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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기원 1, 2-Ⅰ, Ⅱ
한국전쟁의 기원 1, 2-Ⅰ, Ⅱ
  • 김재호
  • 승인 2023.06.06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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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 지음 | 김범 옮김 | 글항아리 | 1천954쪽

전설의 문제작 43년 만에 완역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이 드디어 한국어로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1권이 출간된 1981년으로부터는 43년 만이고, 2권이 나온 1990년으로부터는 34년 만에야 이뤄진 일이다.

한국전쟁이 70주년을 맞고서도 몇 년이나 더 지나서야, 무성한 소문과 이런저런 설의 진원지로 오해되고 일방적으로 규정되어온 커밍스의 주저가 한국 땅에 안착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최초로 방대하게 다루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책이 이제야 완역됐다는 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벌어진다. 해외 한국학 성과들을 국내에 꾸준히 번역 소개해온 김범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누구와의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이 책의 번역에 착수해 순수 번역에만 5년이라는 시간을 바쳐서 완성해냈다.

그 후 그는 출판사에 접촉해 브루스 커밍스와 정식으로 한국어판 계약을 맺은 후 출간이 이뤄질 수 있었다. 브루스 커밍스는 번역 원고를 읽어본 후 보내온 한국어판 서문에서 “고단한 작업을 끝낸 김범 박사가 이제 충분히 쉬기를 바란다. 나는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모든 독자에게 그의 번역을 강력히 추천한다”라고 격려했다.

또한 그는 “40년 전 1권이 출판된 책이 이제야 공식적으로 번역된 것”에 대해 “전두환 정권의 금지도서 목록에 올라간 것”과 “한국에서 분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들어 이해될 만한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의 역량과 열의의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국전쟁에 대한 연구는 그 내재적 동학과 전쟁으로의 발전과정에 대한 탐구보다는 “범인을 찾는 식”으로 전쟁 발발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에 집착해왔던 점, 미국·소련의 기밀문서와 북한 측 노획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대략적으로 큰 그림이 나오자 커밍스 책의 오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커져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커밍스는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소련 문서들을 통해 전쟁 전 김일성의 계획에 대한 스탈린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지한 후에도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김일성은 정권 초기단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이 필요했다는 게 학계의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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