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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뛰쳐나오는 바이러스, 일상 뒤흔드는 ‘바이오 안보’
실험실 뛰쳐나오는 바이러스, 일상 뒤흔드는 ‘바이오 안보’
  • 김재호
  • 승인 2023.05.01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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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기원, 실험실 사고 가능성 제기

실험실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바이오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실험실을 벗어나 일상을 파고들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달 10일, <워싱턴포스트>는 「미확인(exotic)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치명적인 발병 위험이 있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여전히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미국의 정부기관인 FBI, 에너지부, 상원 보건위위원회 등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사고로 인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코로나19를 촉발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자연발생적이지 않고, 인간의 실험에 의해 탄생했을지 모른다는 경고다. 

 

코로나19의 기원이 인간 실험실이라는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림=픽사베이

과학자들은 연구를 위해 바이러스를 변형시키거나 새로운 바이러스를 합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규제가 미흡해서 발생하는 실험실의 바이오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부터 미국 정부는 미확인 바이러스를 찾기 위해 태국 방콕에 있는 쭐랄롱꼰대학교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 대학은 태국에서 가장 오래됐으며, 동남아시아 최고의 생물의학 기관 중 하나다. 쭐랄롱꼰대학교는 대규모 바이러스 수집·연구를 위한 미국의 자금 지원 프로젝트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과학자들은 앞으로 닥쳐올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 

태국 연구원들은 수백만 마리의 박쥐가 서식하는 외딴 동굴과 숲을 매년 반복해서 답사했다. 그들은 박쥐의 타액·혈액·배설물 등을 수집하고 표본으로 만들어 인구 800만 명이 있는 도시 방콕의 대학 연구실로 옮겨왔다. 언젠가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미확인 바이러스를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016년엔 연구원들이 박쥐에게 물리는 일이 늘어나면서 바이오 안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 2018년에는 위험한 병원체를 처리하기 위해 특별히 지어진 실험실에서 공기 중 미생물의 누출을 방지하는 환기 시스템이 고장이 나 몇 달 동안 폐쇄된 적도 있었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스카 정책·행정대학의 그레고리 코블렌츠 교수는 바이오방어(biodefense) 대학원 프로그램의 총괄책임자다. 그는 지난 2월, <뉴욕타임스>에 「생물학은 위험할 정도로 정책을 앞서고 있다」를 기고했다. 코블렌츠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진짜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동물에서 인간으로 유출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지만 실험실 기원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래의 파괴적인 유행병을 예방하기 위해 전파력이 뛰어나고 훨씬 위험한 병원체를 사용한 연구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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