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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감시에서 애국주의 교육까지…통제의 민낯
디지털 감시에서 애국주의 교육까지…통제의 민낯
  • 정원교
  • 승인 2023.06.22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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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시진핑의 중국몽과 미디어 전략』 정원교 지음 | 나남 | 380쪽

SNS 활발해지자 인터넷 통제하고 역이용
미디어는 당이 관리한다는 ‘당관매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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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던 무렵, 중국 우한에서 신종 폐렴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지만 실상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한다는 게 아닌가. 중국공산당(중공)의 언론 통제 때문이었다. 서방의 그런 언론 보도는 나를 그냥 있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은폐로 일관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험이 떠올랐던 탓이다. 그때부터 각국 언론 보도를 체크하고 관련 논문 등을 읽는 등 자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한 뒤 나는 목격했다. 두 명의 의사가 하얀 천을 뒤집어씌운 뭔가를 밀고 있었고, 그 물체는 꿀렁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까무러칠 뻔했다. 그게 사스 감염자들을 태운 휠체어였던 것이다. 급한 대로 격리복 대신 침대 시트를 찢어 덮은 상황이었다.” 

2003년 4월 22일 베이징대 부속 인민병원에서 있었던 광경이다. 병원 측은 당시 세계보건기구(WHO)가 현장 조사를 나오자 실태를 감추기 위해 이같은 짓을 벌였다. 중공의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환자를 태운 버스는 베이징 시내를 빙빙 돌아다녔다. 사스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닌 셈이다. 그때는 그게 가능했다. CCTV(중국중앙텔레비전) 기자로 사스를 취재했던 차이징은 단행본 ‘칸젠(看見)’을 통해 그런 현실을 고발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때 중공이 채택한 미디어 정책은? 이에 대한 접근은 자연스럽게 중국몽 실현을 위한 미디어 전략을 분석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우선 사스가 시작된 2002년과 코로나19가 습격한 2019년 사이 17년 동안 당의 언론 대응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다소 바뀐 부분도 있었다. 

사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당의 정보 조작이 가능했다. 최초 환자 발생 뒤 5개월, 광범위하게 사스가 퍼진 뒤 2개월이 지나도록 CCTV 등 당 매체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는 언론을 통제하면서도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었다. 뉴스를 실시간으로 전파하는 스마트폰과 SNS의 힘이었다. 

더욱이 코로나19 초기 당 중앙의 대처가 잘못됐다는 사실인게 알려지자 중국 네티즌이 시진핑 주석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통로는 위챗·웨이보·틱톡 등의 소셜미디어였다. 사스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서방 학자들은 중국이 인터넷 등장에 따라 상당한 정치적 곤경에 처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은 독재정치를 위협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당은 네티즌의 발언권이 커지는 이상으로 검열과 선전을 강화했다. 이는 인터넷을 통제하고 역이용하는 방식의 개발을 통해 가능했다. ‘디지털 감시사회’가 이미 중국의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 정책의 배경에는 ‘당관매체(黨管媒體)’가 자리잡고 있다. 미디어는 당이 관리한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당이 실질적으로 이데올로기와 여론을 주도한다. 당관매체 원칙은 1921년 중공 창당 이래 계속 이어져 왔다. 1차 당대회에서 채택한 ‘중국공산당 제1차 결의’는 미디어 관련 기본 방침으로 “모든 서적, 일간 신문, 표어, 전단 등을 출판하는 사업은 마땅히 중앙집행위원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원칙은 중국몽 실현이란 목표 아래 특히 중시된다. 시 주석은 여론공작이 당과 국가의 운명과 직결된다고 직접 밝혔다(2016년 2월 뉴스여론공작 좌담회). 미디어를 통한 선전과 동원이 인민들을 단합시키고 국가적 역량을 모으는 기능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20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는 미디어에 대해 시진핑 사상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라고 요구했다. 시진핑 사상의 핵심은 중국몽, 즉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다. 

미디어는 중국몽 실현을 위해 애국주의 교육에도 앞장서도록 요구받는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2019년 11월 공동으로 ‘신시대 애국주의 교육실시 강요’를 발표, 중국몽 실현이 애국주의 교육의 명확한 주제라고 강조했다(1장). 그러면서 모든 미디어는 애국주의에 초점을 맞추라고 요구했다(5장). 이처럼 미디어가 당 사업을 위한 선전도구라는 위상은 마오쩌둥 시기에 확립된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 시스템은 중공이 존재하는 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원교 
차이나 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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