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6:15 (일)
예술과 테크놀로지
예술과 테크놀로지
  • 김재호
  • 승인 2023.08.08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명석 지음 | 새빛 | 516쪽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개정증보판!
테크놀로지가 예술 매체의 발전에 끼친 영향을 미학적으로 통찰한 책!

예술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예술이라고 하는가? 이 두 질문은 어떻게 다른가? 또 미학이란 어떤 학문인가? 예술과 미학의 관계는? 사진 영화 등 아날로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또 다른 예술 분야가 열렸는데, 그렇다면 전통 예술과 이 예술 분야는 어떻게 다른가? 이 질문의 미학적 의미는 무엇인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가상현실의 영역이 등장하였는데, 이 새로운 분야의 매체 미학적 의미는 무엇인가? 본서에서는 이들 주제에 대하여 탐구한다.

본서는 “예술과 미학의 대화(Dialogue between Arts and Aesthetics)”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대화를 통해, 예술은 그 미학적 사유를 더욱 심화시켜 나갈 것이고, 미학은 그 예술적 내용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예술가의 활동과 예술 작품의 의미는 예술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비평, 미학, 철학의 영역과 맞물려져 그 의미의 재해석이 이루어져 왔다.

그래서 본서에서는 아폴론적 예술 분야인 조형예술을 이야기의 중심 소재로 하여 20세기의 예술과 미학의 흐름을 살펴본다. 그러나 “과거는 미래로부터 복귀한다.”라고 했던가! 역시 순수한 현재는 없는 것이기에 시대를 초월하여 예술에 대한 담론들을 끄집어내고자 하였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융합되는 지점을 매체미학의 맥락에서 그 의미를 탐구해보았다. 예술 분야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이 주제에 대하여 살펴본 것이다. 따라서 본서는 예술과 미학, 매체미학이 주요 탐구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예술과 미학의 대화가 필요한가? 우리가 예술의 시원은 잘 알 수 없겠지만 미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등장하기 전부터 예술은 존재하였고 예술에 대한 사유도 면면이 이어져 왔다. 물론 우리가 15,000년 전에 라스코(Lascaux)의 동굴벽화를 그린 원시인이 그것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며 그렸는지는 알 수 없더라도 말이다! 앞선 인간들에 의해 남겨진 흔적에 대하여 어느 시점에선가 후대에 이르러 심미적으로 반복 누적된 감상과 독해에 의해 예술이라고 칭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미학이라는 학문은 그 출발점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18세기 중반에 바움가르텐(Baumgarten)이 “감성적 인식에 관한 학문”으로 아이스테티카(Aesthetica)를 언급한 이후에, 19세기 초반에 철학자 헤겔(Hegel)은 이 애스테틱(Asthetik)을 “아름다운 예술에 대한 철학”으로 규정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비판하면서 “미학에 의해 예술이 죽음에 이르렀다.”라는 견해도 있고, 또 한편 “철학은 예술에 빚지고 있다.”라는 견해도 있다. 아울러 이러한 이해의 어려움을 넘어서고자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사유인 “가족유사성(Familienanlichkeit)” 개념에 의거하여 예술과 미학에 대한 여러 견해의 흐름을 매트릭스(matrix), 즉 하나의 항아리에 담아보려는 당대의 사유에까지도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예술과 미학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학(美學)으로 통용되는 애스테틱(aesthetics, Asthetik)은 고대 헬라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언급한 감각적 인식(aisth?sis epist?m?, 아이스테시스 에피스테메)의 아이스테시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전개된 아날로그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이 애스테틱의 본래적 의미가 되살아나고 있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사진에 대한 연구에서 천재적으로 포착한 ‘시각적 무의식’에서 매체미학이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에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이제 실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아울러 이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디지털 가상의 매체미학의 예술적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한 주제로 등장한 것이다. 이것이 본서의 제목인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의미하는 맥락 중의 중요한 부분이다.

저자에게는 본서를 집필하게 된 동기가 있었다. 대학에서 이 주제들에 대해 강의하면서 뭔가 쉽게 다가서면서도 더 심화된 사유의 길로 안내해줄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예술인문 교양서로 본서의 집필을 구상하였다. 저자는 본서가 대학의 예술인문 교양강좌를 위한 책이면서도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일반교양 독자들에게도 한 자락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가 될 수 있기를 꿈꾸었다. 그러나 예술과 미학에 대해 일반교양 차원에서 길잡이를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것도 20세기에 들어와 테크놀로지의 발전이라는 기술혁명에 조응하는 예술의 새로운 영역의 열림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는 흐름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니, 더욱 쉽게 다가설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저자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독자들에게나 공유되는 지점이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