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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9] 어망과 폐유 그리고 길고양이로 사라지는 뿔쇠오리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9] 어망과 폐유 그리고 길고양이로 사라지는 뿔쇠오리
  • 권오길
  • 승인 2023.04.0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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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쇠오리
뿔쇠오리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무인도에서 집단으로 번식한다. 사진=위키미디어

2023년 2월 20일, TV조선 9시 뉴스에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복귀에 마라도 길고양이들 퇴출 위기”를 방송하였다.

문화재청이 마라도에 사는 길고양이를 전부 섬 밖으로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 마라도로 돌아오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인 뿔쇠오리를 공격한다는 이유인데요, 동물단체는 길고양이(도둑고양이, 주인 없이 길을 떠돌아다니며 사는 고양이)에 대한 후속 대책이 미비하다며 반발했습니다. 머리에 짧은 뿔 깃이 있고, 백도와 마라도 등에서 번식하는 텃새로,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2급인 뿔쇠오리입니다. 주로 해상에서 활동하지만 번식기인 3월이면 번식지로 돌아옵니다.

1975년 쥐를 잡기 위해 주민들이 들여온 고양이는 현재 50~70마리로 95% 이상이 중성화 수술을 마쳤습니다. 문화재청은 일부는 입양을 추진하고, 나머지는 보호소로 보낸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은 고양이가 뿔쇠오리를 해친다는 명확한 조사 결과가 없는 상태에서 대책 마련도 없이 고양이를 보호소에 보내는 것은 동물권에 위배 된다고 지적합니다. 또 사전에 충분한 논의도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천연기념물을 보호해야 하는 문화재청과 길고양이의 동물권을 지켜야 하는 동물단체가 뿔쇠오리와 길고양이가 공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TV조선 박소영입니다.

뿔쇠오리(Synthliboramphus wumizusume)는 바다쇠오리과(科, family)에 속하는 소형 새로, 1속에 1종만 있는 귀하고 드문 단형종(monotypic species)이며,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만 서식한다. 몸길이는 약 24cm, 체중은 183g 정도이며, 머리에 짧고 검은 뿔 깃이 있다. 부리는 길고, 회갈색이고, 머리는 검은색 바탕에 머리 꼭대기에서 목 뒤까지 뚜렷한 흰색 줄이 있다.

등, 어깨깃, 허리, 위꼬리덮깃은 어두운 회색이고, 목 아래 부위, 가슴, 배, 아래 꼬리덮깃은 흰색이며, 옆구리는 검은색으로 군데군데 회색빛을 띤다. 아래 날개덮깃은 흰색이고, 겨드랑이 깃도 흰색으로 바깥쪽은 다소 검은색을 띤다. 발은 회색이며, 바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물갈퀴가 발달했다. 겉모습만 봐서는 암수를 구별하기 어려우며, 암수 한 쌍씩 또는 5~10마리의 작은 무리를 이루어 헤엄친다. 잠수 능력이 뛰어나며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나 새우 종류를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뿔쇠오리(Japanese murrelet)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무인도에서 집단으로 번식하는데, 암석과 암석 사이의 틈이나 무인도 절벽의 굴에 둥지를 짓고, 또는 밀사초(조밀하게 모여 나며, 근경은 비스듬히 서고, 갈색 섬유로 덮여 있는 사초) 군락에 구멍을 파거나 바다제비의 낡은 구멍을 둥지로 이용한다. 주로 해상에서 생활하며, 번식기에만 육지에 올라온다. 한 둥지에 보통 2개의 알을 낳는데, 알의 무게는 30g 정도로 뿔쇠오리의 몸무게의 15~20%나 되는 커다란 알을 낳는다.

알은 한 달 정도 품으면 부화하며, 갓 태어난 새끼는 깃털이 마르면 바로 걸을 수 있고, 첫 알이 부화한 후 2~3일이 지나 모든 알이 모두 부화하면 부모 새는 곧바로 새끼들을 데리고 바다로 나간다. 번식기는 보통 3월 중순에서 6월 말이나 7월 초까지다. 일부일처의 형태로 추정하며, 번식지로 되돌아오는 점이 특징이다. 알은 주로 밤에 7~8일 간격으로 낳고, 보통 1~2개를 낳으며, 암수가 함께 31일간 포란 한다.

뿔쇠오리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그 개체수가 빠르게 줄고있다. 사진=위키미디어

뿔쇠오리는 장식깃이 멋진 희귀한 바닷새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드물게 번식하며 현재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450호 및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먹이활동을 위해 잠수하는 과정에서 해상에 설치된 어망에 의해 질식사하거나, 버려진 폐유나 폐기물에 오염되어 죽으며, 쥐나 큰부리까마귀(large-billed crows), 괭이갈매기(black-tailed gulls), 길고양이(feral cats)에 의한 포식 등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개체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한다. 

뿔쇠오리는 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 정도만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서식지가 발견되더라도 최대 1만 마리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번식지는 대부분 일본 연안의 섬에 집중되어 있고, 규슈 미야자키현(宮崎県)의 작은 무인도인 비랑도(枇榔島)는 세계 최대의 번식지로 3,000마리 정도가 이곳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83년에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 딸린 작은 섬인 구굴도에서 처음 번식이 확인되었고, 2005년 3월 17일에 뿔쇠오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2005년 울릉군 독도(서도)에서 어미와 새끼가 발견되었고, 또 2011년에는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에서 갓 부화한 뿔쇠오리 새끼가 발견되었으며, 2012년에는 백도에서 20마리 이상이 집단 번식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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