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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부터 팬데믹까지…우리 시대에 빛을 비추다
세월호 참사부터 팬데믹까지…우리 시대에 빛을 비추다
  • 맹문재
  • 승인 2023.07.21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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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 『구름 사이로 빛이 보이면: 2023 오늘의 좋은 시』 김지윤·맹문재·오연경 엮음 | 푸른사상 | 240쪽

선정 작품마다 해설하고 왜 좋은 시인지 설명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좋은 시의 기준도 변해

이 책 『구름 사이로 빛이 보이면: 2023 오늘의 좋은 시』는 한국 현대시의 흐름을 살펴서 우리 시단의 지형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시의 시대적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시인들조차 시의 시장성이 거의 상실되었다고 말하는 시대에 이 선집의 의도는 무모한 것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시인들이 온몸으로 쓴 작품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은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시인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 영향받기에 그 상황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시인이 창작한 작품은 시대의 조류나 사상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시인은 시의 조건에 충족되는 언어를 사용하고 형식을 마련해 역사의식이나 자신의 철학으로 통합·융합하는 것이다. 

이 선집은 전년도에 발간된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엮은이들이 좋은 시라고 여기는 작품을 선정해서 수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워낙 많은 문예지가 발간되고 있기에 발표된 작품을 모두 살펴본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엮은이들은 이 일에 책임진다는 자세로 선정한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해설을 붙였다. 이러한 시도는 다른 선집과 차별되는 특징으로 최대한 독자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것이다. 

근래에 발간된 선집에서는 코로나19를 제재로 삼은 작품이 특히 눈에 띈다. 2019년 12월 이후 팬데믹 상황에서 겪은 사람들의 고통과 불안을 시대의 문제를 넘어 인류 문명의 문제로 진단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데다가 강력한 전염력과 긴장할 만한 치사율을 보여 전 세계인들에게 공포심을 주고 있다. 

번식이 빠르고 변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대중적으로 보급이 가능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등장을 인류 자체를 위협하는 증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과도한 자연 개발과 사용으로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고 오염되어 많은 생물이 멸종하고 있듯이 인간 또한 그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선집에는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담은 작품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참사가 일어난 지 오래됐지만, 시인으로서 기억의 의무를 다하고 희생자들과 연대하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 일상, 가족, 노동, 역사, 전쟁, 물질주의, 자본주의 등을 제재로 삼은 작품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 현대시는 신선한 창의력으로 말미암아 종종 난해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의 시가 어렵다고 하는 지적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어서 설득력 있는 답변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엮은이들은 난해한 시를 쉬운 시와의 이분법으로 나누어 개념화하지 않는다. 어려운 시란 독자의 주관적인 판단이기에 그 자체에 갇히지 않고 좋은 시와 그렇지 못한 시로 구분 지어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엮은이들은 선정한 작품마다 해설을 달고 왜 좋은 시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2002년 박명용, 이은봉, 이승하 교수에 의해 『오늘의 좋은 시』가 간행된 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최문자 전 협성대 총장, 김석환 전 명지대 교수(문예창작학과), 이혜원 고려대 교수(미디어문예창작전공), 임동확 한신대 겸임교수(문예창작학과)가 참여했고, 이제는 오연경 고려대 교수(교양교육원), 김지윤 상명대 교수(한국언어문화전공)가 필자와 함께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좋은 시의 기준 또한 불가피하게 변할 수밖에 없기에 또 다른 엮은이들을 
기대한다.

한국 현대시는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에 좋은 시의 기준을 통일시키는 것은 어렵다. 시인의 노력을 작품의 형식적 완성으로만 평가할 수 없지만, 작품의 완성에 든 시인의 노력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이렇듯 이 선집은 단순히 작품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엮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좋은 시 기준으로 살펴본 것이다. 이 선집에 수록된 시가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우리 시대를 인식하는 데 풍성한 빛을 비추어주는 선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맹문재 
안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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