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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4] 소양강 인근 악성외래종, 갈색송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4] 소양강 인근 악성외래종, 갈색송어
  • 권오길
  • 승인 2023.06.16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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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송어
갈색송어는 적갈색으로 길쭉하고, 머리는 좁으며, 살이 부들부들 포동포동하게 쪘다. 성장하면 무게는 20kg 이상이고, 길이는 100cm 이상 나간다. 사진=위키미디어

갈색송어(브라운송어, brown trout)는 국내에 알 수 없는 경로로 들어와 소양강에서 발견된 바 있다. 2021년에 환경부가 생태계 교란 어류로 지정했고, 2022년 국립생태원은 실태조사를 해 ‘갈색송어’가 소양강댐 하류에 정착하였음을 확인해 ‘한국어류학회지’에 발표했다.

갈색송어(Salmo trutta)는 연어과 송어 속에 드는 어류인데, 흔히 ‘브라운송어’로 불리기도 한다. 최대 100cm 정도까지 자라고, 무게는 20kg에 달한다. 갈색송어는 본래 유럽에 서식하던 어종이었으나 현재는 북미, 남미,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여러 지역에서도 살고 있다. 원래부터 살아왔던 토착영역은 노르웨이, 북극해, 대서양의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이고, 1885년경부터 세계적으로 남북아메리카, 호주, 뉴질랜드, 아시아, 동아프리카 등지로 퍼지기 시작했다.

갈색송어는 성질이 사납고, 식탐이 강해 다른 어종을 닥치는 데로 잡아먹는 폭군이기에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선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100 of World’s Worst Invasive Alien Species)으로 지정돼 있다. 형태는 무지개송어(석조송어, rainbow trout)를 닮았으나 무지개송어처럼 적자색 띠가 없고, 그 대신 검은색 점이 크고 드문드문 난다. 석조송어보다 차가운 물에 살고, 식용으로 맛이 좋아 낚시 고기(game fish)로 인기가 많다.

갈색송어는 적갈색으로 길쭉하고, 머리는 좁으며, 살이 부들부들 포동포동하게 쪘다. 성장하면 무게는 20kg 이상이고, 길이는 100cm 이상 나간다. 그런데 작은 강에서는 1kg을 넘지 못하며, 몸길이도 짧다. 갈색송어는 여러 가지로 대서양연어(atlantic salmon)를 닮았으며, 암컷의 체중은 1kg에 2,000개의 알을 낳는데, 알의 수는 체중이 비례한다. 그리고 수명은 보통 20년이고, 다른 종과 잡종을 만들지 않는다. 수정란을 고온에 두면 3배체(三倍體, triploid fish)가 되는데, 3배체는 2배체(diploid)보다 훨씬 빨리 또 크게 자라며, 3배체는 더 공격적이다. 또한 3배체는 불임이다.

국립생태원과 생태조사 업체인 ‘알파 생태연구원’은 2020년과 2022년 현장 조사로 갈색송어와 관련해 여러 사실을 확인해 『한국어류학회지』에 밝혔다. 갈색송어는 소양강댐이 수력발전을 위해 방류하는 차가운 저층수의 영향을 받는 댐 하류(세월교)에서 북한강 합류 지점(소양교 아래)까지 약 10km 구간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 갈색송어는 그해 태어난 어린 개체부터 60cm 크기의 성체까지 고루 분포해 번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2020년 조사에서 19개체, 2022년 24개체의 갈색송어를 확인했는데 크기는 60cm 이상의 대형부터 10~20cm의 중소형 개체와 10cm 이하의 그해 태어난 개체까지 다양했다고 한다.

갈색송어는 차갑고 산소가 많은 계류를 선호하며, 적정 수온은 12.4~17.6℃이다. 연구자들이 조사한 소양강댐 하류의 수온은 5.6~17.7℃로 갈색송어가 서식하기에 적당했다. 자연적으로 갈색송어가 수온이 높은 다른 하천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은 크기 않다고 한다.

갈색송어와 관련해 연구책임자인 김수환 국립생태원 생태안전연구실 박사는 “크기의 분포나 서식지의 여건에 비춰 갈색송어가 생활사를 이루어 번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번식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려면 산란장과 수정란, 치어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박우철 연구원은 “갈색송어는 급류를 잘 타기 때문에 홍수 때라도 멀리 쓸려내려 갈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도 “인근 의암호를 비롯해 인근 하천의 서식 실태를 추가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갈색송어의 주요 먹이는 하천 바닥에 사는 무척추동물로 소양강에는 날도래, 옆새우 등이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덩치가 커지면 다른 물고기나 알 등도 포식해 토종어류와 경쟁해 밀어내기도 한다. 갈색송어가 우리나라에 유입된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어류가 정식으로 수입된 기록은 없고, 무지개송어나 산천어 등의 수정란을 양식용으로 수입하는 과정에서 섞여 들어왔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유력하다고 한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갈색송어 서식지로 밝혀진 소양강댐 하류에는 다른 외래종인 무지개송어를 비롯해 이식된 방어와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하천에만 사는 멸종위기종 어류인 가시고기가 다수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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