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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뉴트로, 테크노’...김정은 시대의 북한사회와 문학예술
‘레트로, 뉴트로, 테크노’...김정은 시대의 북한사회와 문학예술
  • 김재호
  • 승인 2023.07.07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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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과학기술로 인해 격동하는 북한의 일상
애국주의적 생태환경 보호, 가족관계의 변화, 윤리의식 등 일상의 변화 포착돼
북한의 비출산, 임신중지, 소자녀 선호 현상 그려지기도
남한에서는 유튜브의 팬창작 통해 북한 이미지 레트로 감성으로 변형해 소비

2020년 팬데믹 이후 북한사회의 폐쇄성이 더 강화되었다. 북한의 공식 매체나 대외선전 매체를 통한 정보가 제한적으로 유통된다. 미중 관계의 긴장 고조는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을 불러오고 있다. 남북관계는 주변 정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을 떠안게 되었다. 정보의 부족은 인식의 왜곡을 불러온다. 이럴 때일수록 내밀한 북한 사회문화 읽기와 독해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북한 내부에서 소통되는 문학예술 작품, 그리고 일상의 변화를 포착하는 학문적 작업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연구자들의 ‘힘 더하기’이다. 

남북문학예술연구회는 최근 북한문학, 북한 공연예술, 그리고 인터넷 미디어 등을 통해 북한 사회 문화의 변화를 ‘레트로, 뉴트로, 테크노’라는 키워드로 접근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월례 세미나와 토론 등을 통해 축적한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레트로, 뉴트로, 테크노 : 세가지 키워드로 이해하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사회와 문학예술> 학술대회를 지난 7일(금) 동국대 사회과학관 첨단강의실 M308에서 진행했다. 

 

‘레트로’는 북한사회가 사회주의적 전통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뉴트로’는 20세기의 ‘천리마’를 21세기의 ‘만리마’로 소환하는 것에 대한, 그리고 ‘테크노’는 ‘과학기술 룡마 기수’로 상징되는 북한의 전략적 접근에 대한 논의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북한문학예술 연구자들이 8개의 주제로 최근 북한 사회 문화의 변화를 정교한 텍스트 분석을 통해 접근한 실증적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김민선 박사(성신여대)는 남한에서 북한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양상을 분석했다. 유튜브 팬창작을 중심으로 게임 <우마무스메>와 북한의 콘텐츠를 편집하여 ‘레트로 감성’을 소비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이러한 콘텐츠는 ‘북한 사회를 미화된 과거로 타자화하여 향유하려는 욕망’을 안고 있다. 

조은정 박사(성균관대)는 ‘북한 청년 세대’들이 직면한 현실을 구체적 텍스트를 통해 살펴보는 작업을 했다. 김정은 체제는 ‘만리마 속도’와 ‘청년강국’을 강조하는데, 실제 현실에는 북한 청년들이 냉철한 현실인식과 불평등한 상황‘에 대한 대응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오삼언 박사(국립산림과학원)는 김정은 시대 ‘산림복구전투’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생태환경’을 ‘혁명적 경관’으로 상징화했다면, 최근에는 “사회주의 강국이라는 비전과 발전의 욕망을 생태환경에 투영”했다고 해석했다.

이예찬(성균관대 박사수료)은 남한에도 잘 알려진 『청춘송가』의 개작 과정을 분석했다. 텍스트를 꼼꼼하게 대조하는 미시적 연구방법론으로 ’퇴고와 개작 과정에서 시대상황이 반영되는 양상‘을 밝혀냈다. 

이지순 교수(통일연구원)는 북한 여성의 사회진출 독려가 ‘가정 내 성역할을 둘러싼 부부 갈등’을 파생시켰다고 했다. 북한 사회에서도 ‘인구 문제’가 부각되고 있으며, “비출산, 임신중지, 소자녀 선호” 등의 현상이 나타고 있다. 북한 당국이 “남아선호와 다자년 출산 장려”를 하고 있음에도 북한 주민들은 정책에 순응할 수 없는 현실적인 곤란을 겪고 있음을 밝혀냈다. 

하승희 박사(동국대)는 ‘과학기술과 결합한 신년경축공연’이 갖는 의미를 분석했다. 북한은  ‘과학기술을 전략적 돌파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가의 모든 영역에 과학기술 관련 역량을 집중’시킴으로써,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위를 확보하려 한다고 보았다.

고자연 박사(인하대)는 북한의 윤리의식의 변화에 주목했다. 북한은 제8차 당대회를 전후하여 보신주의 및 패배주의 타파를 강조했다. 그 영향으로 “북한에서 미덕이라 여겨지던 덕목이 비판의 대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았다. 

김성수 교수(성균관대)는 팬데믹 이후 북한사회의 변화를 논의 대상으로 삼았다. 김정은 시대에 문학적 상징은 ‘과학기술 룡마 기수’와 ‘방역대전의 보건 전사’로 이미지화되었다. 이전 노동자가 ‘토건시대 노력영웅’이었다면, 현재의 노동자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청년과학기술자’로 변화했다.

<레트로, 뉴트로, 테크노 : 세가지 키워드로 이해하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사회와 문학예술>은 첫째, 2020년 이후 북한의 일상 변화를 포착했다는 점, 둘째 북한의 정책과 북한 주민의 욕망 충돌을 밝혀냈다는 점, 셋째 구체적이고 미시적 텍스트 분석으로 통해 북한연구의 학문적 접근을 풍부하게 했다는 점, 넷째, 과학기술의 변화가 북한의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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