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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톱니바퀴와 괴물’ 화제
경제학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톱니바퀴와 괴물’ 화제
  • 김재호
  • 승인 2023.05.04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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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코일 지음 |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356쪽
다이언 코일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 베넷 교수이다. 사진=위키피디아

경제학에 대한 비판의 예로, “경제학은 수학적 공식들로 점철된 추상적 모형을 다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경제학이 수학적 형식주의를 남발한다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학문 분야는 인과관계를 따져보기 위해 복잡한 세계를 구성하는 온갖 요소 가운데 극히 일부만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저마다 ‘모형’을 사용한다.

또 한 가지 일반적인 비판은 “경제학이 경제사상사를 위시해 역사에 도통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다수는 분명 교육과정의 기본적인 일부로서 경제학의 과거를 돌아보는 경제사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는 수많은 교육과정에서 진작부터 시작된 추세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건들 간의 관련성, 경제사상사, 정책적 선택에 대해 가르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사와 관련한 연구는 비록 그 기반은 취약할지 몰라도 오늘날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 분야인 제도경제학(institutional economics)도 마찬가지로 성장일로다.

또 다른 유형의 비판은 “경제 지식에 발전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둘러싼, 서로 양립 불가능한 견해들과 관련이 있다. 비정통파 비평가들은 경제학에 대한 다원주의적 접근법을 지지한다. 이들은 경제학을 인문학에 필적하는 어떤 것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근본적인 진실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결국 연구자의 가치관이 결론에 투영되는 인문학. 반면 경제학계의 주력 부대(주류 경제학, 또는 신고전주의 경제학, 심지어 신자유주의 경제학이라 불릴 만한)는 경제학 지식은 축적된다고 믿는다.

 

전체 경제학 교수 가운데 여성 비율이 14.5퍼센트

이런 비판에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을 일삼는 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경제학이 몰라보게 변화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려고 버틴다는 점에서, 그들 역시 얼마간 몰역사적이라 할 만하다. 경제학은 이론적 연구에서 경험적 연구로 대거 방향을 틀었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응용 미시경제학 연구를 진행한다. 이 분야는 1980년대 이후 데이터 세트, 계량경제학 기법, 컴퓨터를 활용한 계산, 인과 추론에 대한 열띤 방법론적 토론 따위에 힘입어 이론과 실제 양면에서 혁명적 변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경제학은 대규모 새로운 데이터, 즉 ‘빅데이터’ 사용에서 선봉장 노릇을 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경제학에 대해 한층 더 중요한 비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 학문이 사회적 구성 및 문화와 관련해 충격적일 정도로 (광의의) 다양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 해결이나 조직 운영에서 인지적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지식은 상당 정도 축적되어 있다. 우리 대다수는 오늘날 사람들의 배경이며 경험이 과거보다 한층 다양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경험의 다양성은 모든 사회과학 분야에서 중요하다. 바로 연구자들이 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질문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알 도리가 없으며, 우리 대부분은 미지 영역이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할 재간도 없다.

경제학은 특히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정부 정책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럼에도 다양성이 가장 부족한 학문 분야로 단연 손꼽힌다. 경제학계의 성별·민족별 기록은 거의 수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경제학은 중산층 백인 남성 편향적 특성을 가장 완강하게 고집하는 학문 분야 가운데 하나다. 미국 학계에서는 점차 사정이 나아지고 있긴 하나, 2019년에 여전히 전체 경제학 교수 가운데 여성 비율이 14.5퍼센트에 그쳤다.

 

 

경제학은 문제인가, 해결책인가

다이엔 코일의 『톱니바퀴와 괴물』은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한마디로 경제학(자)은 문제로서 면모를 지니며 문제인 적도 없지 않지만, 해결책으로서 측면을 더 많이 가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학의 비생산적 습성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칼날을 들이대지만, 합리적인 경제학은 두둔한다.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로는 저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좋은 경제학만으로 우리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경제학이 없다면 우리는 어제의 치명적인 실수를 반드시 반복하게 될 것이다. 무지·직관·이데올로기·관성이 결합해서 그럴듯해 보이고 많은 것을 약속해주는 듯하지만 결국에는 우리를 배신하게 될 답을 내놓게 되는 것이다.”(옮긴이의 글 중에서)

이 말은 경제학이나 경제학자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뜻이다. 저자의 독창적 통찰력이 번득이는 이 책 『톱니바퀴와 괴물』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경제학이 디지털 기술을 비롯해 하루가 다르게 재편되는 미래 사회에 적응할 로드맵을 제공함으로써 21세기에 더없이 긍정적인 역할을 맡게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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