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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된 光州 다시 읽기
기억된 光州 다시 읽기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6.09.09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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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5·18기념재단 학술연구서 3종 발간

5·18민중항쟁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체계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재단법인 5·18기념재단이 그간의 성과를 학술연구서 3종으로 한꺼번에 펴내 주목을 끌고 있다.

먼저 총론 격인‘5·18 민중항쟁 연구의 현황(전3권)’은 기존 연구의 목록집 1권과, 여기 등장하는 주요 학술적 성과에 대한 요약집 2권으로 구성돼 있다. 목록집은 학위논문, 분야별 학술논문, 학술대회 및 집담회 논문, 기타자료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고 요약집 1권은 법학, 문학·예술, 심리학, 신문방송학, 여성학, 종교 등 분야별로 논문들을 정리·해제했고, 요약집 2권은 1권에 포함되지 않은 논문들을 모아 시대별로 배열했다. 기본 서지사항과 목차, 연구목적, 결론의 3단계로 상당 분량 요약하고 있어 기본 다이제스트 기능을 충분히 한다.

‘5·18의 기억과 역사(전2권)’는 광주사태를 겪었던 교육가 8인, 사회활동가 6인의 생애와 증언을 채록한 작업이다. 교육가 편은 김동원, 송기숙, 오병문, 이방기 등 1978년 민주교육지표사건 때 서명·해직됐다가 광주민주화운동에 참가해 또 다시 옥살이를 했던 전남대 교수 출신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구술채록을 책임지고 진행한 강현아 박사는 “과거의 상처를 들쑤셔야 했기 때문에 우시는 분도 많았다. 그리고 사회적인 인맥, 인간관계 때문에 말을 못하는 부분도 많아 몇 번이나 찾아 뵈어야 했다”라고 작업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기억하기 싫은 기억을 강요하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일인지라 집필자들의 고충을 짐작케 한다.

이번 작업이 기존 증언록에 비해 어떤 차별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 박사는 “기존 자료들이 증언 위주였다면, 이번 작업은 증언을 넘어 생애에 초점이 가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설가 송기숙 선생의 경우는 워낙 말씀을 꺼리셔서 아마 다시 인터뷰를 해야할 것 같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구술생애사는 다의적이고 다성적인 목소리로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함으로써 보다 열린 시각으로 역사적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강 박사는 이번 작업을 통해 광주사태를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당시 시민군에 속하지 않고 사태 수습위원으로 활동한 분들이 많아, 그 분들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열변 토하는 걸 들으며 공감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얘기를 꺼렸다고 하지만 이번 책에는 지면 제약상 전체 녹취의 반에 반도 채 싣지 못해 생애 관련 부분이 많이 배제된 것은 아쉬운 부분. 다만 자료는 공개가 원칙이라 재단 측에 필요성을 설명하고 요청하면 녹취록, 영상자료, 음성파일을 제공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2권의 학술논문집은 법학과 문학·예술 분야에서 발표되었던 학술논문집을 재단 산하 학술연구위원회 교수들이 선별해서 실은 재수록집이다. 그간 5·18민중항쟁에 대한 연구는 정치·사회·경제적인 수준에서부터 사회심리학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망라해 왔다. 또한 최근에는 기존의 연구 성과에 한정되지 않고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을 복원하고 그것의 의미를 공유 및 확산시키려는 보다 심층적인 접근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문학·예술 분야의 선정을 맡았던 박구용 전남대 교수(철학)는 “가능하면 분야별·특성별로 다양한 논문들을 싣는다는 마음으로 문학·예술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했다”라고 밝혔다. “논문 아닌 비평적 글, 에세이 등은 제외했다”는 원칙도 밝혔다. 사실 이번 재수록 기획 과정에서 학술위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비슷한 모음집이 나와있는 마당에 중복잡업일 수 있고, 이런 방식은 관료시스템 아니냐”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이미 출간된 모음집과의 중첩성 등을 고려해 광주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번에 발간된 책 3종(7권)은 비매품이며, 5·18연구기관, 연구자, 관련단체, 각급도서관에 배포되었다. 5·18기념재단은 올 연말에도 이와 유사한 2차분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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