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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6] 호르몬으로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코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6] 호르몬으로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코이'
  • 권오길
  • 승인 2023.07.04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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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비단잉어)
일본어로 코이 우리말로 비단잉어라 불리는 이 물고기는 스스로 성장억제호르몬을 분비해 물의 양, 깊이를 가늠한 뒤 거기에 맞게 자신의 크기를 정한다. 사진=위키미디어

“국민 감동시킨 김예지의 국회 발언… ‘코이’는 어떤 물고기?”란 제목으로 2023년, 6월, 16일 자, <조선일보> 정지섭 기자가 쓴 기사의 일부이다.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그런 고기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이 있습니다. 이런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시기를 기대하면서 저 또한 우리 사회의 소외된 분들을 대변하는 공복으로서 모든 국민이 당당한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답변해주신 국무위원들 감사드리고요.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막말과 우격다짐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속출하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오랜만에 미소와 박수를 끌어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의 지난달 14일 대정부질문 마무리 발언이다. 시각장애인으로는 역대 세 번째 대정부질문을 마친 김 의원의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그가 언급한 물고기 ‘코이(koi)’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코이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물고기인 비단잉어의 일본식 표현이다. 한자로는 잉어리(鯉)라고 쓰고, 한글 표기는 원래 ‘고이’가 맞는다.

일본에서는 비단잉어를 ‘헤엄치는 보석’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상어로 아끼는데, 비단잉어가 관상어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라 한다. 니가타현(Niigata  Prefecture) 일원에서 식용으로 키우던 일부 잉어가 돌연변이(突然變異, mutation)로 색깔을 갖게 된 것이 주민들의 눈에 띄었다. 이를 계기로 연구와 개량이 이어지면서 인기 관상어가 됐다 한다.   

특히 니가타현 전체 비단잉어의 45%를 생산하는 오지야 시(小千谷 市)는 일본 비단잉어의 본산으로 꼽히며, 이곳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씩 내로라하는 생산업자들이 모여 잉어 품평회도 연다. 일본인들의 잉어 사랑은 각별해서, 히로시마의 대표적 명승지인 히로시마 성의 별칭은 ‘잉어 성’이라는 뜻의 리조(鯉城)라 하고, 히로시마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 이름도 잉어의 영어 이름 카프(carp)를 딴 ‘히로시마 도요 카프(Hiroshima Toyo Carp)’이다.

일본 비단잉어인 코이(koi)는 어항에서 키우면 8㎝ 내외, 수족관에서는 15㎝ 정도, 연못에서 키우면 25㎝ 내외, 큰 강에서 자라면 120㎝로 15배나 크게 자라나는 물고기로, 환경에 따라 자라는 크기가 다르다. 코이는 스스로 성장억제호르몬을 분비하여 물의 양, 깊이를 가늠한 뒤 거기에 알맞게 자신의 몸 크기를 정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코이가 자라는 물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듯 사람 또한 주변 환경과 의지에 따라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꿈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게 ‘코이의 법칙(Koi’s Law)’이다. 

비단(緋緞) 잉어(brocaded carp)는 아무르잉어(Amur carp, Cyprinus rubrofuscus)의 색 변종(colored variants)이다. 즉, 일본에서 코이는 사랑과 우정의 상징이고, 비단잉어(Cyprinus carpio)는 아무르잉어의 아종(亞種, subspecies)으로 취급한다. 코이는 품종이 대략 30여 종이 되며, 평균수명은 보통 100~200살이라 한다. 잉어 품종은 몸 색깔, 무늬 및 비늘로 구별되는데, 주요 몸 색깔 중 일부는 흰색, 검은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및 크림색이다. 코이 야생종(wild form)의 원산지는 중국, 베트남, 아무르강 등이고, 냉수성 어종인 잉어는 유럽 중부와 아시아의 담수지역에 넓게 퍼져 산다. 이들 물고기는 흑 냄새가 많이 나고, 잔뼈가 많아(boniness) 찜 말고는 잘 먹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양식 어종(domesticated fish)으로 키워 먹었다.

잉어들의 색 변이(돌연변이)는 세계적으로 생겨났고 일본의 비단잉어도 그중의 하나다. 붕어(carp)의 돌연변이종인 금붕어(goldfish, Carassius auratus)도 1천 년 전에 이미 중국에서, 선택법으로 개량·개발했으며 노랑·귤색·흰색·붉고 흰색 등이 있다. 금붕어와 코이는 서로 같은 잉엇과라 교잡(interbreed)이 쉽게 일어난다. 그러나 암말과 수나귀 사이에서 생겨나는 잡종 노새(mule)처럼 이들 물고기 후손은 불임(不姙, sterile)이다. 그리고 비단잉어도 금붕어와 달리 입술에 수염(barbels)이 붙어있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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