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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공부 재밌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공대 가고 싶다”
“사회학 공부 재밌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공대 가고 싶다”
  • 신다인
  • 승인 2023.04.10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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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공‧SW 수업 듣는 인문사회 학생들

김씨는 2년 전 서울지역 대학의 법학과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김씨는 학부 전공과는 상관없는 스타트업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졸업 후 전공을 살려서 취업할 생각이었다. “로스쿨을 가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붙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방법도 있었다. 전공과 관련된 일이긴 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연봉도 아니었고, 일하는 환경도 별로였다.”

고민하던 차에 김씨의 눈에 들어 온 것이 ‘코딩’이었다. “취업을 준비하며 전공을 살리긴 어렵다고 깨달았다.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다가 미래 가능성도 보이고, 관심이 좀 있었던 코딩을 선택하게 됐다.”

김씨는 졸업 후 국비지원 코딩 학원을 4~5개월 다니고 인턴과정을 거쳐 스타트업 회사에 개발자로 취업했다. 김씨는 코딩을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힘들었다. 아예 새로운 분야다보니 벅차기도 했다.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 디자인 전공이거나 컴퓨터공학과 전공생이다 보니 실력 차이를 느낄 때가 많았다.” 김씨는 현재 취업을 하고도 코딩 학원에 다니고 있다.

인문사회분야 취업준비생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상반기 대기업 신규채용 계획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인원 10명 중 7명(67.5%)이 이공계 졸업자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6.5%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인문계열을 뽑겠다는 기업은 32.1%에 그쳤다. 

 

문과생들의 컴공 복수전공, "일종의 보험” 

작년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IT 비전공 구직자 1천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들은 전공 분야가 아닌 IT 직무로 취업하고 싶은 이유는 ‘앞으로 계속 유망한 직무여서’(59.5%,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력 수요가 많아서’(49.9%), ‘타 직무보다 연봉, 처우가 좋아서’(42.4%) 등을 꼽았다.

같은 이유에서 복수전공을 선택한 학생이 있다. 임씨는 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3학년이다. 임씨는 사회학과 중어중문학과를 복수전공해 공부했지만, 지난 학기에 중어중문학과에서 소프트웨어 공학과로 전과했다.

임씨는 “일종의 보험이다”라며 “사회학과 공부가 재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어중문학과도 그렇다. 복수전공 중 한 학과는 내가 재밌는 걸 배우고, 나머지는 현실적으로 내가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는 학과를 찾다보니 소프트웨어공학과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본 전공의 지식과 IT계열을 융합하겠다는 학생들도 있다. 제주대 사회학과에 입학해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박씨는 개발자를 꿈꾸고 있다. 9학기째 대학을 다니고 있는 박씨는 “공학 기술이 발표될 때마다 인문학적 논란에 휩싸인다. 사회학과에서 인문학적 소양과 시선을 배웠다. 이를 겸비한 개발자가 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학과 졸업 후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고 업무환경도 애매하다고 느꼈다. 임금도 지금 대학을 나오면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학쪽은 대학 네임밸류와 상관없이 개인의 프로젝트만 갖고 판단한다”라고 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한 이유를 밝혔다.

인하대 경영학과와 컴퓨터공학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4학년 신씨는 “경영학은 기본적인 지식이고 추가적으로 기술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복수전공할 학과를 알아보다 AR(Augmented Reality) 기획공모전을 나가게 됐고, 이후 소프트웨어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경영학을 배우기 때문에 나중에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기획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더 경쟁력 있는 개발자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한씨는 다음 학기부터 소프트웨어공학과를 복수전공 할 계획이다. 그는 1학년 때 스타트업 수업을 들으면서 창업에 관심이 생겼다. 한 씨는 창업의 도구로써 소프트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지난해 한 학기를 휴학하고 학원에 들어가 백앤드(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에서 서버 측 개발 분야) 공부했다. 

“앞으로 정치를 하고 싶은데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 말고도 창업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창업이 제일 현실적인 분야가 소프트웨어 쪽이라고 생각했다.”

가천대 학생들이 코딩 테스트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컴공 수업에 복수전공 문과생 70% 넘기도

문과생들은 문과 전공에 학문적 흥미를 갖고 있어도 취업이 어렵고, 이공계열에 비해 연봉도 낮기 때문에 컴퓨터공학과나 소프트웨어학과 등을 선택하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개발이나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이 같은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대학이 이같이 컴퓨터공학과나 소프트웨어학과 같은 공대계열의 복수전공 수요 폭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공학과의 강의실은 포화상태다. 문의현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난 학기 전공필수 수업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복수전공생을 위한 분반이 따로 만들어졌다”며 “수강생 95명 중 70%가 문과생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컴퓨터공학과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매 학기 3~4개씩 전공과목의 분반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지역 사립대의 한 교수는 “복수전공생 혹은 전과생의 컴퓨터공학과 수요가 늘다 보니 수업 운영에 굉장히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동일한 교수, 조교, 강사 인력으로 학과를 유지하고 있다. 제한된 인력으로 배로 많아진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보니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 교수는 “문과만 전공하는 것보다 컴퓨터공학과를 복수전공을 하면 취업할 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조건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결국 자신이 얼마나 프로그래밍 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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