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9:55 (토)
‘지역’과 만난 비평…선두에서 문학을 이끌다
‘지역’과 만난 비평…선두에서 문학을 이끌다
  • 하상일
  • 승인 2023.04.14 09:5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50년대생 비평가 연구포럼’을 열며

“1980년을 전후로 등장한 1950년대생 비평가들에 의해 시와 소설의 뒤에서 머무는 차원이 아닌 시와 소설을 앞에서 이끌고 가는 문학 담론으로서비평의 위상과 역할이 정립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950년대생 비평가 연구포럼’은 1980년 전후로 비평 활동을 시작해 한국문학의 중심과 변화를 견인해온 1950년대생 비평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열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강단비평의 성격이 두드러진 한국문학 비평에서 최근 대학에서 정년퇴임을 했거나 정년을 앞둔 비평가들이 연구 대상이다. 1952년생인 권오룡부터 1959년생인 한기에 이르기까지 20여 명의 비평가가 해당되는데, 한정된 연구 기간과 발표 지면의 제한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이들 가운데 16명을 우선 연구 대상으로 삼아 포럼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포럼은 월례발표회, 비평가와의 대화, 심포지엄 등 다양한 형식으로 4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부산 지역 독자와 함께 진행할 예정인데, 조금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비평가 연구포럼을 일반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포럼의 주체인 <오늘의 문예비평>을 중심으로 부산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부산대 여성연구소를 비롯한 학계, 부산작가회의, 고석규비평문학관 등 지역의 문학 관련 단체 등과 협력하여 지역 인문학 운동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생산된 성과물은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에 게재하고, 연말에 2권의 공동비평집으로 출간해 앞으로 1950년대생 비평가 연구의 기초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연구포럼의 목적이다.

 

 

장르적 독립 이뤄낸 ‘비평’

한국문학에서 ‘비평’의 자리와 역할은 시, 소설과 같은 작품의 영역 뒤에서 그 존재를 드러내는, 그래서 그 자체의 장르적 독립성이 인정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930년대생 비평가들에 의해 비평의 장르적 분화가 체계화되기 시작했고, 식민과 해방 그리고 분단으로 이어지는 카프(KAPF: 사회주의 문학단체) 이후 한국문학 비평의 역사적 흐름이 문학사적으로 정리됐다. 그리고 1960년 4월 혁명을 전후로 등장한 1940년대생 비평가들에 의해 순수참여론, 민족문학론, 민중문학론 등 1970~1980년대 비평 담론이 논쟁적으로 제기되면서 비로소 ‘비평’은 장르적 독립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비평사의 전통에 힘입어 1980년대 이후 한국문학 비평은 연속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쟁점을 계속해서 생산해 나갔고, 1980년을 전후로 등장한 1950년대생 비평가들에 의해 시와 소설의 뒤에서 머무는 차원이 아닌 시와 소설을 앞에서 이끌고 가는 문학 담론으로서 비평의 위상과 역할이 정립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문학 비평사는 1940년대생 이전 비평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KAPF-일제말-해방 전후-한국전쟁 그리고 1960년 4월혁명 이후 산업화 시대에 이르는 비평 담론의 역사적 흐름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비평사 연구는 다음 세대인 1950년대생 비평가들이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에 보여준 비평의 토대와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는 비평 지형의 급격한 변화를 어떻게 담론화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한 사람의 작가가 문학사적 연구의 대상으로 편입되는 데 50년 전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학계 일반의 인식을 염두에 둘 때도, 1950년대생 비평가들의 비평적 출발이 1970년대 중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평사적 논의가 시작될 시점에 이르기도 했다. ‘1950년대생 비평가 연구포럼’은 이러한 비평사의 흐름을 토대로 1940년대생 비평과 1960년대생 비평가를 이어주는 비평사의 연속성과 차별성을 1950년대생 비평가의 비평 세계를 통해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주된 목표를 두고자 한다.

 

비평가 전유물 넘어 생산적 독자 만들기

이번 포럼을 주관하는 주체는 부산 지역에서 발간되고 있는 비평전문지 <오늘의 문예비평>이다. 1950년대 전후 비평의 세 가지 양상 가운데 한 지점인 고석규를 시작으로 한국 시론 연구사의 획을 그은 김준오의 비평적 세례를 받고 성장한 부산의 지역비평은 한때 부산을 비평의 도시로 불리게 할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영향력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평가는 30여 년 넘게 비평 전문지의 역할과 위상을 이어가고 있는 <오늘의 문예비평>이 있어 가능했다. 여전히 비평은 비평가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생산적인 독자의 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소수의 영역 안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지역이라는 열악한 토대 위에서 비평전문지를 30년 넘게 지켜내는 일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비평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함께 모색하면서 한국문학 비평의 전통과 현재를 이어가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지역에서 새로운 비평가를 육성함으로써 세대를 넘어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함께 이루어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포럼은 그동안 <오늘의 문예비평>이 견지해온 이러한 비평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생산적인 비평 운동으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비평을 연구하거나 혹은 비평가를 지망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대학원생, 문인, 독서전문가, 일반 독자들과 포럼을 공유함으로써 생산적인 비평 독자의 자리를 넓히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특히 남송우, 황국명, 구모룡 세 비평가와 함께 하는 「비평가와의 대화」는 중심의 논리에 편승하지 않고 ‘지역과 비평의 관계’에 대한 이론과 실천 비평을 모색해온 비평가와의 직접적인 대화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여성’이라는 문제의식을 집중적으로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부산대 여성연구소와 협업하는 김정란, 정효구 두 비평가에 대한 논의도 아주 특별하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비평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부산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의 공부 모임을 지원하고 그 성과를 발표하도록 하는 학문후속세대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이번 포럼은 지역의 다양한 시선을 한데 모아 한국문학비평사를 다시, 새롭게 쓰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상일
동의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부산대 국어국문학과에서 「1960년대 현실주의 문학비평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늘의 문예비평>, <비평과 전망>, <내일을 여는 작가>, <작가와 사회>, <신생> 등에서 편집위원 및 편집주간을 역임했다. 현재 한민족문화학회 회장과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인 겸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1960년대 현실주의 문학비평과 매체의 비평전략』, 『서정의 미래와 비평의 윤리』, 『상하이 노스탤지어』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효빈 2023-04-17 00:10:40
부산대학교에서 현대문학 평론을 전공하고 있는 석사과정 대학원생입니다.
본문의 소제목(‘생산적 독자 만들기’)이 호명하는 바와 같이, ‘생산적 독자’란 ‘만들어지는’ 것인가요? 오늘날 독자들이 문학을 외면하고 지역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지역과 비평, 독자가 함께할 방법이 무엇인지, 매체의 과제와 후속세대에 대한 무거운 책임들을 뒤로 하고서, 과거의 업적을 다시금 소환해 스스로 기념하는 기획이 과연 매체를 지속시키고 오늘날 (인)문학의 위기를 견인할 ‘비평적 개입’으로서 올바른 것인가요? 이 지역의 한 독자이자 학생으로서도 몹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