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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라면’이 일본에서 온 말이라고?
‘기생충·라면’이 일본에서 온 말이라고?
  • 이한섭
  • 승인 2023.04.07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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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일본어에서 들어온 우리말 어휘 5,800』 이한섭 지음 | 420쪽 | 박이정

우리말·일본어 어휘 추적 40년 연구성과 담아
한자어 중 대부분 일본에서 유래한 사실 몰라

이 책은 19세기 말 이후 우리말이 된 일본어 어휘에 대한 조사·연구의 결과를 엮은 것이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말에 많은 일본어 어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당수 어휘는 해방 후에도 들어왔고, 지금도 계속 유입되고 있다. 이들 일본어 어휘 중에는 해방 후 국어순화 운동 등으로 쓰지 않게 된 말도 적지 않지만, 한자어 등은 아직도 많은 어휘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한자어 중에는 대부분이 일본어에서 왔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우리말 어휘인 듯 사용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예를 들면 △대통령 △헌법 △민주 △공화 △국회 △국회의원 △신문 △방송 △반도체 △연금 등 우리말에서 사용되는 주요 어휘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왔다. 또한 영화 제목으로 전 세계에 유명해진 기생충이나 매일같이 주부들이 사용하는 냄비, 직장인이 늘 입고 신는 와이셔츠와 구두, 서민들이 자주 먹는 라면 등도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스포츠 용어는 어떤가? 우리가 늘 사용하는 축구(蹴球), 농구(籠球), 배구(排球), 탁구(卓球), 송구(送球), 수구(水球), 당구(撞球) 등도 모두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야구 용어도 대부분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다. 견제(牽制), 경원(敬遠), 계투(繼投), 구위(球威), 내야(內野), 외야(外野), 대타자(代打者), 만루(滿壘), 병살(倂殺), 선발투수(先發投手), 승리투수(勝利投手), 실책(失策), 잔루(殘壘), 장타(長打) 주자(走者) 등이 우리말인줄 알고있는 사람이 많다.

필자는 1980년대 초부터 이 문제의 연구에 착수하여 지금까지 약 40여 년간 연구 성과를 축적해왔다. 2014년에는 그간의 성과를 모아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고려대출판문화원)을 출판했다.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에는 3천663단어가 수록되어 있고, 각 단어(표제어의 이표기 포함)에는 의미와 유래·용례를 제시하여 독자들이 해당 단어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에는 일본어에서 들어온 말이라는 심증이 가면서도 조사가 충분치 못해 수록하지 못한 단어가 5천여 개나 있었다. 필자는 이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여 2천137단어를 추가해 지난해 6월 『일본어에서 들어온 우리말 어휘 5,800』을 출판했다.

이 책은 제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해설편」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수록돼 있다. △‘일본어에서 들어온 우리말’이란 무엇인가? △어떤 말을 ‘일본어에서 들어온 우리말’로 볼 것인가? △언제부터 일본어가 우리말에 들어왔나? △어떤 일본어가 들어왔나? △어떠한 방법으로 우리말에 들어왔나? △왜 일본어가 우리말에 들어왔을까? △해방 이후에도 들어왔나?

제2부는 「어휘편」으로, 개화기 이후 우리말에 들어온 일본어 어휘 모두에 대해 그 유래와 우리말에 들어온 시기를 수록했다. 수록된 어휘 수는 5천847단어에 이른다. 각 단어에는 우리말 표제어와 원 일본어 표시, 우리말에 들어온 초출 용례 등이 표시돼 있다. 

『일본어에서 들어온 우리말 어휘 5,800』을 사용하면 어떤 일본어가 언제 우리말에 들어왔는지를 바로 알 수 있어서 앞으로 근현대 우리말 어휘의 성립 문제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단어가 일본어에서 온 것인지 알고 싶은 사람은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말 연구자가 그러할 것이고, 국가 행정을 맡아보는 정부 관계자나 국회나 입법관계자들이 법을 만들 때에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우리말을 지키고 바르게 가꾸어 가야 할 교육현장의 학생들과 선생님들도 필요할 것이다. 그밖에 언론 종사자들의 기사 작성이나 작가, 교과서 집필자 등 글을 쓰는 분들도 이러한 사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한섭 
고려대 명예교수·일본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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