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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아인슈타인’도 한계가 있다…과학의 우상화 경계해야
‘뉴턴·아인슈타인’도 한계가 있다…과학의 우상화 경계해야
  • 채규현
  • 승인 2023.08.22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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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관측과 물리학

우리가 얻는 반복된 교훈은 과학 이론이 진리 자체도 아니고 
우상화돼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과학이론은 검증된 범주 내에서 
우리가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는 자연철학적 수학 체계일 뿐이다

유럽항공우주의 가이아 우주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이 이번 장주기 쌍성의 운동을 관측했다. 사진=위키피디아

1687년 아이작 뉴턴(1642∼1727)이 『프린키피아』를 발표하면서 인류는 만물의 운동이 수학적 원리로 기술되는 물리법칙을 따름을 알게 되었다. 이후 지난 300여 년 동안 전자기‧열역학‧중력‧양자역학 등 다양한 물리 현상을 지배하는 물리법칙이 발견되고, 이들을 응용한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문명의 이기를 가능케 했다. 지금도 첨단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발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주지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상의 일과는 무관한 천상의 행성 운동에 관한 ‘케플러의 법칙’이 뉴턴의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주목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는 뉴턴이 태어나기 이전인 1609년에서 1619년 기간 동안 행성의 운동에 관한 세 개의 경험적 규칙을 발견했다. 이 규칙은 당시에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분명한 관측적 사실이었다. 뉴턴이 바로 이 관측적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원리를 제시하였고, 그것이 바로 만물의 운동에 관한 ‘뉴턴의 운동법칙’과 중력에 관한 ‘만유인력 법칙’이다. 

 

아름다운 수학적 원리로서 뉴턴의 법칙

뉴턴은 지상 만물의 운동과 천상 행성의 운동을 하나의 통합된 이론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었다. 뉴턴의 이론은 당대의 모든 지상 실험 결과와 천문 관측을 집약한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수학적 원리다. 즉, 물체가 받는 힘은 물체의 질량과 물체가 경험하는 가속도의 곱과 같고, 우주의 모든 두 질량 사이에는 만유인력 즉 중력이 작용하며, 이 힘의 크기는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 인류는 이 수학적 원리의 아름다움에 매료됐고 뉴턴의 이론은 진리로 여겨졌다. 절대적인 배경인 공간에 절대적인 시간이 흐르고 만물은 뉴턴의 운동법칙과 만유인력법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실험과 관측 결과의 집약으로 제시되었던 뉴턴의 이론은 자연법칙이 되어 만물이 이 법칙을 따라야 한다고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19세기 이루어진 천문 관측 중 하나가 뉴턴의 이론을 따르지 않았는데, 그것은 바로 수성의 공전 궤도의 세차 운동에서 나타나는 근일점의 움직임이었다. 그 차이는 뉴턴 이론의 예측치와 1년에 0.43각초(arcsecond), 따라서 100년이면 43각초에 이르는 매우 큰 값으로 뉴턴의 이론에 확실하게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뉴턴의 이론이 완전한 자연법칙이 아니고 제한적인 경우에만 성립하는 규칙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뉴턴의 이론은 원래 하나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로 제시된 것인데, 이것이 후대에 자연의 ‘진리’로 과대해석됐고 우상화됐다는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특수상대성이론과 모순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수학적 원리의 중력이론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수성의 근일점 운동을 정확하게 설명할 뿐만이 아니라 빛의 굴절, 중력하에서 시간의 느려짐, 블랙홀, 중력파 등을 성공적으로 예측하고 설명함으로써 새로운 우상이 됐다. 우주의 중력과 관련된 모든 현상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따라야 한다. 따라서 은하단에서 은하의 운동과 나선은하에서 별/가스의 회전 운동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보다 크자 학계는 주저하지 않고 관측되지 않은 막대한 양의 물질이 우주에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이것이 바로 암흑물질이다. 

그런데 한때 진리로 여겨졌던 뉴턴의 이론이 한계를 드러낸 것처럼 일반상대성이론도 검증하기 전까지는 만능이 아닌 제한적인 이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흥미로운 점은 암흑물질이 요구되는 영역은 중력이 극도로 약해지는 영역이고,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이 뉴턴의 이론과 같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성의 근일점 운동의 경우처럼 중력이 강해질 때 뉴턴의 이론이 붕괴하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중력이 극도로 약해질 때 뉴턴의 이론이 타당한지는 직접적으로 검증되지 못했었다. 

이번에 필자는 유럽항공우주국의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으로 관측된 장주기 쌍성의 운동을 분석해 이 운동이 제곱 초당 1나노미터(즉, 10억분의 1미터) 가속도 이하에서는 뉴턴역학의 예측과 맞지 않음을 발견했다. 다시 한번, 천문학이 새로운 물리학의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수성 근일점의 변칙성은 일반상대성이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장주기 쌍성 운동의 변칙성은 인류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우리가 얻는 반복된 교훈은 과학 이론이 진리 자체는 아니고 우상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학이론은 검증된 범주 내에서 우리가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는 자연철학적 수학 체계일 뿐이다. 

 

장주기 쌍성과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가속도 불일치 결과를 보여주는 이미지다. 왼쪽은 단주기 쌍성을 내포하고 있는 장주기 쌍성이다. 오 른쪽은 장주기 쌍성에서 발견된 뉴턴 역학의 붕괴를 보여준다. 사진=위키피디아·채규현

 

장주기 쌍성 운동의 변칙성 발견

태양계 행성의 운동이 만족하는 케플러 법칙의 경우는 뉴턴의 힘에 기반한 자연철학과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기하학에 기반한 자연철학에 의해서 동일하게 잘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필자조차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두 이론 모두 장주기 쌍성의 운동을 설명할 수가 없다.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역사의 시점에 있다.

케플러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400년 동안의 짧은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 실생활과 무관해 보이는 천문학이 과학기술 문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1세기에 인류는 이제 우주로 향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경제 규모와 국력에 걸맞게 기술 및 산업과 기초과학이 균형 있게 발전하기를 바란다.

 

 

채규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력, 천체들에서의 역학, 중력 이론의 수정과 확장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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