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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3분의 2가 능력 과신”… 편향된 생각에 갇힌 똑똑이들
“교수 3분의 2가 능력 과신”… 편향된 생각에 갇힌 똑똑이들
  • 김재호
  • 승인 2023.04.27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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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씽킹 101』 안우경 지음 |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372쪽

자기 입장 뒷받침할 때만 데이터 제대로 해석
동일 조건에서 여성 교수도 남성 응시자 우대

“대학교수들에게 자신의 교수 능력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응답자의 3분의 2가 상위 25퍼센트에 든다고 대답했다.” 만약 이렇다면 대학 강의는 정말 누구나 찾아 듣고 싶을 만큼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따분한 수업이 많다. 안우경 예일대 석좌교수(심리학과)는 최근 번역·출간된 『씽킹 101』에서 이 같은 사례를 제시했다. 한 마디로 ‘평균 이상(유창성) 효과’이다. 전문가의 훌륭한 교수법은 보기엔 쉬워도 따라하기 어렵다. 각고의 노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 교수는 수업 시간에 BTS의 6초짜리 춤을 학생들에게 여러 번 보여줬다. 간단한 동작들을 앞에 나와 따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연습할 시간도 줬다. 그런데 정작 강의장 앞에 나온 학생들은 그 간단한 율동을 우스꽝스럽게 재현했다. BTS 멤버들이 수많은 시간 공들인 댄스는 겉으론 쉬워보여도 모방은 어렵다. 

안 교수는 형이상학보다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사례들로 이 세상을 분석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한 교수채용 면접장에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심리학의 형이상학적 측면을 물어본 면접자 교수가 있었다.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황당 사례 중 하나다. 더욱이 안 교수는 면접 자체를 불신한다. 면접자의 질문 몇 개에 따라,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건 운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교수는 면접 대상의 이력·성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안 교수가 예일대에 채용될 때 면접은 없었다. 30분 동안 자신의 연구계획에 대해 말하는 게 다였다.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오히려 혼자 떠들면서 설명하는 게 더욱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준 예일대 교수 덕분에 안 교수는 채용됐다.

심리학에 따르면 우리 삶에는 정말 많은 사고의 오류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성별의 차이에 대한 편향된 시각은 실험으로 증명된다. 성별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동일한 자격을 갖춘 두 지원자가 연구직에 지원하는 경우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과학자인 자연과학대학 소속 교수들을 상대로, 모든 요건은 똑같지만 이름만 존(남자), 제니퍼(여자)로 바꿔서 기입한 응시서류를 보여줬다. 그 결과 남성인 존을 차별 대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여성 교수들도 남성 응시자를 좋게 보고 우대했다.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주는 실험이다. 

특히 똑똑한 사람이 더욱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 안 교수는 “실은 지식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편향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더 크다”라며 “수리 추론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입장을 뒷받침하는 경우에만 주어진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해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와 신념에 갇혀 진실을 외면하는 사례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더 많은 정보와 다른 관점을 접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이 강조된다.

 

안우경 예일대 교수(심리학과)는 지식인이 오히려 더 편향적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https://www.negativespaceyale.org/professor-ahn

인간이 얼마나 일관성 없는지는 친구 만나러 가는 일상에서도 발견된다. 밖에 나갈 때 우리는 친구의 관심을 받고 싶어 자기중심적 관점에 사로잡힌다. 좀 더 비싸고 브랜드 있는 명품으로 치장하며 스스로 신분이 높다는 신호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런데 반대로 낯선 이가 화려한 옷을 입고 비싼 장신구를 차고 있다면 친해지는 데 부담을 느낀다. 이 무슨 뒤틀린 심사일까. 안 교수는 “추론 오류는 고도로 진화한 인식의 부산물”이라며 “이를 통해 인간은 한 종으로서 지금 여기까지 도달하고,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생각하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안 교수에 따르면, 반추하는 행동은 우울증을 유발해 알코올 남용이나 섭식 장애를 이끌 수 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우리는 안 좋은 기분을 확인시켜 줄 기억을 계속해서 토해낸다. 그러다 보면 자신감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럴 때는 건설적으로 문제를 풀어내기가 어렵다. 반추는 해결책이나 원인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불안, 절망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이 대목에선 가수 김광석(1964∼1996)의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1994)가 떠올랐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거리 두는 게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안 교수는 자신의 지식이나 관념에 대해 글로 써보고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제대로 아는지 직접 해보면서 검증하는 것인데,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데도 유의미하다. 영상을 찍어보는 것도 좋은 수단 중 하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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