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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벽
냉전의 벽
  • 김재호
  • 승인 2023.06.27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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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실 외 7인 지음 | 호밀밭 | 220쪽

한국 전쟁 정전 70주년
냉전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다

올해는 한국 전쟁 정전 70주년이다. 한국 전쟁은 한반도에서 일어났지만 유엔군과 중공군이 참전하며 세계적인 냉전 구도를 드러낸 전쟁이었다. 미국과 중국을 위시하여 당시 적대 관계에 놓였던 국가들은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대결을 반복하며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탈냉전이 희망을 담은 수사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고, 이어진 중국의 패권국으로의 부상 이후 2019년 홍콩 시위,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과 중국의 대치는 냉전 구도가 재편되고 있음을 예고하였다.

결정적으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냉전은 한 번도 종식된 적 없음을, 우리가 ‘신냉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분명히 인지하게 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해방 이후 격화된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서 한국 전쟁이 발발하였으며 지금까지도 분단 상황이기에, 언제나 냉전의 한복판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냉전 상태가 장기화되며 갈등과 폭력이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점이다.

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불안하고 불행하고 불만에 가득 찬 것은 냉전의 그늘에서 자란 때문인가? 왜 이렇게 다들 경쟁적이고, 정신없이 바쁘고, 오늘만 살고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황폐하지? 죽이거나 죽을 이유가 없는 나라에 살아 보지를 못해서 평화로운 삶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인가? 먼 미래 세대의 눈으로 본다면 대체 우리는 냉전 근대 대한민국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
―서문 중에서

시위나 전쟁은 표면적으로 가시화되는 사건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즉각적으로 냉전의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하며 비가시화된 냉전의 산물들은, 문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게 할뿐더러 불안을 일상화하고 편견과 선입견을 재생산?강화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적인 풍경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 중 냉전으로부터 파생된 것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 올린 냉전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고민하는 과정에서 『냉전의 벽-평화로운 일상을 가로막는 냉전의 유산』이 발간되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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