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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스스로 지역과 함께 생명력 갖춰야”
“대학 스스로 지역과 함께 생명력 갖춰야”
  • 조준태
  • 승인 2023.07.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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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지역 소멸’ 대안 찾는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

“교육부가 주관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면 1천억을 준다고 해도 세계적 대학은 못 나온다.”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사진)의 지적이다. 최근 예비지정 결과를 발표한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과 정부 주도의 교육 개혁을 비판한 것이다. 지난 12일 〈교수신문〉은 남 명예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남 명예교수는 “정부의 글로컬대학 프로그램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며 “중앙집권 시기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다고 해도 향후 몇 년 안에 세계적 대학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정부 주도 사업이 모두 같은 길을 걸었다며 HK 사업을 언급했다. “공모를 아무리 해봐도, 지원금을 쏟아부어도 사업이 끝난 연구소들은 전부 없어졌다. 포스트 HK 사업에 선정 안 된 대학들은 연구활동을 전혀 못 하고 있다.” 금전적 지원만으로는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남 명예교수는 “대학이 자율성과 근본적인 힘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예산만 지원해봤자 길들여진 시스템에서 벗어나질 못 한다”며 “돈만 매개로 해서 추진하지 말고 대학 스스로가 지역과 힘을 합쳐 밑바닥부터 생명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자생력 키워 길들여진 시스템 벗어나야

그는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결과에 대해서도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번 1차 심사에서는 국립대와 통합대학 위주로 선정했다. 전체 대학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는 대상이 되기도 어려웠다.” 지난달 20일 발표한 교육부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예비지정을 받은 통합대학은 모두 국·공립대뿐이었다. 예비지정된 19개 대학 중 사립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7곳뿐이었다.

“근본적으로 국립대와 사립대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남 명예교수는 고등교육 예산에 대한 국회의 전반적 입법이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만 하더라도 사립대 운영경비 중 일정 부분에 대한 국가지원이 제도화돼 있다. 그렇게 해야만 운영 기반의 토대가 흔들리지 않는다”며 “한국의 대학 재정 지원은 OECD 국가 중 밑바닥”임을 지적했다. “이 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해 국립대와 사립대가 공존하는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이어 그는 “지자체는 대학에 무지하다”며 “지자체에 예산을 넘겨 이런저런 사업을 해봤자 결국 돈 가지고 대학을 갈라내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지역대학 육성 프로그램의 한계였다. 해결책으로 남 명예교수는 “지역에 생각 있고 뜻있는 교수, 산업체 인사, 시민단체가 집단 지성체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지역’이었다. 부산의 향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남 명예교수는 연구모임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인 글로컬대학이 나온 직후 짙어진 지방대학과 지역소멸 문제에 대응하고자 모였다고 했다. 교수를 비롯해 산업체 CEO, 시민단체 등을 동참시켜 오피니언 그룹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기업·시민단체 동참하는 오피니언 그룹 만들 것”

이러한 움직임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지역에서 자생적 대안을 만들려는 시도는 꾸준히 명맥을 이어 왔다. 남 명예교수가 최근 새 편집인을 맡게 된 〈시민시대〉에서 바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제공=〈시민시대〉

부·울·경 지역 월간지인 〈시민시대〉는 이번 7월로 통권 463호에 이르렀다.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잡지이며, 전국에서도 이만큼 오래된 건 많지 않다”라는 남 명예교수의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 역사를 알기 위해선 1979년에 창립된 ‘목요학술회’를 살펴야 한다. 

1979년 9월 13일, 문화 토양을 다져 지역을 새롭게 만들고자 부산 지역 대학교수들과 언론인, 의사 등이 모여 목요학술회를 창립했다. 이듬해 11월 6일, 목요학술회의 내용을 담은 학술교양지 〈목요문화〉가 창간됐다. 남 명예교수는 1980년대 초부터 〈목요문화〉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1995년 7월 6일, 제호를 〈목요문화〉에서 〈시민시대〉로 바꿨고 현재에 이르렀다. 

〈시민시대〉는 지난 1월, 부산 10개 대학 총장 인터뷰 특집(「지역 대학의 위기 상황과 타개책-대학총장에게 듣다」)을 다루며 부산의 대학이 직면한 위기와 해결책을 이야기했다. 지난 5월부터는 「지방대학, 위기원인과 대안」을 연중기획해 매호 연재 중이다.

권오혁 부경대 교수(경제학부), 김종한 경성대 교수(경제금융물류학부), 초의수 신라대 교수(사회복지학과), 하태영 동아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김재훈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학부)가 「지방대학, 위기원인과 대안」의 필진으로 있으며, 다음 호에도 지방대학 주제를 이어갈 것이라고 〈시민시대〉는 전했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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