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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위, 가치 없다”...미국에서 회의론 확산
“대학 학위, 가치 없다”...미국에서 회의론 확산
  • 김재호
  • 승인 2023.04.1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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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시카고대 공동 설문조사
치솟는 등록금〮반지성주의 영향

“대학 학위는 이제 더 이상 가치가 없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성인 1천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이 같은 답변이 56%를 차지했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미국 대학 졸업장의 약효가 떨어진 것이다. 주요 원인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등록금에 따른 학자금 부담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 등록은 약 15% 감소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달 1일부터 13일까지 실시됐다.

대학에 대한 불만은 모든 연령대의 도시·교외 거주자에게서 나타났다. 반면, 4년제 대학 학위에 여전히 믿음을 유지하는 비율은 42%였고, 민주당원,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 연간 10만 달러(약1억3천만 원) 이상의 소득자가 많았다. 

 

약학대학인 레이크이리대(Lake Erie College)를 졸업한 50세의 여성 다니엘 토비아스. 그는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투석 기사로 일하며 연봉 3만6천 달러(약 4천700만 원)를 벌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던 부모가 자식인 토비아스에게 대학 진학을 권유했다. 결국 8만5천 달러(약 1억1천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고 졸업했다. 하지만 토비아스는 대학 학위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대학 가는 것에 대해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토비아스는 학자금 대출로 매월 125달러(약 16만4천 원)를 갚고 있다. 그런데 지불 잔액은 14만5천 달러(약 1억9천만 원)로 늘었다. 그는 “빚을 갚지 못한 채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수년 동안 고등교육은 심오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언론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 등록 학생 수는 2010년 2천100만 명에서 2021년 1천800만 명으로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선 대학 등록 추세가 더욱 악화됐다. 특히 대학에 입학할 나이인 18∼32세 성인들이 대학의 학위가 진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미국에서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 42% 조차 그 가치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이 비율은 지난 10년 사이에 10% 이상 증가했다.

2013년에 미국인의 53%가 대학 진학을 낙관했고, 40%는 그렇지 않았다. 2017년에 미국인의 49%는 4년제 학위가 좋은 일자리와 더 높은 수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47%였다. 그런데 학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하락은 특히 여성과 노인 사이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대학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은 2017년 54%에서 올해 44%로 떨어졌다. 노인의 경우에 그 비율은 2017년 56%에서 44%로 하락했다.

 

노동력 부족 따른 기준 완화도 인식 하락 한몫

치솟는 등록금, 대학 캠퍼스로 유입되는 정치적 분열과 반지성주의도 문제다. 정치적 올바름(PC)에 너무 기운 대학 내 분위기도 이번 설문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정치와 이념으로 무장한 대학에 대한 회의를 나타낸 셈이다. 아울러, 노동력 부족에 따른 기준 완화도 대학의 가치 하락 인식에 한몫했다. 메릴랜드‧콜로라도‧유타‧펜실베이니아 주가 부분적으로 노동력 제공을 위해 대학 졸업장 기준을 완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빅테크로 알려진 IT회사와 은행들이 기술 직군에서 대학 학위 요건을 제외하고 있다. 

1천700개 이상의 고등 교육 기관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미국교육위원회(American Council on Education)의 테드 미첼 회장은 “이번 설문 결과는 고등교육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하고 어떤 면에서는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대학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더 잘해야 하지만 관행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라며 “그것이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미첼 회장은 고등교육에 대한 불신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1조7000억 달러(약 2천22조9천720억 원)에 달하는 학자금 부채이다. 둘째, 60% 수준에 불과한 4년제 대학의 졸업률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대중의 회의론은 2008년 경기 침체 이후 증가하기 시작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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