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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역할은 마음 건강의 핵심…연극치료로 되찾기
창조적 역할은 마음 건강의 핵심…연극치료로 되찾기
  • 윤선희
  • 승인 2023.07.2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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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말하다_『연극치료의 원리』 스티븐 오스틴 지음 | 박미리·윤선희 옮김 | 학지사 | 152쪽

세상은 무대, 사람은 세상
‘나’라는 작은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용기 요구

우리는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그 과정에서 때론 상처받고 좌절하기도 한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면 우리는 부정적 생각에 빠져들어 현재의 상황이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절망하곤 한다. 그리고 이 세상 누구도 나를 이해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한다. 

 

어쨌든 인간은 세상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상처받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사회 속에서 사랑받으며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다. 연극 속의 주인공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주인공은 어려움에 처해서 좌절하고, 주변인의 도움과 협력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으로 나아간다. 이때 행복이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연결되고, 희망은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리고 이를 보는 관객은 주인공의 삶과 자신의 삶을 연결해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처럼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 그리고 무대와 관객은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성장에 기여한다. 

저자 스티븐 오스틴은 관객과 무대의 이런 유기적 관계에 주목해 연극치료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연극의 가장 기본적 요소인 인간의 성격에 주목해 이를 3요인으로 나눈다. 이것이 창조하는 역할, 수용하는 역할, 그리고 실행하는 역할이다. 이 세 가지 역할의 상호 작용에 따라 우리의 마음이 변화하고, 그리고 마음에 따라 몸이 변화한다. 

치료란 알아차림으로써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창조성이 필요하며, 변화하기 위해서는 그 창조성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수용과 실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구조는 단순히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희곡으로, 연극으로, 환경으로 확장되는데, 이것은 세상이 움직이는 구조가 우리 개인에게도 같은 원리로 적용되고 있음을 말한다. 

 

연극에서 주인공과 관객은 서로를 성장시켜나간다. 사진=픽사베이

희곡에서 주인공과 무대가 창조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관객은 수용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아 서로를 성장시켜나간다. 그러나 우리가 심리적 어려움에 처할 때는 창조적 역할을 잊거나 부정적으로 치우치게 된다. 그리고 이때에는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창조적 역할을 맡아 부정적 생각에 빠진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 

이는 내가 변화할 때 세상이 변화하며, 세상이 변화할 때 나 역시 변화한다는 말과 같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어려움에 처할 때 타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통해 부정적 생각에서 빠져나와 긍정적 생각으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연극치료는 연극의 구조와 같이 치료 구조에서 참여자가 해결해야 할 심리적 문제를 세분화하고, 문제를 극복하는 경험과 앞으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찾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한다. 이때 참여자는 단순히 관객의 역할에 수동적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치료 구조 안에서 삶을 공연하는 배우의 역할까지 두루 경험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실제 삶에서 시도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대처방안을 연습하면서 지금까지 가져온 부정적 생각에서 벗어나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자신을 찾아낸다. 

급격히 개인화하는 사회와 장기간의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생활은 우리에게 소통을 커다란 숙제로 남겼다. 지금 우리는 ‘나’라는 작은 울타리 밖으로 나갈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세상 속의 존재임을, 누군가 나의 손을 잡아줄 것임을,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 이 책 보러가기 『연극치료의 원리』

 

 

 

윤선희 
용인대 문화예술대학원 연극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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