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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포스트게놈시대, 국내 생명공학연구의 현주소
[진단] 포스트게놈시대, 국내 생명공학연구의 현주소
  • 교수신문
  • 승인 2001.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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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3 16:52:51

복성해 / 생명공학연구소장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결과로 2000년 6월에 인간게놈의 90%이상이 밝혀짐으로서 ‘생명의 설계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는 이미 밝혀진 31종의 다른 모델생물의 유전체 구조와 더불어 새로운 산업적 중요성으로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의 큰 연구 방향은 이미 밝혀진 DNA 염기서열이 어떠한 단백질을 만들어 내며, 이 단백질이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는가를 밝혀내는 ‘유전체기능연구(functional genomics)’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개발된 유전자칩(DNA chip)기술은 다량의 유전자의 변화를 한번에 관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포내 각종 신호전달과정 전체를 이해하고, 나아가 유전자 전체의 움직임을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유전체 기능연구에 가장 유용한 기술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위 조직을 하나 떼어내어 그 안에 어떤 유전자가 존재하는지를 알아내고 위암 발생과 관련된 유전자의 구조를 한번에 알아낸다는 것은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위 조직에는 1만5천개 정도의 유전자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하나의 유전자 구조를 알아내는데 하루가 걸린다고 하면 1만5천일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DNA chip을 이용하면 불과 몇 시간 안에 1만여개의 유전자의 역할을 알아내 이들에 대한 정보를 이용한 신약후보유전자의 도출과 특허화가 가능하게 된다.

확실한 유전자칩 기술 이용 연구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연구결과 발표와 관련해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는 여기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소규모의 국내 게놈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연구인프라 구축에 투자가 미약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3월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의 블레어 총리가 분석된 인간유전자서열을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선언을 함으로써 이제까지 분석된 유전자서열이 더 이상 유전자 서열정보 그 자체만으로는 지적재산이 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1996년 게놈연구자들에 의해 연구 결과의 공개주의를 표방한 ‘버뮤다선언’을 실행에 옮기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유전체 기능연구가 진전되면 인간이 어떻게 해서 태어나고, 성장하며, 질병 없이 삶을 살고 때가 되면 죽는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최근 국외에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게놈연구에 자극 받아 국내의 게놈연구는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에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으로 선정되면서 10년간 총 1천5백억원 이상의 정부지원금이 투입될 계획이다.

동 사업단은 후발주자의 틈새전략으로 한국인과 관련되는 특정유전자를 발굴해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 축적, 활용하는 정예 연구진 편성에 의해 효율성과 성공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년 6월 발표된 인간 유전체염기서열의 정보를 기초로 위암 및 간암 등 한국인에게 빈발하는 질환을 대상으로 각 질환 특이발현 유전자를 대단위로 발굴하고 기능연구를 통한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했다. 세계적으로 진행된 게놈프로젝트와 비교해보면 소규모 프로젝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쟁력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적인 노력을 경주하려는 전략이다.

포스트게놈시대의 또 다른 주요 연구분야로 식물게놈연구를 들 수 있다. 연간 3천억불로 추정되는 세계 의료시장은 앞으로 유전체 지도해석과 기능연구 및 프로테오믹스(단백질체)연구가 진행되면 질병원인 유전자와 질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수명이 10년 이상 증가될 것이고 노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남으로 이들의 건강 및 활력증진과 질병의 조기예방을 위한 무독안전성 의약품시장이 수 년 내에 10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새로운 거대시장을 겨냥해 선진국을 필두로 전 세계가 건강장수에 필요한 유용물질을 확보하기 위한 생물유전자 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인간이 질병없이 젊음을 유지하면서 1백세까지 살려면 질병의 예방과 체질개선이 중요하며, 의약품도 독성과 부작용이 없는 식품성 혹은 안전한 식용농산물, 과일, 채소, 약용식물 등에서 유래되는 천연물에서 나와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정부에서는 ‘자생식물이용 기술개발사업단’을 금년 8월 출범시켰다. 여기에는 향후 10년간 약 1천억원의 정부예산이 연구사업비로 투입된다. 동 사업단은 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하고 특이한 자생식물자원을 활용해 세계적으로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각종 고부가가치 제품과 유용물질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이 분야는 생명윤리·안전문제 등 사회적 저항이 적고 한반도에 흔한 토착식물들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가 조기에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

선택·집중통한 틈새 전략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는 미래 세계를 ‘하늘에는 정보통신, 땅에는 바이오산업’으로 표현한 바 있다. 바이오산업은 두뇌집약적, 자원절약적, 저공해의 특성을 지닌 미래형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다른 산업에 비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크지 않아 기초기술 및 인프라를 보완하고 집중육성한다면 세계수준의 경쟁력이 기대되는 분야이다. 이러한 기초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화가 소규모로 많이 생겨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확산에 있어서는 기업의 규모보다는 수적인 확대가 더 높은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조선조 말기의 조정과 지배계층은 실사구시의 학문을 배격하고 과학문명의 조류를 타지 못해, 급기야는 나라를 잃고 한세기를 선진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수난을 겪었다. 21세기 바이오혁명이 가져다 줄 풍요와 복지사회를 선진국과 함께 누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R&D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생물정보학 등 첨단분야 인력을 대거 유치하는 한편 바이오벤처기업의 육성 등 가능한 모든 대책을 서둘러 시행할 때라고 본다.

shbok@mail.kribb.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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