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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비전도 없이 사사건건 개입” vs. “해교 행위 엄중처벌”
“발전 비전도 없이 사사건건 개입” vs. “해교 행위 엄중처벌”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6.08.27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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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성신여대 법인, 총장·교수들과 계속 마찰 빚는 이유

성신여대가 계속해서 말썽을 빚고 있다.

지난 7월말에는 법인과의 마찰을 빚어 왔던 이상주 총장의 돌연 사퇴와 함께 교무위원들이 일괄 사퇴서를 제출했고, 지난 8월 24일에는 법인 이사회 퇴진 운동에 나섰던 교수평의회 정헌석 회장과 김도형 부회장을 중징계(파면) 회부하고 직위해제 하기에 이르렀다.

 

이 전 총장과 교수들은 법인의 지나친 학교 운영 간섭을 갈등의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정헌석 교수평의회 의장은 “학교 발전 비전도, 재정 지원도 거의 없으면서 학교 운영과 관련한 모든 사안에 간섭하는 게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법으로만 밀어부쳐서 대학 운영이 되겠나”

학교 운영 간섭 사례로 △모든 발전 논의나 구조조정에 대해 이사장의 사전 승인 △직원 승진 전보는 친재단적이거나 법인 의사대로만 이뤄져 총장 지시보다 법인 지시에 따라 움직임 △각종 위원회를 거치거나 처장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고 시행하려는 학사운영조차 제어 △재정 및 시설은 재단 의사대로 진행돼 직원들은 법인의 내락을 받은 후 총장에게 결재 올려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심리건강연구소 징계 무산을 비롯 제2캠퍼스 추진 무산, 신 강의동 설계 변경, 직원인사 제청 무산, 처장 인사 개입 등의 사례가 있었다. 특히 지난 2월 9일 열린 법인 이사회에서 교수·보직임면권을 총장에서 이사회로 귀속시키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는 심화진 이사장이 지난해 5월 취임한 뒤 1년이 채 안되는 사이에 일어났고, 줄곧 총장의 학교 운영에 간섭하며 갈등을 키워 왔다. 심화진 이사장은 교수·보직임면권이 법인으로 넘어간 이후 학장을 불러 일일이 행정을 지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보직임면권이 법인으로 넘어가기 전에도 직원인사 문제로 법인과 갈등을 빚었던 이 전 총장은 지난 6월초 교수평의회 교수들과 함께 성신여대 학사운영이 법인의 개입으로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며 교육인적자원부에 임시이사 파견을 요청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 전 총장의 요구가 임시이사 파견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 총장은 지난 25일 “더 이상 성신여대와 관련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법만으로 따진다면 법인이 행사할 권리가 많겠지만 대학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전통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신여대 교평은 지난 2월 13일부터 교내에 천막을 설치해 농성을 실시하는 한편, 매주 월요일마다 이사회실을 방문해 이사회 퇴진을 요구했다. 교평은 이사회 퇴진운동을 전개하던 중에 성신여대 전 설립자 가족묘지 조성 공사와 법인 사무국 직원에 대해 지난 6월 서울중앙지검에 불법적인 교비 유용 혐의로 고발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이에 지난 8월 1일에는 성신학원 심화진 이사장 명의의 ‘교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교평의 고발 내용이 품위 손상, 중상모략, 명예훼손, 무고 등이 포함돼 필요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곧이어 8월 2일 성신여대 행정팀장 일동은 고발인 등에 대해 해교 행위에 상응하는 학교당국의 엄정한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의 메일을 전체 교수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직위해제는 “대학사회 자율성 말살하는 폭거”

교평은 최근까지도 법인 이사회의 즉각 퇴진을 주장해왔다. 교평은 “날로 악화되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생존과 발전에 대한 비전과 의지도, 재정적 지원이라는 기초적 책임과 의무조차 전혀 하지 못하는 학교법인의 잘못이 핵심”이라며 “심화진 이사장과 이규하 이사를 비롯한 몇몇 책임있는 이사들은 퇴진하라”고 줄곧 주장해 왔다.

지난 8월 24일 교평 회장과 부회장에 대한 법인의 직위해제 통보에 대해 교평은 “법인 이사회에 재정적 의무의 이행과 투명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촉구하는 대학 내 민주적 운동에 대한 보복적 탄압이며 대학 사회의 자율성을 말살하는 폭거”라고 혹평했다.

성신여대 구성원과 법인과의 갈등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 1999년 직선제 총장후보 2명을 법인에 추천했다가 법인은 2위 득표자를 총장에 선임한 이후 계속 학내 분규를 겪어 왔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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