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5:15 (일)
국민의 경계-오키나와, 아이누, 타이완, 조선
국민의 경계-오키나와, 아이누, 타이완, 조선
  • 김재호
  • 승인 2023.08.23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구마 에이지 지음 | 전성곤 옮김 | 소명출판 | 949쪽

본 역서는 콜로니(colony)의 문제로서 ‘오키나와, 아이누, 타이완 그리고 조선인’이 어떻게 ‘일본인’으로 포섭되고 배제되는지를 <정치적 언어의 기법>을 통해 분석해 낸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일본인의 ‘경계’가 자의적으로 설정되면서 피식민지인들과의 차이에서 ‘경계화’되는지를 설명한다. 일본인화와 경계 설정은 동화와 차별화라는 패러다임을 낳는 헤게모니의 재배치 프로세스였음을 보여준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본은 오키나와, 아이누, 타이완 그리고 조선인을 일본인으로 통합하기 위해 ‘문명화=일본인화(동화)’를 주창하면서 동시에 민족이나 법적-제도적 차별을 유지했다.

이는 정치적 정책뿐만 아니라 국민교육이나 동화교육을 통해 전개했는데, 그 이론들은 ‘서구라는 타자의 시선’을 원용(appropriation)하는 방식이었다. 

서구 제국주의의 모방과 변용을 통해 식민지의 일본인화는 ‘언어=정신, 법률=제도, 혈액=민족성’을 대입하는 방식으로 ‘일본인 내셔널 아이덴티티’가 주창되었다.

특히 서구에서 발생한 제국주의의 합리화를 만들어내는 주권 논리를 배우면서 동시에 아시아의 아이누, 오키나와, 타이완 더 나아가 조선은 주권이 없다고 간주하면서 ‘일본인화=주권 획득’을 합리화해가는 ‘변형된 글로벌 시각’을 근거로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모순은 다른 형태의 콜로니얼리즘 문제를 야기했다.  

역설적으로 점진주의, 동화주의, 문화다원주의, 분리주의라는 이중성이 대두되고, 피지배자와 지배자로만 분리되지 않는 오리엔탈리즘의 굴절이 변증법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것은 피식민자가 식민자의 논리를 재원용하는 방식에서 모방과 저항의 불균형으로 나타났고, 열등함이나 후발성이 ‘피식민자’에게 각인되는 역설을 갖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제국주의의 패전으로 해체되거나 해방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후 일본’에서 오키나와 복귀론, 재일한국・조선인, 아이누의 문제가 유제로 남게 되고, ‘일본인이면서 일본인 아닌 타자’의 존재로 불가시화되면서 일본인의 경계 문제는 지속되었다.

더 복잡한 문제는 패전 직후 미군정-식민지지배 속에서 일본 주체성을 강조하는 ‘반미주의=아시아 민족주의의 연대=일본 내셔널리즘의 재고’가 대두되고, 그것은 반전평화주의와 접속되는 형태로 탈식민주의라는 ‘혁신 내셔널리즘’을 창출해 냈다.  

결국 일본인의 경계는 국민국가로 재편되고, 결국 국민의 경계로 전회(轉回)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국민 만들기’의 포섭과 배제의 망령이 부활된다. 국민의 공공성과 주권을 환기시키면서 국민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동시에 차이를 만들어 비국민, 기민을 만들어낸다.

이때 다시 사용되는 것이 주권과 자본 그리고 민족 개념이었다. 이것은 공정(公定) 내셔널리즘이라는 용어로 표상되면서 국민이 범위와 차이의 경계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었다. 동시에 일본은 메이지기(明治期)의 환영인 아시아 대 서구를 재소환하고 일본인의 서구화, 아시아와의 해방과 차별화의 도식을 ‘아시아연대=유색의 제국=유토피아’를 외친다.

제국의식의 변형이었지만 일본은 이를 ‘민중의 연대’라고 호소했고, 이에 함몰되었다. 유색의 제국이야말로 서구적 제국주의와 탈식민주의의 이론 효과들, 즉 서구적 인식의 콜로니 연장임을 각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 또한 더 글로벌 자장의 포섭과 배제에 머무는 것임을 알지 못했다.

 바로 이 지점을 재고하기 위해 오구마 에이지는 ‘특정한 국민’에 속한다는 것이 과거 역사 속에서 어떻게 ‘경계’ 재편 속에서 나타났는지를 보여주고, 포섭과 배제의 왕환(往還)을 통해 그 이중성을 상대화하면서 ‘아이덴티티의 어중간한 상태’를 견디어내는 방법을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결정권을 통해 찾아내야 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것이 ‘탈서구주의’나 ‘탈국민국가’라는 이중의 근대적 유산의 상대화라는 ‘탈식민주의’의 시작인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의 ‘경계화’를 의식하고 탈경계를 시작하는 치열한 대화의 실천이며, 그것은 이미 전제된 서구 중심주의나 아시아 우월주의의 발상을 만든 ‘외부 타자’를 응시하는 ‘세틀러 콜로니얼리즘’, 즉 정착(선주민)의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내부 발견인 것이다.          

