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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에서 일본을 읽다
시코쿠에서 일본을 읽다
  • 김재호
  • 승인 2023.06.13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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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한 외 4인 지음 | 연두(yeondoo) | 288쪽

일본의 시코쿠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이유

인천대학교 일본문화연구소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지방 소멸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 환경과 오랜 역사 전통을 장소자산으로 ‘인식’해 지역 재생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일본의 ‘시코쿠四國’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시코쿠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한계 촌락’ 비율이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에 해당한다. 그 결과 지방 소멸이 가장 빠르게 전개되는 지역인 만큼 장소자산에 대한 관심과 활용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장소자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지역 사회의 노력을 살펴보기 위해 첫째 지역 활성화나 관광 자원으로 ‘활용’했거나 ‘정책’화한 사례, 둘째 문학과 영화 등의 영역에서 ‘상상’하거나 ‘재현’해 문화자산으로 가치를 가지게 된 장소에 주목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1장 ‘시코쿠 근세성곽의 운명과 성터 공원의 성립’은 본래 번주의 거주 공간이었던 시코쿠의 근세성곽이 메이지유신 이후 “만인이 모두 즐기는” 공원으로 거듭난 이후 폐번치현에 따라 새롭게 설치된 ‘부·현’의 물리적인 공간 단위에 (지역) 정체성을 부여하고 (주민) 소속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장소자산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제2장 ‘벳시동산別子銅山의 산업 관광화와 장소기억의 형해화’에서는 에히메현 니하마시新居浜市에 소재한 벳시동산別子銅山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지역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산업유산을 활용한 산업 관광이 애초 기대했던 바와 같이 별다른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벳시동산에 관한 지역민의 기억과 관련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재현하지 못한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제3장 ‘일본 과소 지역의 문화예술자산 활용과 과제’는 가가와현 나오시마정直島町에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 아트프로젝트를 추진한 과정과 그에 따라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지역의 변화상을 살펴보고, 아트프로젝트 이후에도 여전히 증가하는 빈집의 발생 원인, 문화예술자산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의 과제 등을 고찰했다.

이와 함께 제4장 ‘일본 농촌 지역 활성화를 위한 장소자산 활용 전략’에서는 에히메현 농촌 지역에서 새로운 지역 활성화 거점으로 운영되는 도로역道の驛의 발달 과정과 운영 메커니즘을 살펴봄으로써 일본의 농촌 지역이 도로역을 중심으로 장소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면서 새로운 장소 만들기를 실현하는지 고찰했다.

다음으로 제5장 ‘문학 도시 ‘하이토俳都’ 마쓰야마松山의 창출과 계승’에서는 문학 도시라는 마쓰야마의 정체성이 근대에 어떤 과정을 통해 구체화했고 현재까지 어떻게 그 전통이 계승되는지 마쓰야마에서 발간된 시대별 지역 안내서를 통해 검토했다.

다음으로 제6장 ‘언덕 위에 구름 뮤지엄과 문학의 장소화’에서는 마쓰야마 출신의 저명한 문학가인 마사오카 시키를 기념하는 ‘시키 박물관’과 일본의 국민 작가로 일컬어지는 시바 료타로의 소설 『언덕 위의 구름坂の上の雲』을 기념하는 ‘언덕 위의 구름 뮤지엄’이 마쓰야마에 건립되는 과정을 통해 문학관을 통한 지역 활성화의 구체적 양상과 그것이 가진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이와 함께 제7장 ‘영화 속 노스텔지어의 장소, 세토내해’는 2000년대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소재로 일본의 전통적 원풍경을 표상하는 지역인 세토내해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 클리셰와 레트로, 폐허 관광 등을 통해 관객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며 지역 사회와 새롭게 결합하는 정동의 과정을 알아보았다.

한편 제8장 ‘서브컬처와 지역’은 가가와현을 배경으로 하는 만화 『우동의 나라 금색 털뭉치』에 초점을 맞춰 서브컬처의 대표 장르인 만화가 그리는 ‘지역’ 이미지의 문제를 가가와현의 지역 활성화 정책과 관련해서 검토했다.

마지막으로 제9장 ‘에히메현의 현지아이돌이 여는 세계’에서는 에히메현에서 활동하는 현지 아이돌 히메큔후르츠칸을 소재로 도쿄에서 유행하는 트렌드가 지역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역동적이고 생생한 ‘B급’ 현지 문화가 분출하게 되고, 다른 지역 관객이 이 같은 역동성을 즐기기 위해 ‘현지’를 방문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역문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인문학적으로 탐색하고자 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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