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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하는 ‘녹색평론’…격월간에서 계간으로 부활
다시 출발하는 ‘녹색평론’…격월간에서 계간으로 부활
  • 김재호
  • 승인 2023.06.12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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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녹색평론’ 발행인 인터뷰

<녹색평론>이 다시 출발한다. <녹색평론>은 한국사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생태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인문 잡지이다. 그런데 2021년 11월, 창간 30년 기념호(181호)를 끝으로 휴간을 선언한 바 있다. 이번 통권 182호(2023년 여름호)는 그런 <녹색평론>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격월간이었던 <녹색평론>이 이제는 계간으로 바뀐다.

“<녹색평론>의 지속가능성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힘이 얼마나 성숙한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지난 7일, <녹색평론> 김정현 발행인은 <교수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휴간 기간에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김 발행인은 “내용적인 측면을 재점검하고 운영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였다”라고 답했다. 그건 바로 “지구라는 유한체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마땅한가에 대해 근원적으로 성찰하고 지혜, 희망, 용기, 번민을 나누는 것”이다. 김종철(1947∼2020) 전 영남대 교수(영어영문학)이자 <녹색평론> 발행·편집인이 한 평생 실천한 “우리 사회의 민감한 영혼들이 계속 나아갈 힘을 얻는 공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와 마찬가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녹색평론>은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으로 발간된다. 외부지원은 보조적으로만 수용한다. 김 발행인은 “독자의 힘으로 발간되는 출판모델을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운동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발행인은 <녹색평론>이 주력할 지점에 대해 모두가 함께 하는 참다운 행복과 산업자본주의 극복을 언급했다. 그는 “모든 과학적 연구가 암울한 묵시록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무력감과 절망에 빠지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를 강조하며, 다음을 권유했다. “벼랑 끝으로 폭주하고 있는 산업자본주의의 기차 위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 정신을 증언하고 어쩌면 마침내 ‘기적’을 가져올지도 모를 여러 가지 창조적 방식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그런 노력 속에서 모두 함께 참다운 행복을 찾아가자.”

>>>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녹색평론> 통권 제181호(2021년 11월 1일)을 낸 지 1년 반만에 통권 제182호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녹색평론>은 어떻게 지냈나요? 복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경주하고 있는지요? 아울러, <녹색평론>의 재정적 기반과 역량 강화 등 내부 정비는 현재 어느 정도 회복(?) 혹은 마련됐다고 보시는지요?

2021년 11-12월호 30주년 기념호에서 저희 편집실은 독자분들께 휴간에 대한 양해를 구하면서 “보다 충실하고 유의미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잠시라도 잡지의 발간 일정에 쫓기지 않고 편집실의 역량을 보강하면서 재정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희는 말 그대로 잠시 멈추었던 것이지 ‘폐간’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기 때문에 저희 나름의 ‘복간’에 대한 소회는 아마도 외부에서 보시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휴간기간에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성과를 가져왔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 시간은 무엇보다도, 30년 이후의 <녹색평론>이 내용적인 면에서나 운영방식에 있어서 어떤 원칙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녹색평론>이 지난 30년 동안 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는 독자들께서 평가할 일이겠지만, 저희 편집실은 지구라는 유한체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마땅한가에 대해 근원적으로 성찰하고 지혜, 희망, 용기, 번민을 나누며 “우리 사회의 민감한 영혼들이 계속 나아갈 힘을 얻는 공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김종철) 데 기여하고자 한결같이 노력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없을 것입니다.   

운영에 관한 원칙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이매체의 몰락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함께, 사람살이의 근본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갈수록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잡지 발행의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녹색평론>만 겪고 있는 어려움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녹색평론>은 광고 등 외부지원은 보조적으로 수용하고, 기본적으로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으로 발간한다는 원칙을 창간 때부터 고수해왔습니다. 저희는 30년 동안 미약하지만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 그것이라고 믿고 있고, 앞으로도 편집실이 게을러지지 않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그 방식을 지켜나가고자 합니다. 저희는 독자들의 힘으로 발간되는 출판모델을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운동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녹색평론>이 앞으로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편집실의 내부적 역량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적 힘이 얼마나 성숙한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복간호의 테마는 ‘기후변화와 전쟁 그리고 비폭력 불복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호 ‘전쟁과 기후재앙, 맞물린 위기’에서도 관련 글들을 실었습니다. 주된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기후변화’는 인간이 자연세계와 맺어온 관계에서 초래된 최신 증상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인류사회의 발등에 떨어진 불, 즉 문명의 존속이 걸려 있는 지구온난화 경감이라는 과업은 결코 기술적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인류의 생태적 지속가능성은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지속가능성과 분리해서 사고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거듭 환기하고자 했습니다. 자원 고갈, 지구생태계 쇠락에 따라 빈발하고 있는 온갖 자연재난,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의 증가, 갈수록 증폭되는 사회적·정치적 갈등, 사회 분열과 파시즘의 부상, 전쟁이 모두 근본적으로 자연세계와 인간세계에 대한 가차 없는 공격을 토대로 하고 있는 산업문명의 존재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생태적 사회’로의 전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어떤 측면에서도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저희 편집실이 앞으로 주력하려고 하는 부분은, 모든 과학적 연구가 암울한 묵시록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무력감과 절망에 빠지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나 자신과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보살피면서, 고 권정생 선생님의 말씀처럼 “죽을 먹어도 함께 먹는” 사람살이의 원리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벼랑 끝으로 폭주하고 있는 산업자본주의의 기차 위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정신을 증언하고 어쩌면 마침내 ‘기적’을 가져올지도 모를 여러가지 창조적 방식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그런 노력 속에서 모두 함께 참다운 행복을 찾아가자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문명적 전환, 문화적 전환”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시사인>, 741호, 2021년 11월 30일자)라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문명적 전환, 문화적 전환”은 구체적으로 무얼 뜻하나요? 아울러, 향후 <녹색평론>은 어떤 지향점을 가지게 될까요? 

지금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는 인류역사상 전례가 없는 실존적 위기, 문명적 위기입니다.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생태적·경제적·정치적·사회적 위기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개별적으로 분리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모두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명적 전환’이라는 것은 산업적 생산과 유통 체계, 화폐 및 금융 시스템, 근대적 국가 통치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일체의 근대적 제도와 관행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의심해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산업문명의 급진적인 개혁이 오늘의 총체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이 문명을 뒷받침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교육, 의료, 교통, 통신 등의 사회적 서비스나 법과 제도는 물론, 오늘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규율하고 있는 가치체계, 관습, 사고습관, 언어 등에 대해서도 역시 근본에서 질문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드리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번 복간을 맞이하여, 대학/교수사회에 한 말씀하신다면?

이미 그런 단계에 돌입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분야가 되었든 이제 모든 진지한 사회적, 학문적 논의는 인류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30년 전부터 이 문제에 천착해온 <녹색평론>으로부터 연구자들, 지식인들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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