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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바게닝
플리바게닝
  • 김재호
  • 승인 2023.08.09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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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 지음 | 366쪽 | 도서출판 정독

미국의 플리바게닝, 올바로 이해하기

이 글의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우리 형사절차에 미국․영국․독일․프랑스, 이탈리아․대만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이나 미국․영국․일본의 사법협조자 소추면제․형벌감면제도(또는 불기소합의제도)와 같은 당사자 사이의 협상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여기에서 플리바게닝이라 함은, 간단히 말하면, 형사사건에서 피고인과 검사가 법원의 동의 하에 그 사건의 서로 만족할 만한 처분을 마련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면 그 대가로 검사가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감경하기로 합의를 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사법협조자(king’s evidence 또는 crown witness)라 함은 소추면제나 형의 감면을 조건으로 범인의 검거나 범죄 규명을 위해 수사나 재판절차에서 진술 또는 증언을 하는 자를 말합니다.

즉 여러 사람이 하나의 범죄에 관련되어 있을 때 그중 한 사람이 소추면제의 약속을 받고 다른 공범에게 불리한 증거를 제시한 경우, 그중 한 사람을 사법협조자라고 말합니다. 영국에서는 “왕의 증거”라고 말하고 미국에서는 “검찰측 증거”라고 말합니다. 

먼저 플리바게닝에 대하여 말씀드리면, 저는 2015년 박사학위논문인 “답변협상제도의 도입에 관한 연구–미국 Plea Bargaining의 발전과정을 중심으로–”에서 우리 형사절차에 제한적으로나마 미국의 플리바게닝과 같은 협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왜냐하면 형사절차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은 형사사법제도가 지향하는 목적이자 사법개혁이 추구하는 이념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형사절차에서 당사자 사이의 협상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존속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따라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일부가 각 개정되었습니다. 비록 그 개정은 일부이지만 그 개정 내용은 가히 대변혁(大變革)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그 이유는, 검사의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가 폐지되었고,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가 종전 지휘관계에서 협력관계로 되었으며, 경찰은 독자적 수사권과 제1차적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제한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검찰이 이러한 대변혁에 적절히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대변혁의 상황 하에서, 머지않은 장래에 플리바게닝과 같은 새로운 형사사법제도가 우리 형사소송법에 도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2022년 5월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개정 형사소송법 등이 공포된 상황 하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형사소송법에 미국의 플리바게닝과 같은 협상제도가 도입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 및 공감대가 법조인과 법학자 그리고 우리 국민들 사이에 점점 더 광범위하게 일기만을 소망할 뿐입니다.       

다음으로, 사법협조자에 대하여 말씀드리면, 이 책에서는 ‘사법협조자 소추면제․형벌감면제도의 원류’와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의 사법협조자(Supergrass)에 대한 소고(小考)’, 그리고 ‘일본에서의 수사․공판협력형 협의․합의제도와 형사면책제도 도입에 관한 소고’ 등 사법협조자에 대한 세 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여기에서 사법협조자 소추면제제도는 조직범죄, 부패범죄, 구조적 범죄에서 범죄 규명을 위해 정범 또는 공범으로 하여금 형사재판절차에서 증언을 하게 하고 그 대가로 이들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또한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는 위와 같은 범죄의 수사나 재판절차에서 범죄 규명, 범인의 검거 등에 기여한 자에게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첫 번째 ‘사법협조자 소추면제․형벌감면제도의 원류’에서는 2011년 우리나라에서 입법을 추진하였으나 무산된 내부증언자 불기소처분․형벌감면제도, 즉 사법협조자 소추면제․형벌감면제도의 기원(起源)에 대하여 고찰하였습니다.

여기에서는 12세기부터 14세기 사이에 영국에서 등장한 사법협조자의 직계존속인 공범자증인(Approver) 제도의 탄생 배경과 실무 사례 그리고 이 제도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 보았습니다. 이 제도에 대한 장․단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의 사법협조자(Supergrass)에 대한 소고(小考)’에서는 1980년대 북아일랜드에서 사법협조자인 슈퍼그래스를 도입한 목적과 슈퍼그래스를 도입하여 얻은 성과 및 드러난 문제점 그리고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슈퍼그래스가 쇠퇴한 이유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슈퍼그래스의 도입으로 인해 얻은 성과는 이 제도의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되고 있으나, 반면에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은 이 제도의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의 수사․공판협력형 협의․합의제도와 형사면책제도 도입에 관한 소고’에서는 최근 일본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과 도입 여부를 둘러싼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을 살펴보았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2011년 앞에서 언급한 사법협조자 소추면제․형벌감면제도가 입법 예고되자 이 제도의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일본에서의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은 우리나라에서의 찬․반 논쟁과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참고자료로 이 제도에 관한 일본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실었습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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