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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9시간’ 수업시수·‘학과’ 원칙 사라진다
‘주 9시간’ 수업시수·‘학과’ 원칙 사라진다
  • 강일구
  • 승인 2023.06.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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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전면개정 입법예고
글로컬대학 규제 과제 11건도 개정에 반영
고등교육법 시행령 주요 개정 내용 ※교육부 자료
고등교육법 시행령 주요 개정 내용 ※교육부 자료

‘주 9시간’ 수업시수 기준과 ‘학과 원칙’이 사라진다. 일반대·전문대·산업대·교육대의 전임교원 수업시수는 대학이 학칙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강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교육부는 제7차 대학규제개혁협의회를 열고 ‘고등교육법 시행령’ 115개 조문 중 33개에 대한 개정을 확정해 28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을 오는 8월 8일까지 입법예고한다. 이번 개정에는 대학들이 글로컬대학을 신청하며 교육부에 요청했던 규제혁신 과제 중 즉시 개선과제(총 58건) 11건도 반영됐다.

‘주 9시간’ 수업시수 기준 페지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의 역할이 산업체와 지자체 협력으로 확대되면서 전임교원의 역할이 연구·산학·대외협력 등으로까지 확대됐으나, 수업시수는 원칙적으로 주 9시간으로 통용돼 교원의 역할 변화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대학발전과 특성화에 따라 수업시수를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주 9시간 원칙’ 수업시수 폐지에 대해 남중웅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한국교통대)은 환영 의사를 표했다. 남 위원장은 “이는 국립대에서 요구했던 사항이다. 교육부와 국교조가 협약을 체결한 사항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개정 찬성 이유에 대해서는 “수업시수를 9시간에 묶어 두는 것은 아주 오래된 사안이다. 수도권의 대규모 대학은 탄력적으로 운영을 하는 곳이 많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는 교섭에 의해 학기당 7시간으로 줄이기도 했다. 일부 대학은 연구중심교수를 택한 경우에는 3학점만 강의하도록 한 곳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는 해당 개정이 지방 사립대 교수 처우를 더 낙후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성렬 사교련 이사장은 “사립대는 이번 기회에 수업시수를 한껏 늘릴 수도 있다. 어떤 대학에선 이미 수업시수를 10시간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강의전담교수에게 한 주에 20시간 강의를 시키기도 했다”라며 “대학이 교수도 안 뽑고 강사도 채용하지 않으니 수업에 대한 부담은 기존 교수가 떠안는다. 기본 수업시수가 늘어나면 초과수당이 삭감되므로 사립대 교수들에게는 임금삭감 효과까지 발생한다. 아울러, 교육의 질도 저하돼 결국 학생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수업시수 기준 폐지와 함께 이번 개정에서는 학과·학부 원칙도 폐지된다. 대학이 학과·학부의 테두리를 넘어 융합학과, 자유전공, 학생 통합 선발 등 자율적으로 학교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학과·학부 조정에 관한 조항이 포함됐는데도 이번에 전면개정까지 한 배경에 대해 김홍순 교육부 대학규제혁신국 과장은 “대학 현장에선 원칙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있다. 이번 개정은 원칙을 변경해 사고의 틀을 바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학부·학과 원칙을 폐지하는 이유는 학교조직을 다른 형태로 유연하게 운영하고자 하는 대학에 해당 규정이 사실상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정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학과·학부를 통합해 선발하는 곳은 이화여대 호크마 교양대학, 서울대 자율전공학부,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카이스트(전체 통합선발), 한동대(전체 통합선발) 등이 있다.

아울러, 교육부는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학술학위와 전문학위로 구분하되, 그 종류와 표기 방법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학위의 종류와 표기 방법은 이전까지 교육부령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학생의 전공 선택권도 확대된다. 그동안 1학년 학생은 전과가 완전히 배제됐고, 2학년 이상 재학생은 첨단학과·융복합 학과(전공) 등 신설학과로의 전과가 제한됐다. 앞으로 1학년 학생에게도 전과가 허용되며 신설 학과(전공)로도 가능해진다. 진로변경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대학의 진로상담 등을 통해 원하는 전공을 이수하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의대 등의 교육과정은 이전까지 예과를 2년으로, 의학과·한의학과·치의학과와 수의학과를 각각 본과 4년으로 운영했으나, 교육과정 운영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비수도권 전문대 성인학습자 정원 외 선발 제한 폐지

일반대의 온라인 학위과정 개설도 자율화한다. 교육부는 ‘대학 등의 원격수업 운영에 관한 훈령’을 개정해 모든 분야에 온라인 학위과정을 허용하고 교육부의 사전승인도 폐지한다.

국내·외 대학과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도 강화한다. 대학들이 강점 분야를 연계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통해 국내·외 고등교육과정 운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교육부의 사전승인 없이도 국내대학이 외국대학에 교육과정을 수출하는 것도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국내대학 간 고등교육과정 졸업학점 인정 범위(2분의 1 이내)도 대학 간 협약을 통해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학교 밖 수업도 자율화한다. 그동안 학교 밖 수업은 요구가 많았으나, 교외 편법 학습장 운영에 대한 우려가 있어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앞으로 수업을 이동수업과 협동수업으로 구분하고 사전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되 편법 학습장 운영 방지를 위한 요건은 마련할 계획이다. 이동수업은 학생 복지 차원에서 본교 출석이 곤란한 대상으로 운영하되, 그 대상을 장애인·국가대표 선수·군인 등으로 한정한다.

또한, 교육부는 협동수업 제도를 신설해 산업체·연구기관 등의 시설·장비·인력 등 활용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과 협약을 통한 학교 밖 수업을 허용한다. 이 경우 학점인정 범위를 졸업학점의 4분의 1로 제한할 계획이다. 협동수업은 하더라도 대학이 캠퍼스에 장소를 임차해 운영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한다. 수도권대학이 지방에, 지방대가 수도권에 학습장을 개설하고 이를 전제로 학생을 모집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산업체의 석·박사 인력 수요 충족을 위해 산업체 위탁 교육도 석·박사과정까지 확대한다. 산업체 위탁 교육은 이전까지는 학사과정까지만 운영이 가능했다. 

또한, 평생직업교육 수요를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춘 대학이 흡수할 수 있도록 시간제 등록생 신청 가능 학점을 상향하고, 지방대의 시간제 등록생 선발 가능 인원도 확대한다.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성인학습자가 원활하게 교육받을 수 있게 비수도권 전문대의 성인학습자 정원 외 선발 제한도 폐지한다. 또한, 전문대 학위심화과정의 입학자격 중 재직경력 요건을 1년에서 9개월로 완화해 계속적인 직업교육 여건도 조성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고, 대학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담대하게 혁신할 수 있도록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하게 제거해 대학의 변화를 뒷받침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표됐던 ‘고등교육법’ 전면개정은 현재 정책연구가 추진되고 있으며 오는 8월에 초안이 나올 예정이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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