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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규정 제정 움직임 … 표절논문 철회 기회 줘야
연구윤리규정 제정 움직임 … 표절논문 철회 기회 줘야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6.08.26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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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학계 표절규정 제정 등 연구윤리 강화 움직임

김병준 前 부총리 표절 논란 이후 대학가 자정 노력황우석·김병준 사태 여파로 학계가 올해까지 연구윤리 규정을 새롭게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서울대. 지난 3월 15일 서울대교수연구윤리위원회는 ‘대학사회의 자성과 새로운 각오’의 필요에 의해 강의, 연구, 사회참여, 대인관계 등 전반에 걸친 보편적 윤리원칙을 설정해 ‘교수윤리헌장’을 제정·공포했다. 또한 연구처에서는 표절의 정의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올 가을에 완성한다는 목표로 해외자료를 수집중이다.

연세대는 연구윤리 규정을 기획하는 단계. 지난 5월 18일 교수윤리강령을 선포했고, 현재 연구처에서 윤리위원회 구성 해 규정을 만들고 있다. 여기 표절규정도 함께 포함시킬 예정. 김민식 연세대 연구정책부처장은 “국제적 저널은 규정이 있고 대부분의 연구자는 기본적으로 지키지만, 몇몇이 문제”라며 “가급적 올해 안에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연구윤리규정을 독자적으로 제정하기 위해 주관부서를 교무처에 두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위조나 변조, 표절 등 연구부정행위가 용인되는 범위를 규정하는 것. 연구윤리지침서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박종민 고려대 교수는 “황우석, 김병준과 상관없이 진행해 왔었는데, 최소한의 미니멈 스탠더드를 설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고려대는 1단계 BK21 인문사회과학분야의 사업단을 자체조사해서 김 전 부총리의 사례가 있는지 확인도 병행한다.

그 외에 성균관대도 대학에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구성작업을 진행중이다.
정부기관도 바쁘다. 과학기술부는 황우석 사태 이후 수차례 토론회를 거친 끝에 지난 3월 ‘연구윤리·진실성 확보를 위한 지침 초안’을 만들었고, 각계의 자문을 구한 후 이달 11일 지침안 설명회를 가졌다. 과기부는 다음달 9월 ‘국가연구개발사업관리 등에 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한 직후 과학기술부 훈령으로 지침을 공포할 예정이다. 또한 과학기술기본령 시행령을 개정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체 검증시스템을 모범적으로 구축·운영하는 연구기관에는 연구기관 평가시 가산점, 국가연구개발사업 선정 지원시 우대, 연구비 간접경비 계상시 우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대학을 비롯한 연구기관들은 과기부 연구윤리지침이 확정되는대로, 내규를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화여대는 과기부의 지침에 맞춰 내규를 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중복게재, 연구부정 등을 내규에 포함시키기 위해 검토중이다. 김난숙 이화여대 연구처 과장은 “올해 안에 과기부 지침과 학교 조직의 연계성을 살피고, 구체적인 행정체계까지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화여대처럼 과기부의 지침에 기대 내규를 마련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으며, 기존의 교원업적 평가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 검증시스템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칠 전망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도 더욱 엄격한 관리를 고민중이다. 학단협이 주최한 ‘학문정책과 연구윤리’ 토론회에서 조성택 인문·사회·복합학 단장은 “연구부정 적발시 연구비 환수와 법적조치 등 중징계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회들도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종교학회는 최근 학술지 심사규정에 ‘투고논문은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한국경제학회 사무국장인 김재영 서울대 교수는 “공식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학술지 연구윤리 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한구 한국철학회장은 “전체적인 규정이 아니라 분야별로 구체화해야 한다”며 실질적이고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촉구했다.

한편, 200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6만6천건의 논문을 입력, 내년 하반기부터 선보일 학진의 KCI가 작동하면 표절 등 부정 연구논문이 상당부분 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KCI는 학술지 게재논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구축했기 때문에, 학회 저널 심사위원이라 해도 입력된 논문의 제목, 저자, 초록, 참고문헌 등 기본정보만 파악 가능하다. 하지만 정보공개가 강화되는 시대의 추세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의식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역사학회 편집이사를 맡고 있는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규정을 만들기보다 학자들 스스로 정화해 나가면서 연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 뒤 “기존 잘못을 인정하는 연구자들에 대한 학계의 미래지향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전에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문을 자진 철회하는 등의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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