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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사례 ① 중복투고로 얼룩진 ㅇ대 경영대 교수들의 논문
표절사례 ① 중복투고로 얼룩진 ㅇ대 경영대 교수들의 논문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09.16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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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투고에 외국책 표절 … 당사자, “문제될 것 없다”

경기도 ㅇ대 경영대학 교수들의 논문이 표절 및 중복투고라며 학과 학생들이 문제제기하고 총장에게 징계를 요청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확인해본 결과 중복투고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학의 A 교수는 한 편의 논문을 복제해서 2편의 논문을 만들어 학술지에 게재했다. 표절의혹을 받고 있는 같은 대학 같은 과의 B 교수는 외국 연구자의 저서를 요약, 번역해 자신의 저서로 내는 등 전형적인 표절 사례를 보여주었다.

A 교수가 2002년 9월에 ‘경영논집’에 게재한 ‘상법상 이익배당의 회계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하 ‘비판적 고찰’)은 ‘배당금의 회계와 세무에 대한 재검토’(세무학연구, 2001.12, 이하 ‘재검토’)와 비교해볼 때, “전년대비 2000년도 데이터”를 “전년대비 2001년도 데이터”로 수정했을 뿐 서론, 내용 구성, 결론이 동일했다.

그러나 ‘비판적 고찰’은 ‘재검토’를 요약하고 일부 표현을 바꿔 써서 그대로 복제하고 있다. 그리고, ‘비판적 고찰’에서 새로운 내용이 있다면, 1백17쪽에 있는 두 개의 표 뿐이다.

또 그는 ‘회사분할의 세무론적 고찰’을 2000년 2월 ‘국제법무연구’에 게재한 후, 이 논문에서 ‘회사’를 ‘기업’으로만 바꾼 채, 같은 해 하반기에 등재후보지로 선정된 ‘공공경제’에 출처명기 없이 중복 투고했다.

A 교수는 이것 말고도 대전 소재 ㅎ대 C 교수와의 공동작업으로 ‘粉飾會計와 企業倫理, 監査人의 責任’(上場協, 2002.9)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나중에 이 논문을 ‘분식회계에 대응한 기업의 윤리와 감사인의 책임’이라고 ‘한글’로 바꿔 ‘세무학연구(2003.2)’에 게재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A 교수는 “‘비판적 고찰’은 회계쪽만 연구한 것이고 ‘재검토’는 세무에 대한 연구를 추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출판한 학술지가 하나는 등재지인 ‘세무학연구’지만, ‘경영논집’은 대학 내의 논집이라 우리 학교의 경우 업적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한글 제목의 분식회계 논문은 정식 학회지에 게재된 것이고, 한자 제목의 논문이 발표된 ‘상장협’은 비학술지라서 역시 업적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업적평가에만 반영되지 않으면 하나의 논문을 여러 곳에 출판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논조였다.

같은 과 B 교수의 저서 역시 문제가 발견됐다. 이 교수의 저서 ‘전략적 인적자원 관리’(도서출판 형제문화, 2004)는 R.A. 노에 외 5명이 공동저술한 ‘Human Resource management’를 요약 번역해 명백한 표절이다.

가령, 노에의 책 ‘Types of selection Methods’ 장에서 ‘Interviews’에 해당하는 부분을 보자(234~235쪽): “(…) it can be reliable, low in validity, and biased against a number of different groups. Moreover, interviews are relatively costly (…) The Supreme Court ruled in (…) validated by traditional criterion-related or content-validation procedures”

이 부분은 B 교수의 저서에 다음과 같은 모양으로 옮겨졌다: “-면접의 단점: ①신뢰도가 낮다, ②타당도가 낮다, ③특정집단에 대해 편향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④비용이 과다, ⑤면접자의 주관성이 개입, -미국 대법원의 판례: (…) 전통적인 기준타당도, 내용타당도를 확인하고 실시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B 교수는 책 전체에 걸쳐 요약형 표절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영대 학생들은 지난 8월 24일 “대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학습권 보호를 위해 교수들의 표절을 막아야 한다”며 이 대학의 총장에게 B 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 바 있으나, 대학 측은 현재 묵묵부답이다. 게다가 징계를 요청했던 학생은 예정된 장학금까지 철회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경영대 학생들이 지난 1995년부터 11년째 ‘표절추방’ 캠페인을 실시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과에 신입생이 들어오면 선배들이 ‘○○ 경영인 명예선언’을 읽게 하고 “어떤 경우도 부정행위를 통해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게 한다고 한다.

왕정환 학생은 “학생들은 표절 방지를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데, 교수님들이 표절과 중복투고를 하면서도 반성하지 않아 씁쓸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최장순 기자 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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