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6:40 (일)
겨울 공화국의 작가들
겨울 공화국의 작가들
  • 김재호
  • 승인 2023.07.11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영주 지음 | 이형진·정기인 옮김 | 소명출판 | 318쪽

유례없는 정치적 억압의 시기 속 전례없는 급속한 경제 발전의 시기 김지하, 이문구, 조세희, 황석영
이 시대는 정치적 억압과 검열로 인해 어렵기도 했지만, 그런 시대에도 문학의 실천과 일상적인 관련성을 동시에 확장한 이유와 방법을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은 이 시대를 형성한 인물들의 삶과 작품을 다루며 그 시대의 문학, 문화, 정치사를 조명한다.

‘겨울 공화국’은 박정희 군부 독재에 주어진 인상적인 이름이었고, 이 명명식에 참석한 열광적인 군중들 앞에서 낭송된 미출간 시의 제목이기도 했다. 이는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국가 권력에 대한 강렬한 은유가 되었다. 1975년 2월 12일 밤, 전라도 광주에서 젊은 고등학교 교사 양성우는 「겨울 공화국」이라는 시를 낭독하였다.

“총과 칼로 사납게 윽박지르고/논과 밭에 자라나는 우리들의 뜻을/군화발로 지근지근 짓밟아대고”와 같은, 이 시의 꾸밈없고 맹렬한 구절은 생생하게 국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삼천리”는 “화약냄새 풍기는 겨울 벌판”으로 변해 버렸다. 사람들은 이제 모든 곳에서 “뼈 가르는 채찍질을 견뎌내야 하는/노예다 머슴이다 허수아비다”. 그러나 여전히 시인은 “겨울 벌판에/잡초라도 한 줌씩 돋아나야”한다고 말한다. 결국, 시인은 마지막 연에서 자연법칙에 어긋나고 봄의 해동을 막아버린 비뚤어진 정치권력에, 구속된 신체의 일그러진 고통으로라도 저항하기를 촉구한다. “묶인 팔다리로 봄을 기다리며/한사코 온몸을 버둥거려야/하지 않은가.”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