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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며
‘촘스키’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며
  • 오성수
  • 승인 2023.04.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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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언어형태에도 풍부한 추상이 담겨있어
“촘스키의 ‘자극 빈약설’은 틀렸다”…논평 기대

지난 60년 간 언어학계를 지배해 온 이론은 촘스키의 변형생성문법이다. 언어는 두뇌 작용의 산물이며, 촘스키 이론은 두뇌 작용에 대한 과학적 탐구 방법으로 평가되었다. 촘스키 이론은 언어학·철학·심리학을 넘어 다양한 학문에 영향을 미쳤다.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는 언어학을 기반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오성수 저자는 그의 ‘자극 빈약설’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사진=위키백과

저자는 논리 수학적 개념을 이용해서 촘스키 이론이 허구임을 밝힌다. 구체적인 개념이지만 촘스키 이론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논리 수학적 개념은 ‘사상(寫像)’이다. 사상이란, 형태는 다르지만 추상이 동일한 경우다. 이 경우 그 형태들은 사상관계에 있다라고 말한다. 논리 수학에서는 사상관계임을 표현하기 위해 ‘화살표’ 기호를 사용한다. 화살표 기호가 암시하듯이, 사상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가리키는 형태의 추상이, 가리킴 받는 형태에 반영된다.

추상1(형태1) → 추상1(형태2)

그래서 만약, 추상이 동일한 새로운 형태를 생성하고 싶다면 ‘가리키는 행동’을 하면 된다. 그렇게 가리킴 받은 형태의 추상은 가리키는 형태의 추상과 동일해진다. 사상의 방향성 때문에, 가리키는 형태가 어떤 추상을 띠느냐가 중요하다. 이쯤에서 촘스키의 유명한 문장과 형식문을 보자.

Colorless green ideas sleep furiously(무색의 초록 개념들이 격렬하게 잔다).
S → NP VP

언어학계는 촘스키의 화살표를 ‘구성된다’로 해석한다. 이 해석으로 촘스키의 형식문을 자연어로 풀어 쓰면 다음과 같다. ‘문장은 명사구와 동사구의 순서적 나열로 구성된다.’ 하지만 촘스키의 형식문에서 ‘화살표’의 정확한 역할은 논리 수학적 개념인 ‘사상’이다. 왜? 

언어학 이론의 목표 중 하나는, 유의미한 언어가 생성되는 방식을 밝히는 것이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형식화 작업을 한다. 따라서 형식문은 ‘유의미한 언어가 생성되는 구조’를 모형화해야 한다. 그리고 유의미한 언어가 생성되는 구조는 당연히 ‘두뇌가 언어를 생성하는 구조’다. 중요한 것은, 두뇌와 언어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이다. 두뇌와 언어는 전혀 다른 형태다. 그럼에도 두 형태의 추상이 동일하다면, 그 관계는 무엇인가? 즉, 형태는 다르지만 추상이 동일한 관계는 무엇인가? 바로 ‘사상’ 관계다.

유의미(두뇌형태) → 유의미(언어형태)

촘스키의 형식문에서 좌변항은 두뇌형태, 우변항은 언어형태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며, 양변은 사상관계인 이유다. 언어의 ‘자의성(恣意性)’이 여기에 기인한다. 두뇌형태가 어떤 두뇌 밖 형태(소리말과 문자의 어법)를 가리킬지는 언어 종족별로 제멋대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상 개념은 촘스키의 ‘자극 빈약설’이 틀렸음을 또한 밝힌다. 자극 빈약설이란, 부모가 제공하는 언어적 자극은 유아(幼兒)의 언어능력을 완성시키기에는 빈약하다라는 주장이다. 촘스키의 주장을 형식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빈약한 추상(부모의 빈약한 언어형태) → 빈약한 추상(유아의 두뇌형태)

이렇게 빈약한 추상으로는 유아의 풍부한 언어표현 능력을 설명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아가 받아들일 수 있는 ‘비(非)언어형태’는 아주 풍부하다. 그렇게 풍부한 비(非)언어형태에는 풍부한 추상이 담겨있다. 이를 형식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풍부한 추상(풍부한 비(非)언어형태) → 풍부한 추상(유아의 풍부한 두뇌형태)

이런 방식으로 유아의 두뇌에 축적된 풍부한 추상은 언어형태로 표현된다.

풍부한 추상(풍부한 비(非)언어형태) → 풍부한 추상(유아의 풍부한 두뇌형태) → 풍부한 추상(유아의 풍부한 언어형태)

위의 형식문은 세 개의 형태가 연속된 사상관계임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첫 번째 형태(비(非)언어형태)에서 세 번째 형태(언어형태)로의 이항연산이 존재한다. 

풍부한 추상(풍부한 비(非)언어형태) → 풍부한 추상(유아의 풍부한 언어형태)

위의 이항연산을 ‘사상의 합성’이라 부른다. 그리고 결론적인 질문, 과연 ‘자극이 빈약한가?’ 

촘스키는 오직 부모의 언어형태만이 유아의 언어능력 형성에 기여하며, 부모의 언어형태는 유아의 언어능력을 완성시키기에 빈약하다라고 보았다. 또한 비(非)언어형태는 언어형태가 아니므로 유아의 언어능력 형성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촘스키는 비(非)언어형태, 두뇌형태, 언어형태 이 모든 형태의 ‘추상이 동일함’을 보지 못했다.

정리를 하자면, 언어는 두뇌 작용의 산물이며, 촘스키 이론이 두뇌 작용에 대한 과학적 탐구 방법이라면, 촘스키 형식문은 ‘두뇌가 언어를 생성하는 구조’를 모형화해야 한다. 따라서 촘스키의 형식문에서 좌변항은 두뇌역할, 우변항은 언어형태가 되어야 하며, 양변은 사상관계다. 또한, 촘스키 시대 동안 여러 학문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지극히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킨 ‘자극 빈약설’은 틀렸음이 밝혀졌다. 이로써 촘스키 시대는 끝났다.

저자의 이론에 대해 논평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학자는 자신이 속한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기를 극도로 두려워한다. 저자의 이론은 언어학에 논리 수학적 개념이 도입되었다. 즉, 두 개의 학문이 융합된 이론이다. 두 학문의 어떤 학자도 저자의 이론에 대해 논평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라. 용기를 가지고, 자신이 속한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 보라.

오성수 저자(『지우면서 낭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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