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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벌이 윙윙거리는 이유…‘의결정수 20’의 비밀
정찰벌이 윙윙거리는 이유…‘의결정수 20’의 비밀
  • 김재호
  • 승인 2023.05.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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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전체를 보는 방법』 존 H. 밀러 지음 | 정형채·최화정 옮김 | 에이도스 | 300쪽

환원주의의 오류 벗어나려면 상호작용 분석 필요
추상적 가정이라는 한계, 단계별 연구 가능케 해

올해 2월, 서울특별시 인구(942만7천583명)는 대구광역시 인구(230만662명)의 약 4배이다. 대구광역시는 국내 도시의 인구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한다. “한 나라의 가장 큰 도시에는 두 번째로 큰 도시 인구의 2배가 살고, 세 번째로 큰 도시 인구의 3배가 사는 식이다.” 국내 도시의 인구 순위를 보면, 서울특별시를 이어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가 뒤를 잇는다. 이 법칙은 서울특별시가 기형적으로 크다는 점을 제외하면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바로 복잡계 시스템에서의 스케일링 법칙이다. 

 

복잡계 시스템을 다루는 『전체를 보는 방법』에는 이처럼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다. 저자는 존 밀러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사회경제학)다. 그는 복잡계 분야를 연구하는 산타페 연구소에도 소속돼 있다. 박테리아의 움직임부터 금융붕괴 현상까지 복잡계를 지배하는 핵심 원리 10가지를 분석했다. “작은 움직임이 더없는 행복 또는 크나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 속에서 우리는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번역은 우리나라 복잡계 전문가인 정형채 세종대 교수(물리학과)가 맡았다. 

『전체를 보는 방법』을 관통하는 핵심은 ‘환원주의의 오류’이다. 각 구성요소들을 낱낱이 파악한다고 해도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시스템을 이루는 구성요소가 시스템을 이루었을 때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유리조각에 대해서 세세한 지식을 아무리 많이 알고 있더라도, 교회당을 장식하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이해하기 어렵다. 밀러 교수는 “부분을 안다고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원주의는 각 부분이 서로 얽힌 구성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것이 복잡계 연구의 근본적인 통찰이다”라고 적었다. 아울러, 그는 “우리가 개개의 일벌이나 시장 거래자, 신경세포가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벌집이나 시장,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라며 “벌집과 시장, 뇌를 정말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벌들의 상호작용을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책에서 재밌는 사례는 ‘정족수 20’이다. 벌떼는 새로운 장소를 찾기 위해 정찰벌을 보낸다.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장소를 찾는 정찰벌 약 20마리의 정족수가 채워질 때 최종 결정을 내린다. “새로운 장소에 정찰벌의 정족수가 채워지기만 하면, 모든 정찰벌은 자신의 벌떼로 돌아가서 붕붕거리는 특별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청중 속을 뛰어다니는 광란의 동기부여 강사처럼 ‘버즈 런’(buzz run)을 한다.” 버즈 런이 일어나면, 꿀벌들은 대이동을 준비한다. 이 같은 분석은 인간의 집단행동에도 충분히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계 연구는 ‘추상적 가정’이라는 한계가 있다. 버즈 런을 살펴볼 때, 정찰벌 각각의 움직임이 약 100만 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진 뇌로 조종된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벌을 단순하지만 어떤 규칙을 따르는 입자처럼” 생각해버린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벌떼가 하나의 집단으로서 어떻게 움직이고 이동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밀러 교수는 “추상적 개념을 만듦으로써, 행동의 현재 단계에 대한 연구에 집중”한다며 “꿀벌 간의 상호작용이 이사 갈 장소에 대한 통일된 선택을 어떻게 하게 하는지에 대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체를 보는 방법』는 복잡계와 관련된 10가 핵심 원리를 밝힌다. 사진=픽사베이

『전체를 보는 방법』의 11장은 ‘자기조직화 임계성―돌부터 모래까지’까지를 다룬다. “시스템에 생긴 겉으로 보기에 작은 균열이 큰 규모의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 아랍의 봄은 튀니지에서 시작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좀 더 극적이다.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의 한 노점상이 수년간 지속된 지방 관리의 행패에 항의해 분신했다. 그 관리는  저울을 몰수해서 노점상을 공개적으로 모욕했는데, 항의하는 노점상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 사건으로 점화된 아랍의 봄은 “알제리, 레바논, 요르단, 모리타니, 수단,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예멘, 이라크, 바레인, 리비아, 쿠웨이트, 모로코, 서부 사하라, 시리아, 이스라엘의 경계도시까지 퍼져나가는 사회 동요의 파도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라고 한다. 밀러 교수는 “시스템이 임계상태에 들어서기만 하면 하찮은 행동마저도 큰 규모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데, 그 결과를 우리는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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