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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0] 우리나라선 '족두리', 서양에선 '항아리' 모양…생강 맛 족도리풀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20] 우리나라선 '족두리', 서양에선 '항아리' 모양…생강 맛 족도리풀
  • 권오길
  • 승인 2023.04.18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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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도리풀
족도리풀(Asarum sieboldii)은 쌍떡잎식물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세계적으로 85종이 있다 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조선일보 4월 10일 자, [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에 “꽃은 조선 시대 여성 ‘족두리’ 모양… 뿌리줄기에서 생강 맛난대요”란 제목으로 난 국립생물자원관 김민하 환경연구관의 족도리풀 글이다.

족도리풀의 짙은 자주색 꽃은 조선 시대 때 여성용 모자인 ‘족두리’를 닮았어요. 심장 모양인 족도리풀은 숲속이나 가장자리의 그늘진 곳에 자라는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2장의 잎과 1개 꽃으로 이루어져 있죠. 땅속 뿌리줄기(뿌리처럼 보이는 줄기)는 마디가 많고, 옆으로 비스듬히 뻗으며, 생강과 같은 매운 냄새와 맛이 나요. 이 때문에 영어 이름도 ‘야생 생강’이라는 뜻인 ‘와일드 진저(wild ginger)’예요. 잎은 녹색으로, 심장 모양을 하고 있어요. 꽃은 3~5월에 피며, 잎자루 사이에서 돋아난 2~5㎝ 정도의 꽃자루에 딱 한 송이가 달리죠. 꽃자루가 짧고 잎 아래 토양 표면 바로 위에 있습니다. (…) 잎을 들춰보거나 땅을 잘 살펴야만 지름 1.5㎝ 정도의 자주색 꽃을 볼 수 있답니다. 이 식물의 꽃은 정말 독특하게 생겼어요. 꽃 아랫부분이 넓고 위쪽에서 갑자기 목처럼 좁아져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거든요. 열매는 8~9월쯤 진한 자주색의 두툼하고 둥글게 익어요(…). 개미를 활용해 씨앗을 퍼뜨리기도 합니다. 열매가 익으면 땅 위로 씨앗이 쏟아지는데요. 떨어진 씨앗에는 개미가 좋아하는 ‘엘라이오솜(elaiosome)’이라는 지방 덩어리가 붙어 있어, 개미는 엘라이오솜을 떼어내거나 먹고 나면 남은 씨앗을 둥지 밖에 내다 버린다고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족도리풀은 씨앗을 멀리 퍼뜨릴 수 있어요. (…) 우리나라 족도리풀속(屬) 식물은 10여 종이 있는, 개족도리풀, 자주족도리풀 등이 있어요. 족도리풀속 식물은 그늘진 지역에도 무성하게 잘 자랍니다. 잎의 질감·무늬와 색깔이 다양해 실내 조경용, 관상용으로 아주 훌륭한 식물이에요.

그렇다. 백목련 꽃잎이 흐드러지게 나뒹굴고, 금낭화가 막 벌기 시작할 즈음에, 잎줄기 활짝 핀 족두리풀이 서너 개의 족두리 꼴을 한 꽃을 바닥에 매달려 있다! 작년에도 글방 옆 동 그 자리에 났었지. 꽃봉오리의 모양이 옛날 부인들이 머리에 쓰는 족두리와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족도리’를 ‘족두리’로 자주 쓰면서 표준어가 되었지만 식물명은 그대로 ‘족도리풀’로 쓴다. 

족도리풀은 깊은 산 그늘진 습지에서 자란다. 사진=위키미디어

족도리풀(Asarum sieboldii)은 쌍떡잎식물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세계적으로 85종이 있다 한다. 그리고 깊은 산 그늘진 습지에서 나무 그늘에서 자라며, 한국의 중북부와 중국, 일본, 베트남에 분포한다. 뿌리줄기(근경, 根莖)는 마디가 많고, 옆으로 비스듬히 기며,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잎은 보통 2개씩 나오고, 긴 자루가 있으며, 콩팥이나 심장 꼴을 하고, 마주나기 하며, 나비는 5∼10cm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뒷면 맥 위에 잔털이 있다. 꽃은 4월에 홍자색으로 피고, 잎 사이의 꽃대 끝에 1개의 꽃이 옆을 향하여 달린다.

서양에서는 ‘항아리 닮은 꽃(jug-shaped flowers)’이라 한다.  꽃잎·꽃받침은 통처럼 생기고, 끝이 세 갈래로 갈라져서 다소 뒤로 젖혀진다. 수술은 12개이고, 암술대는 6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8∼9월에 결실하며, 장과(漿果)로 끝에 꽃받침조각이 달려 있고, 씨가 20개 정도 들어 있다. 주로 자가수분(제꽃가루받이)을 하지만, 개미에 의한 타가수분도 하고 개미가 종자를 멀리 퍼뜨려준다.

족도리풀 씨앗에는 ‘엘라이오솜(elaiosome)’이라는 지질 성분이 풍부한 덩어리가 붙어 있어서 개미 등의 동물을 유인하여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지질 뿐 아니라 단백질도 풍부하게 함유하며, 주로 개미를 유인하여 식물의 종자를 어머니 식물로부터 멀리 운반하도록 하는 한편, 개미둥지 내의 어린 개체들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주된 식량 공급원으로 작용한다. 결국에는 지방 덩이를 떼먹고는 씨앗을 멀리 버려 종자를 분산(分散)한다.

한방에서는 족두리풀의 뿌리를 말린 약재를 세신(細辛)이라 하는데, 발한·거담·진통·진해 등의 효능이 있고, 또 두통·소화불량 등에도 사용하니, 봄부터 여름 사이에 뿌리를 캐서 물에 깨끗이 씻어 그늘에 말린다. 그리고 족도리풀의 뿌리는 맛과 향이 생강 비슷하기에 ‘야생 생강(wild ginger)’이라 불리며, 생강 편강을 만들기도 한다.

잎 또는 꽃을 보는 관화식물(觀花植物)로, 배수가 잘되고, 부엽토가 많은 비옥한 흙(humus rich soil)의 나무 그늘에서 키운다. 직사광선을 싫어하며 밝은 반그늘에서 잘 자란다. 땅속줄기를 잘라 포기나누기를 하거나 씨를 뿌려 번식시키는데, 씨 뿌린 후 개화할 때까지 3~4년 걸린다. 봄에는 씨앗 발아에 1~4주가 걸리며, 생장이 느린 식물(low-growing herbs)이다. 별로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기고, 키가 그리 크지 않으며, 꽃은 잎에 가려져 있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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