콜로니 통치 방법론으로서 서구식의 융합: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의 형성

제1부는 일본이 제국주의를 통해 오키나와, 아이누, 타이완 그리고 조선을 지배하게 되는 역사적 배경과 일본인화를 둘러싸고 전개된 이론들의 분석이다.

특히 여기에서는 동화와 일본인화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는 본 저서가 다루는 ‘일본인의 경계’ 설정 문제의 기초가 된다. 이 저서를 관통하는 ‘동화와 이화(異化)’의 구조나 인식을 보여준다.

그것은 일본인의 경계만들기에 사용된 정치적 언어에 담겨진 포섭과 배제의 구조적 특징을 역사적으로 보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이를 구체적이고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제2부의 일본형 오리엔탈리즘의 형성과 ‘콜로니적 주체’이다. 다시말해서 일본이 식민정책학에 활용한 주된 담론인 인종, 주권, 제도로서 의회라는 텀(term)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즉 이는 서구의 ‘근대’에 의해 ‘창출된 개념’으로 일본은 이를 추종하면서 동시에 다시 변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물론 이것은 간접통치나 동화정책으로 영국식과 프랑스식이라는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방법’을 도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유럽의 어느나라 방식을 따랐는가 그 주장이나 논리들은 무엇이었는가를 설명하는 점에 있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 오구마 에이지는 그 정책 논리들이 가져온 결과를 설명한다.

즉 영국식이든 프랑스식이든 일본에서는 일본인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우월적 권력’의 재구성이라는 점이었다. 바로 이 부분을 정치적 언어의 특성과 구조, 인식론 속에서 규명해 내고, 그것이 내지 일본인의 안정성을 담보하려는 임시방편적인 관념론들이었다는 점을 규명한다.

그와 동시에 일본인의 식민지지배는 일본인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물상화’ 하는 오리엔탈리즘에 갇히게 되었다는 논리를 설명한다. 바로 이점이 일본인의 경계를 재고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로 등장시킨다.      

오리엔탈리즘들의 굴절로서 내셔널리즘의 변증법: 전후 일본의 혁신내셔널리즘의 허망 

제3부는 제국주의 지배 하에 존재하는 오키나와, 타이완, 조선의 ‘내셔널리즘의 굴절들’을 보여준다. 오키나와의 이하 후유(伊波普猷)의 내셔널리즘이 갖는 동화와 이화의 변증법, 연쇄와 단절의 논리를 일류동조론을 통해 보여준다. 

일본인화를 위한 계몽과 오키나와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애매한 상태’를 유지하는 반산(半産, abortion)을 전달해 준다. 그리고 타이완 자치의회설치가 갖는 이중성, 그 연장선에서 박춘금의 활동을 대비시키고 중첩시키면서 ‘일본인의 경계’에 내재된 허상, 상상을 엿보게 해 준다.

이러한 일련의 경계 설정 문제는 역설적으로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의 민예론을 통해 ‘굴절된 오리엔탈리즘’이 재현된다.

야나기는 일본 문화를 ‘인정해 준’ 라프가디오 헌(Lafcadio Hearn)의 자세를 흉내내어 조선의 미술을 평가하는 것이 보편성을 제창한다고 본 관념이다.

물론 이러한 관념은 지방성, 문화적 독창성 강조 논리와 맞물리면서 오히려 지방을 보편으로 균질화한다는 측면을 만들어낸다는 딜레마를 갖게 된다. 그것은 일선동조론이나 일류동조론이라는 포섭과 배제의 다른 용어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4부는 패전 후 일본에서 전개된 독립론과 복귀론, 그리고 일본 내에 남게 된 재일한국조선인, 아이누인, 타이완인의 문제가 미국 종속론이라는 국면에서 찾아내는 혁신 내셔널리즘의 문제를 보여준다. 오키나와의 일본 복귀와 반복귀 논쟁으로 변형되어 부상되고, 전전에 수행되었던 ‘일본인의 경계’에 내재된 정치적 언어가 재현되고 반복, 변용되는 것임을 제시한다.

특히 시대적 담론인 친미반공과 반미반공 논리가 오키나와 복귀론이 정치적으로 접속되면서, 복귀운동이 변화되어 오키나와인이 일본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규명해 낸다.

그리고 민족의식의 재구성을 ‘애국심’의 재편으로 연결되고,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지식인들이 대두하는 상황을 그려낸다. 

편향적 내셔널리즘을 극복한다는 ‘일본 역사와 민족의 발견’은 다시 일본인의 경계를 설정하는데 활용되었고, 단일민족 사관이 전경화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평화와 혁신이 강조되는 세계적 식민지주의의 회색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일본인의 경계가 서구와 일본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식민지적 혼혈 속에서 잉태된 것임을 소거시켜 ‘일본인=국민 아이덴티티’가 마치 실체적인 것으로 느끼는 ‘무감각’을 만들었다는 점을 제기한다.

그것을 인지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국민국가의 내적 식민지주의와 서구에 추종이라는 두 개의 식민지주의를 인식하지 않으면 탈식민주의는 시작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