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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쉬운 문제 어렵게 만들기
후쿠시마! 쉬운 문제 어렵게 만들기
  • 정범진
  • 승인 2023.06.26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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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일본 정부의 공식 용어) 문제가 과학기술을 넘어 정치·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올랐다. 이에 <교수신문>은 원자로안전학 전문가인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의 기고를 게재한다. 정 교수는 후쿠시마 처리수 문제에 대해 안전성을 분석하고, 무지를 전파하고 프레임을 씌우는 현 상황을 비판했다.

“지금 후쿠시마에서 방류하겠다는 처리수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배출기준 이하로 낮춘 것이고, 세슘 농도도 2011년 당시 배출량의 0.0003~0.005%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ALPS 처리수 취급에 대한 규제심사를 하기 위해 IAEA 대표단이 방문했다. 사진=도쿄전력

후쿠시마 처리수(Treated water) 방류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이 문제는 매우 단순하게 볼 수 있다. 

첫째, 처리수 방류가 안전한가에 대한 생각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방류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영향도 나타나지 않았다. 2001년부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바닷물과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해서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2011년 사고 당시에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들어간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 해역의 바닷물이나 수산물에서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후쿠시마에서 방류하겠다고 하는 처리수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배출기준 이하로 낮춘 것이고, 세슘 농도도 2011년 당시 배출량의 0.003~0.05%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도 바닷물로 40배 희석해서 방류한다. 문제가 될 턱이 없다. 

둘째, 후쿠시마 처리수의 방류가 위험하다면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일본 자국민에게 발생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 방류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려면 일본이 자국민 보호도 하지 않을 나라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셋째, 도쿄전력이 배출기준 이하의 폐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것은 그들의 권한이다. 이에 대해서 우리가 하라 말라 할 권한이 없다. 삼중수소의 배출기준은 6만 Bq/L(리터당 베크렐)이다. 우리나라의 배출기준은 4만 Bq/L이고 세계보건기구의 음용수 허용기준이 1만 Bq/L이다. 도쿄전력은 이를 40배 희석해서 1천500 Bq/L로 낮춰서 배출한다.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의 방류에 대해서 ‘그런데도 우린 걱정이니 배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국제 사회에서 아무 설득력이 없는 억지일 뿐이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8가지 이유

세상에는 문제를 풀려는 사람도 있지만 문제를 더 복잡하게 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첫째, 프레임 씌우기다. 오염수를 여러 단계의 처리를 거쳐서 배출기준 이하로 만든 처리수를 배출하려는 것인데 공연히 ‘처리수’라는 단어를 거부하고 ‘오염수’라고 불러야 한다고 우긴다.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배출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의 답과 ‘처리수 배출에 찬성하십니까?’의 답은 달라지게 되는 것을 노린 프레임 씌우기다. 

둘째, 과학은 양(量)이다. 그런데 양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세슘·스토론튬·플루토늄·삼중수소가 얼마나 위험한 방사성동위원소인지를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그 양(量)이 극미량임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건 과학이 아니다.

셋째, 음모론을 제기한다. 방사성물질의 농도가 낮아서 지금은 마셔도 되지만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식이다. 배출기준은 장기적인 문제까지 고려해서 설정된 것이다. 기준을 만들어놓는다는 것 자체가 그것보다 높으면 안 되고 낮으면 된다고 단순하게 사안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공학적 조치인 것이다. 일본은 못 믿을 나라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편이라는 주장도 지나가는 소가 웃을 주장인데 가끔 먹히기도 한다.

넷째, 색안경을 씌우는 것이다. 굴곡진 한일관계를 상기시키며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자극한다. ‘이번 시찰단은 일본의 입장을 공고히 할 뿐이다.’ ‘일본 총리십니까?’ 이런 얘기가 그런 경우다. 우리는 우리 해역과 우리 수산물에 방사성 오염이 되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거다. 이런 색안경을 씌워서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섯째, 무지(無知)를 전파하는 것이다. 오염물질이 배출된다고 모두 환경오염이 아니다. 자정 능력을 초과해서 배출해야만 환경오염이다. 그래서 배출이 0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미국과 캐나다가 방류에 반대하지 않는 이유가 ‘회를 먹지 않기 때문’이라고 우긴다. 방사성 물질은 굽거나 끓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여섯째, 일본이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나 도쿄전력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정보를 한글로 제공하고 있다. IAEA의 홈페이지에서 미션 리포트도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일곱째, 사실을 날조한다. IAEA가 일본이 주는 시료만 측정했다거나, 시료를 채취할 때 교반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 IAEA의 미션 리포트를 읽어보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여덟째, 좁은 틈으로 제한된 정보만 보게 만든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알프스(ALPS) 필터의 성능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오염수가 많이 발생해서 처리용량을 초과하는 경우, 필터가 이물질로 막히는 경우, 필터를 교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한번 거르고도 배출기준을 상회할 수 있다는 식의 의혹을 제기한다. 이들 각각에 대해 답을 하다 보면 선동가의 술수에 말려 들어가게 된다. 

 

사회적 문제를 멋대로 축조하는 시대

세계적으로 방사성 액체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은 대체로 유사하다. 우선 방사성 오염수의 방사성 농도를 측정한다. 처리계통을 통해 정화한다. 그리고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한다. 충분히 방사성 농도가 낮아지지 않았다면 낮아질 때까지 재차 정화한다. 마지막으로 배출할 때에도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한다. 농도가 높으면 배출하지 않는다.

이런 액체폐기물 처리 시스템의 한 부분이 다핵종처리설비(ALPS) 필터이다. ALPS 필터가 고장이 나거나, 교환이 되지 않았거나, 한 번에 다 거르지 못한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으면 예외 없이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고 기준치 이하로 낮아진 상태에서만 배출한다. 선동가들이 필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국민이 문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만 보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위험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괜한 걱정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는 ‘축조’(築造)된다는 말을 한다. 문제가 아닌 것도 문제인 것처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학대받는 아동에 관심이 있는 운동가들은 학대받는 아이의 정의를 강조하기 위해서 폭행을 당하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가 주말 쇼핑을 나가서 집에 혼자 남겨진 아이까지 학대받는 아이로 분류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하면 사회적 문제를 축조하기 쉬워진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에 집중하면 유리해지는 세력이 바로 그런 일을 교묘하게 도모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서 학·석·박사를 했다. 과학기술부에서 근무하였고 영국 만체스터대학교에서 연구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심의위원과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 단장을 역임했고 현재 에너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에 선임됐고, 공학한림원의 회원이다. 2012년 대통령상, 2018년 제28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2020년 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커뮤니케이터상을 수상했다. 원자력안전, 열전달을 연구하고 있다. 

 

 

* 이번 기고에 대한 과학적 비판이나 반론,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기고를 바랍니다(원고 보내 주실 곳 :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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