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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서유기
희곡 서유기
  • 김재호
  • 승인 2023.07.18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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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현 지음 | 이정재 옮김 | 304쪽 | 학고방

원 말엽에서 명 초기에 걸쳐 활동한 극작가 양경현이 지은 잡극 『서유기』 완역

이 책은 원 말엽에서 명 초기에 걸쳐 활동한 극작가 양경현楊景賢이 지은 잡극雜劇 『서유기西遊記』를 완역한 것이다. 이 극은 모두 6권 24척齣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내용은 당나라 삼장법사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의 제자들을 데리고 온갖 역경을 딛고 서천西天에 가서 불경을 구해온다는 것으로, 명나라 때 나온 유명한 소설 『서유기』의 직접적인 조상뻘이 되는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당나라 때 삼장법사 즉 현장玄奘이 실제로 목숨을 걸고 천축天竺에 가서 불경을 가져온 역사적 사실에서 시작되고, 현장 자신이 남긴 여행 기록인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와 그의 제자 혜립慧立이 쓴 현장의 전기 『대당대자은사삼장법사전大唐大慈恩寺三藏法師傳』을 통해 기록으로 남겨졌으며, 송나라 무렵에 나온 통속 독본인 『대당삼장취경시화大唐三藏取經詩話』에서 손오공의 원형을 비롯한 허구적 인물들이 덧붙여지면서 점차 풍부해졌으나, 잡극 『서유기』에 와서 비로소 이야기의 구조와 주요 내용이 확립되고 그 이후 이를 바탕으로 한 소설 『서유기』가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이 잡극 『서유기』가 삼장 일행의 ‘서천 취경西天取經’이야기의 발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한다.

이 작품의 원본은 중국에서는 전해지지 않다가 1925년 일본 궁내청宮內廳의 도서실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그 존재가 알려졌고, 1928년에 일본 학자 시오노야 온鹽谷溫이 도쿄의 코분샤康文社에서 활자본으로 인쇄하여 간행한 현대 판본이 중국에까지 전해지면서 비로소 소설 『서유기』보다 수백 년 앞서 지어진 희곡 작품이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일본에 소장되어 있는 유일본 잡극 『서유기』는 명나라 후기인 만력萬曆 42년(1614)에 간행되었다고 표시되어 있는 목판본으로, 여기에는 『양동래선생비평서유기楊東來先生批評西遊記』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활자본만이 통행되면서 목판본의 본래 모습을 보기 어려웠으나 최근 영인 출간되어 그동안 궁금했던 이 작품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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