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이제 불지옥의 그 무서운 날이 다가온다. 나와 칠성이가 부령을 둘러싼 고성산과 자유봉으로 연이어진 어느 산 중턱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는데 어디선가 매캐한 연기 냄새가 났다. [……] 한굽이를 돌아가자마자 저 아래쪽에 온 산이 타올라 오고 있었다. 아니, 온 천지가 연기와 불길이었다.”
2007년 〈한겨레〉에 연재된 황석영 작가의 『바리데기』 4장 37화 일부다. 노원희의 삽화는 주인공 ‘바리’를 둘러싼 환상과 세계를 생생히 전한다.
말 없는 그림으로 발언하기, 인간과 세상에 대한 공감과 연민, 현실과 역사를 대하는 그의 태도를 쫓다 보면 그가 붓질로 감각하고 감지했던 시대의 형상을 만나게 된다.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에서는 노원희의 1980년대 회화부터 대형 천 그림, 참여형 공동작업, 신문 연재소설 삽화 등 그의 작품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과 자료를 130여 점 선보인다. 전시는 아르코미술관에서 오는 11월 19일까지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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