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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 김재호
  • 승인 2023.08.09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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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_『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정재훈 지음 | 동아시아 | 256쪽

‘먹은 만큼’ 운동했는데, ‘먹은 만큼’ 고스란히 살은 찐다?
더 이상 내 뱃살에 ‘나잇살’ 핑계를 댈 수 없다!
우리가 살찌는 이유, 건강해지는 방법, 과학으로 답을 찾는다

“오늘 치킨 먹고 내일 조금 더 걷지 뭐.”, “피자 두 조각이랑 콜라 한 잔인데, 이 정도면 트레드밀 30분만 뛰면 되겠지?”. 어디 세상일이 그렇게 계산대로 흘러가던가? 유산소를 추가하든,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든 간에 속절없이 살은 찐다. 왜일까? ‘먹은 만큼’ 충분히 운동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무리 운동을 한다고 해도 실제로 더 먹은 만큼 더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곳에 있다. 바로 우리의 몸이다. 불행히도 우리의 몸은 ‘더 움직이는 만큼’ 정직하게 열량을 더 소비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 가령 운동으로 100kcal을 더 소비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실제로 몸이 ‘추가로’ 소비하는 열량은 72kcal에 그친다. 28kcal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우리 몸은 너무나 효율적이라, 열량이 추가로 소비되는 만큼 신체의 어디에선가 열량을 절약해 열량을 보전한다. 너무 성능이 뛰어난 것도 탈이다. 심지어 이런 경향은 체지방이 많을수록 더 강하게 나타나, 체지방이 많은 사람은 100kcal을 운동으로 소비하더라도 실제 추가 소비 열량은 50kcal에 그치기도 한다. 허무맹랑한 유사과학 아니냐고? 70명이 넘는 저명한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2021년에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이 연구에 실험 대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만 해도 수천 명이다.

‘나잇살’은 어떨까? 30대만 넘어가면 “나이를 먹으니 신진대사가 떨어져서…, 나잇살은 못 이겨.”라고 읊조리던 변명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2021년 8월,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무려 80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29개국의 실험 대상 6,421명의 신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것도 무려 40년 간이나. 결과는? 1세부터 20세까지는 에너지대사율이 조금씩 줄어들지만, 20세부터 60세까지는 에너지대사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대사율이 줄어들어서 살찌기 쉽다는 그간의 통념을 정면으로 논파하는 연구 결과였다. 놀라운 점은 아직 더 있다. 남성과 여성, 성별에 따른 ‘대사율’의 차이도 존재하지 않았고, 여성의 경우 대사율이 완경기 이후에 낮아지지도 않았다. 단순히 하루 섭취 열량이나 에너지 소비량을 묻고 응답하는 방식으로 어림짐작하여 도출한 결과가 아니라, 이중표지수를 사용하여 에너지 소비량을 정확하게 측정한 결과다. 그 결과가 말해준다. ‘나잇살’은 없다고. 이제 떨어지는 신진대사, 나이의 핑계를 댈 길이 사라진 셈이다.

저자는 이렇게 우리 몸과 건강, 소식, 운동에 관한 최신의 연구 결과를 총망라하면서 어떻게 해야 “굵고 길게” 살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결국 근본적인 답은 소식에 있다. 식습관을 바꾸지 않고 운동만으로는 좀 더 건강해질 수는 있을지언정 살을 빼기도 어렵고, 수명을 늘어나지도 않는다. 물론 아직까지 이러한 연구에 한계는 존재한다. 어째서 소식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고, 수명을 늘려주는지 우리는 아직 완벽히 알지 못한다. 반대로, 왜 운동을 하면 수명 연장의 효능이 없는지 또한 알 수 없다. 아직 우리는 우리 몸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발견한 것 중 하나가 당뇨병 치료제에서 출발해 지금은 혁명적인 다이어트 신약으로 자리잡은 삭센다, 오젬픽 등의 약물이다. 소식과 운동, 다이어트 신약의 모든 기전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있다. 우리는 과거보다 좀 더 우리 몸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막연히 “적게 먹으면 몸에 좋겠지”라고 생각하고 적게 먹는 것과, 적게 먹었을 때 우리 몸에 일어나는 일과 적게 먹음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일과 기대할 수 없는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천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점점 더 현명하게 소식할 수 있게 되어가는 중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러한 현명한 소식과 건강, 장수의 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백세인과 초백세인의 장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식단인가, 운동인가, 그것도 아니면 다이어트 신약인가!
건강한 삶을 위한 소식의 이모저모를 완전탐구

간혹 세간의 언론 등에서 100세를 넘긴 장수인 혹은 장수마을을 소개하면서 ‘장수의 비결’을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곤혹스럽게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무언가 깨달음을 얻기는커녕, 혼란만 가중되곤 한다. 백세인들이 말하는 장수 비결이 너무나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매일 인스턴트 라면을 먹으면서도 100세에 가깝게 살았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면서 120세가 넘도록 살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초콜릿에 탄산음료, 맥주에 보드카…, ‘건강’하지 않은 식생활의 표본 같은 대답이 이어진다. 정갈한 음식을 먹고, 생활습관을 바르게 하면서도 80세를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생각하면 부럽다 못해 억울할 지경이다. 당연히 이에 대해서도 해명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장수 집안 노인 267명과 일반 가정 노인 107명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장수 집안의 비결을 탐색한다(여담이지만 이 실험을 위해 동일한 70세 나이의 피험자를 모집했는데, 장수 집안의 피험자 숫자가 2배 이상 많았다는 점에서도 장수 집안의 위력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결과는 어땠을까. 요약하자면, 이들의 내분비 생화학 지표를 비교했을 때, 백세인을 비롯한 장수 집안의 사람들에게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의 활성이 낮게 나타났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쉽게 말해서 사망률과 질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내분비 지표가 섭취 열량을 제한한 사람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소식으로 섭취 열량을 제한하면 인슐린 농도가 낮아지고 인슐린 민감도는 향상된다. 2016년 연구에서 이미 섭취 열량을 제한하는 것이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의 농도를 낮춰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 답은 소식이다. 억울하게도 장수 집안 사람들은 평생 소식을 하지 않고 뭘 먹고 살아도 유전적으로 소식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도 소식을 통해서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소식의 이모저모를 탐구하며 소식의 유익을 전파한다. 소식을 하면 진짜로 수명도 늘어날까? 왜 나이가 들면 모든 사람이 당뇨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걸까? 약물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 무엇을, 또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렇게 원론적인 이야기는 물론, 각종 세세한 정보들도 가득하다. 위고비나 오젬픽 같은 다이어트 신약으로 체중을 감량하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들까? 좀 더 저렴한 제네릭(카피약)이 나오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다이어트 신약이 그렇게 효과가 좋다던데 혹시 부작용은 없을까? GLP-1 계열의 신약으로 체중을 감량했다가 약을 끊고 나서 나타나는 요요 현상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전체적으로 섭취 열량을 줄이는 소식과 간헐적 단식 중에서 어떤 것이 효과가 좋을까? 식단 조절과 다이어트 약 중에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까?

저자는 각종 최신의 연구 결과와 참고자료, 스마트워치나 IoB 기기를 사용한 자신의 경험까지, 실로 다양한 정보를 적극 활용해 소식을 둘러싼 수많은 궁금증과 실질적인 소식 방법에 대해서 총망라한다. 단 한 권으로 소식과 내 몸을 이해하고 건강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지침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경험과 위트가 섞여 읽기 쉬운 것은 덤이다. 그 자신부터 소식을 실천하면서 건강한 삶을 지속하고 있는 저자의 진심 어린 조언에 귀를 기울여 보자.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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