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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관행은 바로 잡아야 … 인사·경영권은 총장 고유 권한”
“잘못된 관행은 바로 잡아야 … 인사·경영권은 총장 고유 권한”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6.08.28 07: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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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직원노조 파업 140일 넘긴 한국외국어대, 무엇이 문제인가

1백40일 넘게 직원노조의 파업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외대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학교와 직원노조 양측이 “갈 때까지 가보자”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학교측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워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2백20여명의 노조원들은 다섯 달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단체협상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9월 14일을 전후해 새로운 국면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편집자주

지난 3월 3일 한국외대 학교측과 직원노조가 단체교섭을 시작한지 한 달만인 4월 6일부터 직원노조는 전면 파업에 돌입해 다섯 달째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2학기 개강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학교측과 노조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당분간 한국외대 직원노조의 파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한국외대 단체교섭은 총장의 인사·경영권 확보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학교측은 “노조가 인사·경영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으로 지난 1998년부터 2005년 3월까지 임시이사체제에서 잘못된 관행으로 강화된 단체협약을 바로 잡겠다는 판단이다.

이에 직원노조는 “이전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무조건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노조를 무시하고 말살하고 있다”라며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2월 10년 동안 직원이 맡아 왔던 총무처장을 교수로 임명하면서 노사간 갈등이 촉발됐고, 2차 단체교섭 이후 학교측이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갈등이 첨예화됐다. 직원노조는 지난 12월 열린 총장선거에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선출을 요구했던 직원들에 대한 보복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

총무처장을 교수로 임명한 것은 ‘총무처장과 기획조정처장은 부교수 이상 또는 참여 및 부참여로 보한다’는 법인 정관 92조에 의거해 적법한 조치였다는 것이 학교측 설명이다.

“노조가 직원 인사권 행사는 잘못”

현재 단체협상 쟁점은 △인사·징계위원회 구성비와 운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과장급 이상 노조 가입 여부 등 크게 세 가지다. 학교측은 지난 1998년 재단 분규를 겪은 이후 직원노조의 위상이 강화돼 ‘인사권 개입’ 등 학교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현행 노사협약에 따르면 직원인사위원회는 학교측이 5명, 노조가 4명을 차지하고 있다. 학교측이 의사정족수를 위원의 2/3 이상 출석으로 정한 것은 기이한 협약일뿐더러 노조위원장이 직원 인사권을 행사하도록 만든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학교측이 지난 7월 27일 노동부 장관에게 ‘사용자의 인사권과 경영권 제한을 목적으로 한 쟁의 행위의 정당성’에 관해 질의한 결과, “쟁의행위가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해고자 복직 요구, 총무처장 등 주요 보직의 특정직(교수) 임용 배제 요구, 사실상 인사위원회의 개최를 어렵게 하는 과도한 의사·의결 정족수 요구 등은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다.

조합원 가입문제 또한 쟁점이 됐다. 지난 3월 27일 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열린 사전 조정회의에서 조정위원회 이명현 위원장은 “한국외대의 경우 인사·노무 등 업무수행 직원, 비서, 운전기사 등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직원까지도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라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욱이 간부 직책을 부여받을 수 있는 권한과 부하직원의 감독권과 근태 관리권, 직원의 복무와 업무분장권, 사무 인수인계나 일반 사무 처리에 대한 전결권을 가진 부처장이나 과장들도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는 현실이다. 학교측은 “인사권이 바로 서야 원칙에 기초한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인사·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다. 학교측은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가산점을 50%까지 부여한다는 교섭안을 제시했지만 직원노조는 2009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현행 단체협약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학교측은 “공개 채용은 100대 1 이상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직원을 조건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학교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공정한 인사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외대 직원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외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총장의 개혁 구상이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는 등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면서도 “노조의 동의 없이 직원 인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 잘못”이라고 못박았다.

다른 대학의 한 직원은 “한국외대 노조원의 가입 자격이 과장급 이상 심지어 부처장도 노조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내부적 모순이 큰 것이 사실이다. 노조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또 “장기 파업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커질수록 노조의 입지도 더 좁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힘의 논리로만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직원노조가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다른 구성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학운영의 한 주체로 인정받으려면 인정받을 수 있는 변화의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업자득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과 교수들의 서비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직원들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행정개혁 가장 시급”

박철 한국외대 총장은 “국내 5대 명문사학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행정·직원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총장은 지난 3월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수와 직원 수가 비슷할 정도로 직원이 많다”면서 “앞으로 신규 채용을 억제하고 기존의 인력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외국어사업운영본부를 만들어 직원 재배치는 물론 학교 재정을 확충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박 총장의 개혁 구상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직원 인사권 행사는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지난 2월 10년 동안 직원이 맡아 왔던 총무처장을 교수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박 총장은 “변화와 개혁을 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학교측은 인사권과 징계권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구성원간 갈등관계가 있을 때 피해가는 방법으로 해결하다 보니까 학내 분위기가 ‘리버럴’해진 것 같다”라는 박 총장의 인식에서도 이번 직원노조의 장기 파업에 강경 대응 기조를 세우고 있는 배경을 알 수 있다.

외대 동문 출신인 박 총장이 느슨했던 학교 운영을 바로 잡기 위해 마음을 굳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직원노조는 “직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면서 “직원을 개혁 대상으로만 보는데 무슨 합의가 되겠나”라고 말한다.

“행정 전문인으로 봐달라”

직원노조 한 관계자는 “개혁을 추진하더라도 세련되게 하면 될 텐데 한꺼번에 하려고 하니까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를 행정전문인으로 인정해 달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 동안 직원이 맡아 오던 총무처장을 교수로 임명한 데 대해서도 “교수들은 보직을 ‘봉사’라고 하지만 행정은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학교측은 파업 이후 후유증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일 개정 사립학교법이 발효됨에 따라 교수, 직원, 학생이 모두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이를 구성하는 것도 난제다. 그만큼 관계 개선이 중요한 것. 지난 1998년부터 2005년 3월까지 임시이사체제를 거쳤던 한국외대는 지금 정이사체제 이후 값비싼 전환기를 겪고 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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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2006-08-30 09:19:42
"인사·경영권은 총장 고유 권한"이라. 이게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교수신문의 사시라고 이해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