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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캐럴라인
불쌍한 캐럴라인
  • 김재호
  • 승인 2023.08.08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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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프리드 홀트비 지음 | 정주연 옮김 | 휴머니스트 | 400쪽

‘혐오든 연민이든 멋대로 하라지!’
우스꽝스러운 할머니가 되더라도 지켜야 할 나다움

여성과 아동, 흑인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사회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 인정받는 소설가였던 위니프리드 홀트비의 대표작 중 하나. 국내 초역. 개인적인 사랑보다는 사회적인 성공을 꿈꾸는 일흔두 살의 주인공 ‘캐럴라인’을 둘러싼 다양한 주변 인물의 목소리를 담아낸 소설로, 가난한 비혼의 노년 여성을 향한 혐오와 연민의 시선을 가볍게 튕겨내는 작품이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장마다 다른 인물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데, 거의 매 장이 ‘불쌍한 캐럴라인’이라는 말로 끝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러나 꿋꿋하게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캐럴라인의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정말로 ‘불쌍한’ 이들이 누구인지 되묻게 만들고 노년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한 꺼풀 벗겨낸다. 한편 《불쌍한 캐럴라인》 출간 이듬해에 신장병의 일종인 브라이트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에도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다음 소설 《사우스 라이딩》의 집필에 몰두한 홀트비의 모습은 죽음 직전까지 일을 놓지 않았던 캐럴라인과 겹쳐 보이는데, 그렇게 완성한 작품이 오늘날까지 대중에 사랑받으며 홀트비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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