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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모든 열정
사라진 모든 열정
  • 김재호
  • 승인 2023.08.08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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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 색빌웨스트 지음 | 정소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80쪽

여든여덟 해 동안 멈춘 적 없는 은밀한 날갯짓,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내면의 방문을 열 시간

국내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연인이자 소설 『올랜도』의 모델로 알려져 있으나, 당대에는 울프보다 더 인정받는 작가였던 비타 색빌웨스트의 대표작이다. 정계의 거물이었던 남편을 떠나보내고 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 비로소 마음대로 살기를 선언한 여든여덟 살의 주인공 ‘슬레인 백작부인’은 새로 얻은 ‘자기만의 집’에 머물며 결혼 이후 묻어두었던 어린 날의 열망과 다시 한번 마주한다.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오롯이 몰두한다는 점, 출간 당시 크게 흥행해 이 책을 출간한 호가스 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했던 울프에게 금전적 여유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자기만의 방』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사라진 모든 열정』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를 부록으로 실었다.

『사라진 모든 열정』은 관습에 얽매인 여성의 처지에 관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노년의 삶에 대한 ‘아직 덜 늙은’ 이들의 환상 또한 깨트리는데, 한적한 동네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며 조용히 생활하기를 원했던 슬레인 백작부인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마어마한 삶의 복잡함”을 몸소 겪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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