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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조선혁명선언
쉽게 읽는 조선혁명선언
  • 김재호
  • 승인 2023.08.08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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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돈 지음 | 삼인 | 208쪽

찬찬히, 새롭게 함께 읽는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

조선혁명선언은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 1880-1936)가 집필한 선언문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통틀어 단 하나뿐인 귀중한 ‘혁명 선언’이다. 1923년 1월 중국 상해에서 의열단(義烈團)이 공포하였으므로 ‘의열단 선언’이라고도 한다.

어느 유명 철학자가 우리나라를 “혁명의 나라”라고 했다는데 우리 근현대사를 통틀어 ‘혁명 선언’은 사실 단 하나뿐이다. 그러나 ‘동학란’을 ‘동학농민혁명’이라 부르고, ‘4·19의거’를 ‘4·19혁명’으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그 하나뿐인 조선혁명선언 덕분이다.

『쉽게 읽는 조선혁명선언』은 풍부한 각주와 함께 그 문장 하나하나를 찬찬히 살펴보며 함께 읽고 거기에 담긴 뜻을 새길 수 있도록 애쓴 책이다. 이 책은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을 당시 원문 그대로의 맛으로도 읽을 수 있고, 현재 한글로 번역된 텍스트를 골라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도 있도록 여러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글쓴이가 구성한 책의 순서에 따라 한 단계씩, 여러 과정을 거쳐 읽어나가기를 권한다. 그렇게 이 책이 구성된 순서를 따라 읽다 보면 조선혁명선언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치 100년 전의 조선혁명선언이 지금 여기,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로 한 걸음씩 점점 다가오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먼저 당시 국한문이 혼용된 원문 그대로를 눈으로 한 번 익힌 다음, 한자에 음을 달아 소리로 한 번 읽고 그 다음에는 원문을 한자 없이 우리말로만 다시 읽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다음에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우리말로 번역하여 그 뜻과 의미를 이해하고 새길 수 있도록 촘촘하게 엮었다.

거기에 더해 책의 말미에는 전체 5장의 조선독립선언을 한 장씩 쪼개어 강독하듯이 그 문장마다 원문-번역문-해설 순으로 구성하여, 읽는 이에게 조선혁명선언의 온전한 의미를 더욱 깊이 새길 수 있게 하였다.

글쓴이가 이렇게까지 애써 조선혁명선언을 책으로 쓰고 엮어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유는 “당시가 일제 식민지였으니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독립운동이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였을 뿐, 신채호가 조선혁명선언에서 제시한 혁명의 테제는 백 년이 지난 21세기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쉽게 읽는 조선혁명선언』은 비록 당시와 지금의 시대 상황은 달라졌을 수는 있어도 조선혁명선언의 의미와 가치는 여전하다는 것을 새롭게 일깨운다. 글쓴이는 ‘조선혁명선언의 이해’에서 이렇게 말한다. “신채호가 조선혁명선언에서 제시한 혁명의 테제는 백 년이 지난 21세기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직도 시퍼렇게 진행형이다. 그것이 우리가 다시 조선혁명선언을 읽어야 할 이유다.” 공표된 지 100년이 지났어도 조선혁명선언은 당당하게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

위안부 합의 문제, 징용공 보상 문제는 물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까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오늘, 이 책을 통해 조선혁명선언을 새롭게 읽는 것도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책 속 부록으로 단재 신채호의 상세한 연보 그리고 1923년 당시의 「조선혁명선언」을 실제 크기로 영인해 놓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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