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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생초록 오이」, 2023.
이우성, 「생초록 오이」, 2023.
  • 조준태
  • 승인 2023.08.2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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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생초록 오이」, 2023, 천에 아크릴릭 과슈, 아크릴 라텍스, 210x210cm. 사진=학고재

초록빛 오이가 있다. 천 위에 그려진 오이는 작은 움직임에도 일렁인다. 흔들리는 오이와 그림자는 기묘한 착시를 일으킨다. 정말 보자기 위에 오이 네 개가 나뒹구는 것처럼 보인다. 풋내가 코를 스치고 물기가 손에 잡히는 듯하다.

오이를 앞에 두고 무엇을 할까. 똑 부러뜨려 와작와작 씹을 수 있을 것이다. 감자칼로 껍질을 벗겨 얼굴에 올릴 수 있을 것이고, 채썰기로 썰어 요리 위를 장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친구와 가족을 부를 것이다.

오이를 먹는 일은 혼자보다 같이 있을 때 즐겁다. 게다가 혼자 먹기엔 양이 많다. 결국 오이 네 개가 그려내는 건 보고 싶은 사람이다. 오이들은 전시의 제목처럼 ‘여기 앉아보세요’하고 손짓한다. 그림은 나와 그 사람 사이에 놓인다.

이우성의 개인전 「여기 앉아보세요」에서는 사람과 사물을 담은 회화를 통해 살아감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학고재 본관에서 오는 9월 13일까지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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