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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과 철학자들
라캉과 철학자들
  • 김재호
  • 승인 2023.08.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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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 겐타 지음 | 이정민 옮김 | 에디투스 | 272쪽

우리가 ‘프랑스 현대철학’이라 부르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무엇보다 플라톤 이래의 진리의 담지자를 자임해온 전통적 철학에 도전하여 그것을 해체하여 재구성하려는 시도라는 것이고 이는 ‘반反철학의 군주’라 불린 니체의 전복적인 시도와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의 특징은, 1960년대 이후의 프랑스 현대철학이란 무엇보다도 프로이트 이후의 철학, 혹은 정신분석과 함께하는 철학이라는 것이다.

푸코든 들뢰즈든 데리다든, 이 시대의 창조적인 작업을 했던 철학자들은 모두 프로이트의 우수한 독자들이었다. 그런데 방금 말한 두 가지 특징은 언뜻 생각하면 잘 연결되지 않는다.

철학(혹은 반철학)은 정신분석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거꾸로도 마찬가지다)? 이 질문과 가장 치열히 대결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이다.

알랭 바디우가 ‘최후의 반철학자’ ‘가장 정교한 반철학자’라 부른 라캉은, 철학을 과학에 대비시킴으로써 철학의 주장을 추상적 허구라고 몰아붙이는 데 그쳤던 프로이트와 달리 철학 속으로 뛰어들어 전면적인 대결을 펼친다.

심지어 라캉은 철학이라는 행위에 감추어진 본성과 그 한계를 비판하고 무너뜨리는 것을 정신분석(가)의 책무로까지 여겼는데 그것은 왜인가? 일본의 젊은 학자 구도 겐타의 『라캉과 철학자들』은 앞서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시작으로 그러한 라캉의 철학과의 대결의 기본 맥락이 무엇이며 그것이 철학의 갱신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밝히려는 시도이다.

다르게 말하면, 라캉에게 철학은 대체 무엇이었고, 거꾸로 철학에게 라캉이 무엇이었나를 해명하는 것이 책의 목적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그러한 질문에 담긴 현대적 함의를 함께 찾자고 하는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그것은 ‘새로운 순응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철학은, 정신분석은 왜 필요하며 존재 이유는 어떻게 확인되어야 할까? 이러한 질문 사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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