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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몸
상처 입은 몸
  • 최승우
  • 승인 2023.04.04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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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영 외 11인 지음 | 한울엠플러스 | 344쪽

나이 들고, 아프고, 다친 몸에 대한 혐오는 어떻게 촉발되는가?
자기애와 자기혐오 사이의 노인, 질병, 장애에 대한 혐오 담론과 현실
소수자의 비정상성에 대한 혐오 담론
혐오하는 동시에 혐오당하는, 상처 입은 몸

이 책은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사업단의 학술연구총서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사업단은 인문한국플러스 사업의 일환으로 ‘혐오 시대, 인문학의 대응’이라는 어젠다 연구를 진행 중으로, 혐오 현상의 복잡성에 부응하는 다학제적 접근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 시대의 혐오는 단순히 오염의 대상을 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이 전 지구적으로 전개된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이러한 혐오 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이 책 『상처 입은 몸』은 노인, 질병, 장애에 대한 혐오 담론과 현실을 오가며 사유한 결과물을 담았다.

노화, 질병, 장애는 공통적으로 아프고 약하고 소외되어 정상성을 잃는다는 지점에서 만난다. ‘상처 입은 몸’은 나이 들고 늙은이가 되는 보편적인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병들고 때로는 다치는 특수한 양상에 처한다.

이윽고 취약해진 자신을 거부하는 동시에 거부당한다.

이 책에서 노화, 질병, 장애라는 주제는 ‘상처 입은 몸’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이 들고 아프고 다친 몸이 공통적으로 갖는 뚜렷한 양상은 취약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암묵적으로 때로는 노골적으로 건강하고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신체를 희망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비정상적인 신체를 밀어내고 거부한다.

젊고 건강하고 온전한 몸을 당연시하는 사회에 상처 입은 비정상적인 몸의 자리는 없다. 인간은 누구나 약해질 수 있지만 취약한 존재를 혐오하고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고 바깥으로 밀어낸다.

이 책에서 혐오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문제다. 인간의 보편적 현상인 노화는 그런 의미에서 익숙함을 잃고 낯섦을 받아들여야 하는 계기가 된다.

늙고 아프고 다친 몸에 대한 혐오는 안으로부터 촉발된다. 노인, 질병, 장애에 대한 혐오는 기본적으로 이상적인 자아를 위협하는 것을 거부하는 감정인 것이다.

외부의 낯선 형질이 자신을 오염시킬 수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가 혐오 감정이라면 이상적인 자아를 앗아가는 내부의 타자성에 대한 혐오는 자기혐오인 셈이다. 결국 혐오는 본능적인 자기 보호를 포함한 분리 불가능한 자기혐오를 그 뿌리로 한다.

이 책은 총 3부, 12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제1부 ‘노인 혐오’에서는 노인과 소수자성, 노화와 시간성, 노년의 재현과 치매, 죽음 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제2부 ‘질병 혐오’에서는 전염병의 혐오 정동과 서사, 한센병과 격리, 20세기 초 부랑자와 빈자 혐오 문제를 고찰한다.

마지막 제3부 ‘장애 혐오’는 장애 혐오의 재현, 정신질환자의 범죄, 포스트휴먼과 장애 혐오 문제를 논의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혐오 문제만큼이나 상처 입은 몸이 겪는 현실 역시 갈등과 모순이 뒤섞여 있다.

노화, 질병, 장애라는 주제가 지닌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차이를 통로 삼아 접속을 시도한다. 문학, 철학, 사회학, 역사학, 범죄 심리학, 과학기술학, 문화학 등을 바탕으로 혐오의 다양성, 관계성을 횡단해 사유해 나간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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