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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랑, 정치
게임, 사랑, 정치
  • 김재호
  • 승인 2023.06.20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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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피 본 지음 | 박종주 옮김 | 시대의창 | 264쪽

게임화된 디지털 자본주의를 넘어
미래의 인간과 기술을 재구성하려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인 힘인 ‘사랑’과 ‘욕망’을 이해해야 한다

기술과 매체에 대한 쉼 없는 욕망과 실망은 인간의 가장 친밀하고 핵심적인 감정들과 인간관계와 세계를 변형시키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도시가 전 지구적 게임 아케이드가 되어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부과한다. 〈포켓몬 고〉를 비롯한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뿐만 아니라 트위터, 소셜네트워크, 각종 데이팅 앱, 포르노 사이트, 플레이스테이션 VR, 내비게이션까지, 그 모든 게 ‘게임 그 자체’로서 사랑과 정치를 품고 있다.

반응과 보상, 단안경적 시야의 가상 체험을 통해 욕망을 폭발시키는 게임 원리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자동화, 데이터, 예측 기술, 소셜 미디어의 자그마한 홀림과 소소한 매혹에 중독된 인간은 일종의 사이보그이자 로봇이 된 채 저도 모르게 1%의 이익에 복무한다.

런던로열홀러웨이대학교 디지털 미디어 과정에서 강의하며 현대 자본주의 속 감정, 정치, 기술의 관계를 탐구해온 신진 학자 앨피 본의 신간 『게임, 사랑, 정치』는 지금의 기술사회를 “자본주의 발전의 최고 단계에서 사회적 관계가 생산관계의 계기”가 되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욕망혁명에 의한 리비도적 미래에 대한 전쟁”을 탐구한다.

프로이트, 라캉, 바디우, 바르트, 보드리야르, 드보르, 르페브르, 짐멜, 일루즈, 들뢰즈 등 널리 알려진 학자들과 육휘, 도미닉 페트먼, 닉 서르닉 등 신진 학자들의 이론과 디지털 정치, 스마트 도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알고리즘, 딥페이크, 각종 SNS와 애플리케이션, VR 기기에 대한 논의를 아우르면서 미래의 인간과 기술의 진정한 발전 방향에 대해 살피고 있다.

다양한 논의를 통해 저자는 ‘세계를 변형시키는 기술의 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되, 더욱 인간의 근본적인 영역에 천착해야 하며’, 결국 현대사회에서 “디지털 게임”과 “모든 것을 전복하고 융합하는 근원적 감정인 사랑” 그리고 이들의 관계를 설정해내는 “강력한 힘으로서의 정치”가 맺는 삼각관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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