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규의 비디오는 짙은 파랑이다. 하늘과 바람, 파도로 그리는 부산의 모습은 시원하지 않고 차갑다. 그 너머에 혹은 그 깊은 곳에 도사린 불안함은 은연한 현실의 위기를 내비친다.
시대를 담아야 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정월」은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작품은 가족, 지인의 일상에서 출발해 지구온난화, 후쿠시마 오염수의 모습을 한 재난에 가닿는다. 삶들의 집약이 곧 시대이고, 이를 기록하는 일이 곧 시대 담론을 펴는 일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거대도시와 환경오염으로 표상되는 SF적 상상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린다. 디스토피아의 도래 앞에서 분명해지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믿고 싶은 것,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위기와 함께 온다.
「정월」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는 각자 어떤 답을 내놓게 될까.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에서는 황민규의 개인전 「Out of the Blue」를 오는 8월 4일까지 선보인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
저작권자 © 교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