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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7] 3억 개 알 중 남는 것은 여남은 마리…1g에서 1t의 인생, 개복치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7] 3억 개 알 중 남는 것은 여남은 마리…1g에서 1t의 인생, 개복치
  • 권오길
  • 승인 2023.07.18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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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

 

개복치는 잠을 잘 때 수면위에 누워서 잔다.  사진=위키미디어

2023년 2월 23일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597회)은, '한가득 찜하였느냐' 편으로 꾸며졌다. 포항 죽도시장의 개복치와 상어찜 등 건강한 밥상 '찜'을 만났다. 그중에서도 동해안에서 가장 큰 시장,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포항의 '죽도 시장'에서 40년째 거대한 대물(大物)을 팔고 있는 박정자 부부가 있다. 여기서 대물이란 몸무게가 평균 1,000kg인 개복치가 그 주인공이다.

한때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버려졌으나 지금은 금값이라는 개복치는 몸집이 워낙 커서 해체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라 하고, 진귀한 재료이기 때문에 맛과 영양, 식감을 오롯이 살리는 찜으로 많이들 먹는다고 한다. 개복치 부위 중 머릿살을 쪄 만든 ‘개복치 머리 찜’은 야들야들하고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거구의 개복치에서 나온 머리 찜은 고작 한 접시 정도이기에 더욱 귀하고 맛있게 느껴진다고 한다.

<한국인의 밥상>의 고명이요 양념인 최불암 씨는 한결 ‘밥상’을 걸게 하고, 입맛을 돋워준다. 

갓 태어났을 땐 가슴·꼬리·배 지느러미 있어

개복치(common mola)는 복어목 개복칫과의 바닷물고기로, 몸길이 약 2~4m, 몸무게는 평균 1,000kg(1ton)인 거대한 물고기인데, 사람 몇 배나 되는 2,000kg인 것도 있다. 몸은 타원형이고, 몸통이 양옆으로 눌러져서 납작하며,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에서 뒤쪽을 잘라낸(토막 낸) 형태이다. 꼬리 없는 물고기의 머리통을 닮았고, 꼬리가 없어서 "head alone" 또는 "only head"라 불린다. 눈, 입, 아가미구멍은 작고, 양턱의 이빨은 새의 부리 모양으로 매우 단단하며, 기동성(機動性)이 거의 없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몸 뒤쪽에서 아래위로 마주 보며 높게 나 있다. 가슴지느러미는 매우 작고, 배지느러미는 없으며, 피부는 두껍고 질겨서 무두질한 부들부들한 가죽 같다. 어류 중에서도 외피가 매우 질긴 편이라서 손도끼, 톱, 예리한 칼로 겨우 손질할 수 있을 정도다.

개복치 살갗에는 40여 종의 기생충이 있으며, 햇빛에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 그렇게 물 위에 떠있기도 한다. 사진=위키미디어

다시 말해서 개복치(Mola mola)는 초대형 어류로 납작한 쟁반형으로, 경골어류(bony fish) 중에서 가장 크고, 넓은 몸에 몸의 끝쪽, 위아래로 뾰족한 지느러미가 돋아있는 재미있는 물고기이다. 이러한 이상한 생김새 때문에 ‘복어목에 속하는 물고기’란 뜻인 '복치'에, "흡사하지만 다른"이라는 뜻의 접두사인 '개'가 붙어 '개복치'라는 이름이 되었다. 잠을 잘 때는 바다 위에 누워서 자고, 수컷은 주둥이가 앞쪽으로 돌출되었고, 암컷은 주둥이의 앞 끝이 거의 수직이라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 몸 빛깔은 등이 푸른색이고, 등은 회색빛을 띤 흰색이며, 몸에는 반문이 없다.    

개복치(ocean sunfish)는 온대성 어류로, 한국, 일본 홋카이도 이남, 세계의 온대 및 열대 해역에 분포한다. 보통 바다의 중층에서 헤엄치고, 하늘이 맑고 파도가 없는 조용한 날에는 먼바다의 수면 위에 큰 등지느러미를 보이면서 천천히 헤엄치거나 옆으로 누워 뜨기도 하는데, 살갗에 40여 종의 기생충이 있으며, 햇빛에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 그렇게 물 위에 떠있다. 개복치는 무리를 이루지 않으며, 플랑크톤, 잔 물고기, 물고기알이나 치어, 오징어, 갑각류, 해파리를 먹고, 상어나 바다사자의 먹잇감이 된다. 또한, 개복치는 어류임에도 부레(swim bladder)가 없는데, 젤라틴 질 피하조직으로 부력을 얻는다. 치어 때는 몸에 가시(spines)가 많이 있으나 자라면서 사라지며, 보통 난해(暖海)에 살고, 때로는 연안의 자리그물에 걸리기도 한다. 

개복치는 모든 어류 중 가장 많은 수의 알을 낳는데 한 번에 완두콩만 한 알을 3억 개나 낳는다. 하지만 알을 낳는다기보다는 거의 살포하는 수준이라 그중에서 성체로 자라는 것은 겨우 두어 개 정도, 운이 좋아야 여남은 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무정란 상태로 부패 되거나 알 상태로 잡아먹히며, 치어가 되어도 온갖 천적들에게 먹혀버린다. 갓 부화 된 유어(幼魚)는 2.5mm에 1g이었으나 1,000kg 넘게 자라는데, 성장 과정도 참 독특하다. 갓난 새끼일 때에는 여타 물고기들처럼 꼬리지느러미, 가슴지느러미, 배지느러미, 등지느러미 등이 모두 있지만 자랄수록 모습이 기괴하고 이상하게 변하니 자라면서 꼬리지느러미가 퇴화하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비대하게 자라는 반비례 성장을 한다. 약 1~2년 만에 성체가 된다니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한국, 일본, 대만에서 식용한다. 혼획(混獲, bycatch)으로 잡히는 수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포항에서도 자주 볼 수 없는 물고기로, 공급 자체가 적은 생선이라 가끔 파는 고래고기보다 보기 힘들다. 포항에서는 제사 음식이나 장례식장 음식으로 먹으며, 인근 경주시에서도 장례식장에서 종종 개복치 수육을 맛볼 수 있다. 포항의 죽도시장에서 가끔 개복치를 해체(解體)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워낙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라 구경꾼들이 몰릴 정도라 한다. 개복치는 쥐치처럼 복어목이지만 독이 없기에 먹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개복치 껍질 살은 새하얀 묵이나 두부처럼 생겼고, 실제로도 맛도 밍밍하다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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