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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대학평가, 교수를 어떻게 바꾸었나
30년 대학평가, 교수를 어떻게 바꾸었나
  • 강일구
  • 승인 2023.07.24 0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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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학회 학술포럼
김수한 교수 “평가지표가 채용지표로”
한국교육학회는 지난 15일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수한 고려대 교수는 '평가 지표는 대학의 연구와 교수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사진=픽사베이

대학과 학계를 대상으로 한 지난 30년간의 평가와 순위경쟁을 짚어보고 교수들이 처한 노동환경에 대해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교육학회는 지난 15일 ‘평가 지표는 대학의 연구와 교수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주제로 제2회 학술포럼을 열고 대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한 외부기관의 평가 문제를 환기했다. 발제를 맡은 김수한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2017년에 진행했던 연구를 최신화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대학에 대한 외부기관의 평가를 학문 간 불균등과 연구자 내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를 비롯해 <중앙일보>, QS세계대학평가, THE세계대학평가, US뉴스&월드리포트, 상해교통대학 등이 실시하는 평가가 대학의 목적·조직구조·전략·생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대학본부도 이를 수용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면서 그 영향이 개별 연구자의 학문·교육 활동에까지 연쇄적으로 미쳤다는 것이다.

평가기관마다 가중치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연구에 모두 치우쳐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중앙일보> 평가의 경우 연구지표의 세부항목인 해외저널과 연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며 인문사회계열 연구자에게 불리한 여건을 만들었다고 봤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연구업적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연구비와 해외저널 두 가지로 평가했지만, 1999년에는 인문사회분야와 무관한 지표인 지식재산이 추가돼 2022년 들어 연구지표의 21%까지 차지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연구지표의 반영비율 및 세부 항목의 변화, 1994-2022년 (단위: %)
 중앙일보 대학평가 지표 및 점수 구성의 변화, 1994년-2022년

반면, 2000년 이후 반영된 국내논문은 다른 평가항목에 비해 늦게 포함됐고 반영비율도 낮았다. 2008년~2015년 국내논문의 반영비율은 해외논문의 절반도 되지 않았으며, 연구비와 지적재산보다 낮은 배정을 받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연구지표가 자연과학·공학·의학·생명공학 분야에 비해 인문사회분야에게 매우 불리하다고 했다. 학문과 연구의 특성상 이공계는 해외저널에 연구를 게재하는 것이 보다 일반화됐고, 대학본부와 이사회도 이공계를 지원하지만, 인문사회 계열은 대학평가 지표를 높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짚었다.

대학평가 기관이 사용하는 평가지표는 대부분 대학이 신임교원을 선발하는 기준에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전임교원을 선발한 112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임교원 채용 때 영어·외국어 강의 능력의 평가를 명시하거나, 외국어 능력평가가 면접과정에 포함됐다. 112개 대학 중 64곳(57%)이 신임교원에게 영어강의를 의무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영어강의 요건은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기준으로 상위 30위에 속하는 대학의 84%에서 임용공고에 명시하고 있다. 

연구업적이 전임교원 채용에도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국제저널 출판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자 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교수는 “2015년 공개채용 공고에서 ‘SCI/SSCI 논문’을 명시한 대학이 전체의 73%에 달하며, 이러한 경향은 상위권 대학일수록 두드러진다”라며 “2015년 <중앙일보> 평가 기준으로 상위 30위권에 해당하는 대학의 83%가 공개채용에서 SCI/SSCI를 명시적 선발 기준으로 삼고있고, 기타 70% 대학도 이런 관행을 따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제학술지 게재에 대한 우대는 문학·역사·철학 같은 인문분야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2010년대 초반에는 ‘국제학술지 최소 1편’이 사회계열의 최소 조건이었다면 이제는 2편 또는 3편이 임용후보 조건이 됐다. 이공계열에서 요구되는 연구업적 기준도 그사이 훨씬 강화됐다. 주저자 혹은 교신저자로 출판한 SCI/SCIE 최소 편수는 증가했고 임팩트팩터 20% 혹은 10% 이상을 업적으로 인정한다는 공고도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위쪽 그래프는 2015년 전임교원 임용기준(112개 대학 공채공고, 단위: %)이다. 아래쪽 그래프는  2023년 전임교원 임용기준(121개 대학 공채공고, 단위: %) 이다.

이 같은 기준은 임용단계를 넘어 대학교수 전체를 관리하는 인사제도에 근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전임교원에 대한 인사제도에도 교수채용에 사용된 기준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평가지표와 밀접하게 연관된 교수임용은 평가순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전공과 학과에 대해 신규채용을 보류하거나, 비정년 트랙에 한해 채용하기도 한다. 평가순위를 높일 수 있다는 핑계로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단과대학을 통폐합하거나 신규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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