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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
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
  • 김재호
  • 승인 2023.07.04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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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아일 지음 | 추선영 옮김 | 두번째테제 | 356쪽

모두를 위한 그린 뉴딜은 가능한가?
농민, 노동자, 토착 원주민, 제3세계 민중의 요구, 생태사회주의!

지구의 절반만을 위한, 기존 체계를 전제한 그린 뉴딜에서 벗어나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비인간을 살릴 수 있는 ‘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을 탐색하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후 위기와 온난화 문제가 전면적으로 문제시된 지도 어느덧 수십 년이 흘렀다. 우리나라에서도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고통을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이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농사일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빈민들, 생태계 파괴로 자신의 터전을 잃고 밑바닥 노동자로 전락한 토착 원주민이 아닐까? 한편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은 대체로 새로운 기술 발전을 우선시하고 성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으며, 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위주의 해결책만을 강조하곤 했다.

이제 선진국 반열에 서서 세계에서 그 발전상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기술 개발 및 투자 등의 논의로 기후 변화에 대응해 가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상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다양한 그린 뉴딜 제안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린 뉴딜은 2007년 미국에서 토머스 프리드먼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 새로운 에너지산업을 육성하자고 주장하면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이후 미국인을 위시한 북반구 선진국 사람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으로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그린 뉴딜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널리 알려진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주창한 ‘글로벌 그린 뉴딜’이 나온 지도 몇 년이 흘렀다. 미국에서는 지난 대선 시기 마키/오카시오코르테스의 그린 뉴딜 결의안과 버니 샌더스의 그린 뉴딜 공약이 있었고, 유럽연합의 ‘유럽 그린 딜’이 있었으며, 한국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정책으로 그린 뉴딜 구상이 제시되었다.

이런 여러 그린 뉴딜론은 대체로 북반구에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활용해 온 규제-기술 관료적 접근법을 따르고, 자본주의 체계를 건드리지 않았으며, 자국 내에서만 위기를 해결하고 그에 따르는 짐을 더 약하고 덜 발전된 국가로 떠넘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게다가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난민에 대해서 적대적인 국수주의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책의 저자 맥스 아일은 튀니지 출신 농업사회학자로 남반구 민중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린 뉴딜 구상을 우리에게 펼쳐 보여준다. 『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사진으로 제시된 다양한 그린 뉴딜을 분석하면서, 기존 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그린 뉴딜의 실상을 폭로한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기존의 그린 뉴딜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주된 비판 대상은 생태 근대화 이론과 미국에서 주목받은 마키/오카시오 그린 뉴딜 결의안을 비롯한 사회민주주의적 그린 뉴딜 모델이다. 더불어 아론 바스타니 등 좌파 생태근대주의에 대해서도 그 한계점을 비판하고 있다.

다음으로 2부에서는 기후 위기를 벗어난 새로운 세계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녹색 전환’과 민중 중심의 그린 뉴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농업 및 농생태학, 토착 지식과 탈상품화를 강조한다. 더불어 기후 부채 쟁점에 집중하고 농민, 노동자, 토착 원주민 민중을 위한 새로운 그린 뉴딜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이후 조직되었던 ‘기후변화와 대지의 권리에 대한 세계민중회의’의 기조와 이를 통한 ‘어머니 대지의 권리에 관한 세계선언을 위한 기획’에서 보여준 관점, 즉 남반구의 생태 혁명 강령을 받아들이고 확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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