK99 프리프린트 공개에서 단결정 연구결과가 나오기까지 짧지만 불꽃같은 19일 여정이 다음과 같이 전개됐다.

소셜미디어에 프리프린트, 공중부양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오고, 인터넷 밈도 만들어지고, 세계적으로 과학자들의 논쟁이 계속되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국립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연구결과와 함께 트위터에 올린 오바마의 마이크 드롭 영상은 LK-99의 성공을 암시하면서 6백만 뷰를 넘겼다. 중국 연구진의 공중부양 동영상은 하루에 7백만 뷰를 넘긴다. 과학자들의 발언이 올라오면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 LK-99 훌리건이 억지 주장을 하면서 혼란도 야기했다.

아카이브는 프리프린트를 신속하게 올리면서 연구결과를 공유하는데 이번에 진가를 발휘했다. 최초로 중국과학원이 프리프린트를 올렸고 잇달아 미국 국립연구소 LBNL, 인도 국립연구소 CSIR-NPL의 연구결과가 올라오면서 수십 편의 프리프린트가 공유됐다. 여러 나라 연구진들의 화합물 재현 실패와 Cu2S의 저항특성과 단결정이 절연체라는 연구결과가 보도되면서 광풍이 일단락되고 있다. 

아카이브에 실린 프리프린트를 통해서 주요 국가의 과학계를 비교할 수 있다. 가장 많은 프리프린트를 공개한 중국의 실험연구 역량, 연구인력, 연구설비는 압도적이다. 외국 기관과 협력 없이 전 세계 프리프린트의 약 25%가 중국 국가중점실험실과 중국 과학원에서 나왔고, 중국 프리프린트 비중이 전체의 약 37%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까지 등장해서 물리학계가 오랫동안 이렇게 활기차지 않았다면서 세계가 모처럼 가슴 설레는 새 관심사를 얻었다고 반색했다. 미국은 실험보다는 이론에 강했고 대부분 연구자들이 외국 태생이다. LK-99 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Cu2S 저항특성 실험과 단결정 절연체 연구는 중국과 독일에서 각각 나왔다. 러시아 과학원에서 1968년에 만들어진 결정 샘플을 사용해서 연구한 점이 흥미롭다. 한국, 일본은 미국 대학과 협력해서 프리프린트를 1개씩 제출했다.

 

요동친 초전도체 관련 주식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초전도 주식이 요동쳤다. 국내 학술지에 논문이 제출되고 상표가 출원된 3~4월 경에 LK-99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테마주가 상한가를 찍는 등 거래량이 부쩍 늘어났다. 프리프린트 2편이 아카이브에 제출되기 직전에 갑자기 상승하면서 다시 움직였고, 순식간에 서너 배 상승했는데 이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있다. 밈코인인 LK99도 등장한다.

 

해명 통해 진위 공방 종결해야

다시 공이 LK-99 연구팀으로 돌아왔다. LK-99 샘플을 공개하면서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명확하게 입증해서 진위 공방을 종결시켜야 한다. 창업 7년이 경과되어서 스타트업 지원혜택이 없어졌다. 국책과제 수주와 후속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출원 중인 LK-99 상표에 R마크를 붙여서 등록상표로 프리프린트에 기재한 것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아카이브에 논문이 실리기 직전에 초전도 테마주가 보여준 매집패턴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해외 연구진들의 발 빠른 결과물을 통해서 LK-99의 주요 쟁점이 명확하게 규명되고 있다. 국내 검증팀이 벌크 샘플을 계속 굽지 않고 재현 연구를 중단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국내에서는 프리프린트 1편만 나와서 국내 초전도 연구진들의 대응이 다소 느리고 국제협력과 SNS 활동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수 주일 동안 쏟아져 나온 프리프린트를 통해서 우리 바로 옆에 있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과학 공룡이 또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국 과학원의 <네이처> 인덱스 순위가 세계 1위이다. 프리프린트 1편만 제출한 우리 과학계가 아웃풋이 가장 좋다는 이웃사촌 중국과 어떻게 협력과 경쟁을 해야 하는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LK-99가 규명된 배경에는 아카이브가 있다. 피어리뷰 없이 신속하게 올라오는 프리프린트에 DOI까지 부여되어 널리 피인용된다. 전 세계 연구결과물이 실시간으로 꼬리를 물고 올라오면서 LK-99의 여정이 불꽃같이 짧게 마무리되고 있다.

조언정
한국공학대 마이크로 부품소재 EH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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